"단기 주가에 긍정적...생명·화재, 블록딜 매각 이익 배당 재원 활용 가능
삼성전자도 불확실성 일부 해소…실적 따른 주가 상승 기대
금산법 관련 리스크는 해소…보험업법 개정·금융그룹통합감독 등 중장기 리스크
[서울=뉴스핌] 우수연 기자 = 증권가에선 삼성생명과 화재가 보유중인 삼성전자 지분 블록딜 매각에 대해 예정된 수순의 이벤트였다는 게 중론이다. 주가에 대해선 단기적으론 삼성생명과 삼성전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추가적인 삼성전자 지분 매각 가능성은 열어뒀다.
31일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위반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 개장 전 블록딜 매각 거래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수요 예측 결과 삼성생명이 2298만3552주, 삼성화재가 401만6448주의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했다. 처분 금액은 각각 1조1204억원, 1958억원으로 총 1조3162억원 규모다.
주관사는 전일 종가 4만9500원에 대해 할인율 최대 2.4%를 제시했지만, 수요예측 결과 할인율은 상단 근처인 1.5% 수준으로 결정됐다. 주당 거래가격은 4만8750원 수준이다.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김학선 기자 yooksa@ |
증권가에선 이번 블록딜로 인해 삼성그룹이 금산법 관련 '10%룰'을 해소하는 급한 불은 껐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현행법상 대기업 계열 금융회사들은 비금융계열사 지분을 10% 이상 보유할 수 없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보유중인 자사주를 예정대로 소각하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율이 10.452%가 되어 금산법 규정을 위반하게 된다. 하지만 이번 블록딜 매각으로 인해 두 회사의 삼성전자 합산 지분율은 자사주 소각 이후에도 9.9997%로 맞출 수 있게 됐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블록딜 매각으로 금산법 규정을 위반하지 않을 수 있고 대주주 적격 심사도 피할 수 있게 됐다"며 "자사주 소각을 위한 선제적 조치의 성격이 크고, 금융당국의 요구에 대한 최소한의 성의를 보여준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남석 KB증권 연구원도 "삼성전자의 자사주 소각 시 발생할 수 있는 법률 위반 리스크 해소를 위한 선제적 차원의 대응이었다"며 "현행법상 추가적인 전자지분 매각 의무 부담은 다소 해소됐다고 본다"고 전했다.
주가 측면에서도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경우 해당 매각 차익을 배당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어서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삼성전자도 리스크를 해소하면서 실적 호조에 기댄 주가 상승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김도하 SK증권 연구원은 "지분율 0.4% 미만의 처분은 기회비용도 크지 않고 매각 이익이 삼성생명 주주에 대한 배당재원으로 활용될 수도 있어서 삼성생명 기업가치에 긍정적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김태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번 매각으로 삼성생명과 화재의 2분기 실적에 대규모 매각이익이 반영될 것"이라며 "이번 지분매각 이익은 배당가능 재원으로 활용 가능하며, 만약 일시에 배당에 반영한다면 주당 배당금이 삼성생명(3500원), 삼성화재(1만3000원)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우 연구원은 "눈앞에 닥친 리스크는 피했다고 볼 수 있다"며 "가장 중요한 반도체 업황이 하반기에도 호조를 이어갈 전망이고, 삼성전자의 PER이 6.5배 수준까지 낮아진 점에서 주가는 가치를 크게 밑돌고 있다고 본다"고 했다.
한편, 단기적으로는 이번 소규모 블록딜이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겠지만 장기적으로 삼성생명과 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의 지분 매각 이슈는 주목해야 한다.
현재 국회에서 논의중이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보험사는 보유하고 있는 유가증권을 시장가격으로 평가해야한다. 그럴 경우 삼성생명은 자산총액의 3%(8조5000억원) 이내의 삼성전자 지분만을 보유할 수 있다. 따라서 나머지 17조8000억원의 삼성전자 지분은 매각해야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또한 7월부터 시행 예정인 금융그룹통합감독 시스템에 따라서도 삼성전자 지분을 상당부분 갖고있는 삼성생명은 자기자본 비율 관리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의한 삼성전자 지배구조 개편의 시작이라고 본다"며 "향후 국회에서 논의중인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삼성전자에 대한 오버행 우려로 작용할 수 있다. 지배구조 변화에 따른 수급 이슈는 삼성전자 주가에 부정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남석 연구원은 "금융그룹통합감독 시스템 적용 과정에서 비금융계열사 출자액에 대한 필요자본 가산 등으로 자기자본비율 관리 부담이 늘어남에 따라 삼성생명이 보유한 전자 지분의 추가 매각 가능성은 재차 언급될 수 있는 이슈"라고 여지를 남겼다.
yes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