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택·야산 현장 검증... 피의자 말없이 상황 재연
범행 행적 숨기기 위해 여장까지 하는 치밀함 보여
[서울=뉴스핌] 황선중 기자 = 26일 오전 10시쯤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한 다가구주택. 박모(48)씨가 현장 검증을 위해 나타났다. 경찰 차량에서 내린 박씨는 검은색 모자와 흰색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세차게 내리는 비를 맞으며 고개를 숙인 박씨는 곧바로 자신이 살던 반지하 집으로 향했다. '유족들에게 한마디 해달라'는 질문에는 침묵했다. 수갑을 찬 손으로 얼굴을 가리기도 했다.
박씨는 지인을 자택에서 살해하고 시신을 인근 야산에 암매장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에서 박씨는 피해자와 말다툼을 하다가 홧김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서울=뉴스핌] 황선중 기자 =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주택에서 지인을 살해하고 시신을 인근 야산에 암매장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박씨가 경찰 호송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2018.06.26. sunjay@newspim.com |
집 안으로 들어선 박씨는 인형을 통해 범행 장면을 재연했다. 지난 8일 박씨는 피해자인 50대 남성 A씨와 자택에서 술을 마시던 중 언쟁을 벌였고 홧김에 살해했다. 훼손한 시신은 비닐로 감싼 채로 자택 인근에 위치한 노원구 수락산에 암매장했다. 이후 피해자의 계좌에서 수백만원을 인출했다. 범행 행적을 숨기기 위해 치마를 입는 등 여장까지 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현장 검증은 인근 수락산에서도 계속됐다. 암매장 구덩이는 인근 도로에서 걸어서 약 1분 정도 멀지 않은 위치에 있었다. 구덩이의 지름은 약 1m. 깊이는 성인 남성 무릎 정도로 얕았다. 땅에 묻힌 피해자의 시신은 지난 21일 발견됐다. 현장 검증은 시작 40분만인 오전 10시40분쯤 마무리됐다.
현장 검증에 유족들은 따로 나오지 않았다. 주민 10여 명만이 장대비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말없이 현장을 지켜봤다. 옆집에 거주하고 있다는 A씨는 "평소 피의자의 얼굴을 본 적도 없다"며 "뭐 하는 사람인지 누구인지 전혀 모른다"고 말했다. 인근 복지관에서 근무하는 B씨 역시 "이런 끔찍한 일이 발생할 줄 몰랐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황선중 기자 =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주택에서 지인을 살해하고 시신을 인근 야산에 암매장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박씨가 경찰 인솔을 따르고 있다. 2018.06.26. sunjay@newspim.com |
서울 중랑경찰서는 박씨를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23일 구속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이 마무리되면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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