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춤하던 경협주, 5일 대북특사단 방북 소식에 재반등
남북경협 기대감 고조..‘묻지마’ 투자보단 선별적 투자 필요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남북 경협주가 다시 꿈틀대고 있다. 지난달 27일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이 취소되자 꺾였던 투자심리가 정부가 대북특사단을 북한으로 보내기로 하면서 다시 확산되는 분위기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남북 경협주는 대부분 이번 주 2거래일(3~4일) 5% 넘게 올랐다. 개인 투자자가 몰린 종목은 10% 넘게 급등하기도 했다.
최근 이틀 간 주요 종목 중 건설 전문업체인 남화토건 주가가 가장 크게 뛰었다. 지난주 1만2050원에 거래를 마쳤던 주가는 이틀 만에 1만3800원으로 14.5%(1750원) 뛰었다. 이 회사는 지난 1997년 경수로사업 등 북한 시공 경험이 있는 현대건설과 삼부토건과 함께 남북 경협주 중 대표적인 건설사로 꼽힌다. 연초 5500~5600원을 오르내리던 주가는 ‘경협’ 바람을 타고 장중 최고 2만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상단 왼쪽부터 시계방향) 남화토건과 조비, 좋은사람들, 경농의 최근 3개월 주가 흐름[자료=네이버금융 캡쳐] |
비료제조 전문업체도 조비도 남북 경협과 관련한 주도주다. 이 회사의 주가는 지난주 2만9400원을 기록하다 이번주 들어 이틀간 12.4%(3650원) 올랐다. 남북과 북미의 관계에 따라 주가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연초 1만1000원~1만2000원하던 주가는 대북 사업 기대감에 3만원대로 올라선 상태다.
같은 기간 속옷 생산업체 좋은사람들은 4870원에서 5310원으로 9.03%(440원) 상승했다. 농약 제조 전문업체인 경농은 1만700원에 1만1550원으로 7.94%(850원) 상승했다. 경제협력이 본격화하면 북한 내 축산 농가를 대상으로 사료·농약을 공급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다. 재영솔루텍은 1615원에서 1725원으로 6.8%(110원) 올랐다. 전기전자 부품을 주로 생산하는 회사로 개성공단에 입주했던 대표적 남북 경제협력회사로 꼽힌다. 현대로템과 현대건설은 각각 2.5%(700원), 2.0%(1200원) 상승했다.
업종별 수급주체는 다소 엇갈렸다. 건설주는 외국인이, 나머지는 개인 투자자가 주가를 끌어올렸다. 남화토건은 최근 이틀간 외국인이 5만1254주를 순매수했다. 이 기간 개인은 6만1987주를 순매도했다. 삼부토건도 외국인은 2만주 넘게 순매수했지만 개인은 3만주 넘게 내다 팔았다. 이와 반대로 조비는 개인이 2만4855주를 순매수하는 동안 외국인은 2만181주를 팔았다. 좋은사람들은 개인은 19만6509주 순매수, 외국인은 15만7843주를 순매도했다.
남북 경협주에 대한 기대감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게 업계 전반의 시각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향후 20년간 북한 내 주요 인프라 개발에 필요한 비용은 약 150조원으로 추산된다. 국내 사회간접자본(SOC)의 한해 예산이 약 18조원이란 점을 고려할 때 상당한 규모다.
북한이 도로, 철도, 주택을 비롯한 기반시설 공사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면 지리적 및 기술력에서 장점을 보유한 국내 기업이 대거 참여할 것으로 예상한다. 모든 사업을 국내 기업이 담당하긴 어렵지만 기술 이전과 경협 자금으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 북한의 개발 사업에 뛰어들 수 있는 기업은 새로운 ‘먹거리’가 생길 수 있다.
신한금융투자 김윤서 연구원은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의 4차 방북 계획이 잠정 취소됐지만 3차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2차 정상회담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있다”며 “북한의 비핵화, 종전선언 등이 이뤄지면 국내 경협주가 더 관심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주요 경협주가 연초대비 최고 2배 넘게 올랐다는 점에서 무리한 투자는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북한이 비핵화를 선언해도 남북 경협이 본격적으로 언제 추진될지 현재로선 불분명하다. 게다가 북한의 시장이 열려도 중국과 일본, 미국 기업의 참여가 늘면 상대적으로 국내 기업의 수혜가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최근 주식시장은 바이오주와 함께 남북 경협주가 가장 관심을 많이 받는 종목이다”며 “하지만 연초대비 상승률이 상당하고 실제 외형 성장으로 이뤄지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 ‘묻지마’ 투자는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협 테마주이면서 외형과 실적이 탄탄한 기업을 선별해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