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는’ 전통…고단한 난민 생활 속 '한 줄기 빛'
[콕스 바자르 로이터=뉴스핌] 신유리 인턴기자 = 산나무 껍질에서 나온 노란 반죽이 로힝야족 여성들의 볼을 장식하고 있다. 로힝야 여성들이 선크림 대신 사용하는 천연 화장품 ‘따나까(Thanaka)’다.
로힝야족의 한 아이가 얼굴에 따나까를 바른 채 사진을 찍고 있다.[사진=로이터 뉴스핌] |
따나까는 미얀마 중부지역에서 자라는 아열대 산나무 껍질로 만든 노란 반죽으로 지난 수세기 동안 로힝야족의 전통 화장법을 대표해왔다. 따나까는 자외선을 차단하고 피부를 시원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미얀마에 거주하는 무슬림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은 지난해 8월부터 시작된 미얀마 정부의 ‘인종청소’를 피해 방글라데시의 콕스 바자르 지역으로 피난을 왔다. 현재까지 난민 캠프로 들어선 이들은 약 90만명에 달한다.
이러한 현실 속 따나까가 로힝야족의 고단한 난민 생활에 잠시나마 안정감을 되찾아주고 있다.
로힝야족의 주하라 베굼 [사진=로이터 뉴스핌] |
지난해 9월 미얀마 라카인주의 군사 공격을 피해 콕스 바자르로 도망쳐온 주하라 베굼(13)은 “화장은 나의 취미이자 우리의 전통이다”고 말했다.
그는 “군대가 우리에게 총을 겨눴고 우릴 학살하려 했다”고 밝혔다. 공격으로부터 도망친 주하라는 5일을 걸어 방글라데시 잠톨리의 난민 캠프에 이르렀다.
따나까는 카욱 파인(kyauk pyin)이라 불리는 돌판을 통해 제작된다. 돌판으로 으깨진 나무껍질은 노란색의 반죽이 된다. 형성된 반죽은 다양한 모양으로 얼굴에 도포된다. 성분이 마르면 견고한 피부층이 형성돼 벌레 퇴치에도 효과를 보인다.
로힝야족의 자닛 아라 [사진=로이터 뉴스핌] |
쿠투팔롱 난민 캠프에 살고 있는 자낫 아라(9)는 “이 반죽이 벌레로부터 피부를 보호해준다”며 “얼굴을 깨끗하게 보호하기 위해 화장을 한다”고 말했다.
현재 따나까는 아시아 내에서 의약 성분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로힝야족은 난민 캠프에서 이 성분을 구입해 화장품으로 활용하고 있다.
주하라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밥 없이도 살 수 있지만 화장 없이는 못 산다”고 전했다.
주하라에게 따나까는 고단한 난민 생활에서의 유일한 쉼이다.
shinyoor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