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마다 이어지는 빌라 공사에 소음 민원 계속 증가세
휴일도 없는 공사에 주민 피해 극심…소음규제는 감감
[서울=뉴스핌] 김세혁 기자 = 서울 양천구 목동에 사는 최승연(70)씨는 현재 거주하는 A빌라를 1년 가까이 떠나 있었다. 지난해 3월, 거주지 바로 오른편의 대형유치원이 철거되고 B빌라 공사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문제의 B빌라는 10층짜리다. 중형 타워크레인까지 동원된 대공사는 1년 넘게 이어지다 얼마 전에야 끝났다. 유치원 해체부터 지반 작업 등 모든 공사가 A빌라 바로 1.5m 옆에서 진행됐다. 당연히 최씨를 비롯한 주민들은 매일 소음, 분진에 시달렸다. 토사가 유입되거나 담에 금이 가는 피해도 당했다. 어떤 날은 종일 빌라 전체가 흔들렸다. 완공된 뒤엔 전망이나 일조권이 아예 사라졌다.
최 씨가 거주하는 A빌라(왼쪽) 바로 옆에서 진행된 신축빌라 공사. 소음과 분진뿐 아니라 토사 등 갖은 피해가 발생했다. [사진=김세혁 기자] |
최 씨는 "갖은 소음을 견디다 보니 노이로제가 생겼다. 크레인이 언제 덮칠지 모른다는 불안이 컸다"며 "견디다 못해 조금 떨어진 오피스텔에 세들어 살았다. 정신과 치료를 받고 약도 먹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2014년 A빌라 입주 후부터 주변에 빌라가 세 동나 신축됐다"며 "4년 내내 지옥 같았다. 시청과 구청에 민원도 넣고 현수막도 달아봤지만 소용 없었다. 공무원들은 공사를 강제로 막을 수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고 한탄했다.
B 빌라의 공사는 토요일에도 진행됐다. 아침 7시부터 어김없이 시작되는 공사 소음은 오후 6시가 돼야 그쳤다. 어린이날 같은 법정공휴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주민들이 쉴 날은 일요일뿐이었다.
양천구 소음 민원 담당자는 "공사를 토요일에 진행해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했다. 법정공휴일의 공사 역시 법적으로 제한할 수 없다는 게 서울시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다만 "인근 주민의 고통을 반영, 공휴일 공사를 빨리 끝내라고 계도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이런 조치로 주민 불만이 가라앉을 리 만무하다.
최 씨처럼 거주지 바로 옆 공사소음으로 고통 받는 시민은 꾸준히 늘고 있다. 골목마다 가정집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대형 빌라가 들어서는 추세가 몇 해동안 계속되기 때문이다.
바로 옆에서 빌라 공사가 진행되면 외벽 균열 등 갖은 피해가 발생한다. [사진=김세혁 기자] |
29일 서울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환경 민원 10건 중 7건이 소음 민원이다. 그 중 건설공사장 소음은 무려 74.8%다. 특히 시민들은 건설공사장 환경관리 수준에 대해 5점 만점에 2.5점을 줄 만큼 불만이 많다. 소음 등을 억제하는 공사장 환경관리에는 시민 65%가 찬성했다.
소음 측정을 나오는 공무원에 대한 원성도 높다. 공사장 소음 관련 인터넷 카페에는 "담당 공무원들이 불친절하다" "안 된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등 불만 섞인 글이 이어진다.
특히 공사장 소음 규제안에 대해 말들이 많다. 현재 주간 65dB 이상의 공사장 소음이 측정돼야만 정식 보상을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소음이란 게 여기에 딱 맞춰 발생하리라는 보장이 없다. 구청 직원이 소음측정을 나올 타이밍을 알아채고 공사장이 갑자기 조용해지는 경우도 있다.
이에 환경부 중앙환경분쟁조정위는 지난 4월 공사장 소음의 유형을 탄력적으로 측정, 맞춤형 보상이 이뤄지도록 조정안을 만든다고 발표했다. 조정위 관계자는 “공사장 소음규제에 한 가지 잣대를 들이대면 소음 약자들이 생긴다”며 “조정안은 현재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며, 가급적 빨리 마련해 시행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보통 민원 발생에서 현장조사, 보상까지 법적 처리기간은 9개월"이라며 "민원인들이 원하는 보상, 피해규모 등을 제대로, 한 번에 서류로 꾸며주는 등 협조가 있어야 조사기간이 보다 단축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starzoob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