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 자처한 文정부에서 왜··· 여당 의원조차 반발
복지부 "현시대 변화 관점 충분히 반영 못 했다"
[서울=뉴스핌] 황선중 기자 = 낙태논쟁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달 17일 보건복지부가 낙태 수술을 비도덕적 진료 행위로 규정하고, 낙태 수술한 의사 자격을 1개월 정지하는 행정처분규칙 개정안을 공포하면서 산부인과 의사들이 집단 반발하고 나섰다.
일각에서는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자처한 문재인 정부에서 이해할 수 없는 정책이 나왔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 페미니스트 자처한 文정부에서 왜··· 여당 의원조차 반발
복지부는 8월17일 '의료관계행정처분규칙' 개정안을 공포하면서 불법낙태 수술을 비도덕적 행위로 보고, 자격정지 1개월 처분한다고 밝혔다. 현행 형법 제270조는 불법으로 낙태하는 의사에 대해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의뢰 여성은 1년 이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 벌금 처분을 받는다.
산부인과 의사들은 즉각 반대 입장을 내세웠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지난달 27일 "저출산의 가혹한 현실을 마다하지 않고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며 밤을 지새우는 산부인과 의사들이 비도덕적 의사로 지탄을 받아선 안 된다"라며 "비합법적인 임신중절 수술은 더는 하지 않겠다"고 했다.
여성단체들은 '임신 중단 전면 합법화 촉구 집회'를 열고 "임신중단(낙태) 여성을 범죄자로 낙인찍는 '낙태죄'의 폐지는 '페미니스트 대통령'에 거는 최소한의 요구"라며 고시안 철회를 요구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한국여성단체연합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낙태죄 위헌 결정을 촉구하는 교수‧연구자 430여명 의견서 제출 “낙태죄는 위헌이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8.08.16 leehs@newspim.com |
지난해 11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낙태죄 폐지 청원 글에 대해 당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 모두 우리 사회가 지켜나가야 할 소중한 가치"라며 "낙태 처벌강화 위주 정책은 임신중절 음성화를 야기한다"고 말한 바 있다.
여당 의원조차 비판의 날을 세웠다. 평소 여성인권 신장 등 진보적 목소리를 내온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낙태죄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마무리되지 않은 시점에서 정부가 급작스럽게 규칙개정안을 발표해 혼란을 야기했다"고 말했다.
양향자 민주당 전 최고위원은 지난해 11월 최고위원회의에서 "OECD 국가 가운데 80%인 29개 나라에서 이미 임신중절을 허용하고 있다"면서 "우리 사회도 이제 여성에게 일방적 책임을 지우는 관행을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양 전 위원을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으로 임명했다.
◆ 복지부 "행정처분 강화했다는 것은 오해... 이전과 달라진 것 없다"
거센 반발에 복지부는 진화에 나섰다. 복지부는 지난달 29일 헌법재판소가 판단이 나올 때까지 처벌 내용이 담긴 시행조치를 미루겠다고 밝혔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인 처벌을 강화한 것이 아니다"라며 "단지 비도덕적 진료행위 유형을 구체화하고 정비했을 뿐, 낙태 관련 사항은 전과 달라진 것이 없는데 오해가 생겼다"고 말했다.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전경 [사진=보건복지부] |
현재 낙태죄 관련 형법 제270조1항 등은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여부를 두고 지난해 2월부터 헌법소원이 진행 중이다. 해당 소원은 현직 산부인과 의사가 제기했다. 지난 2012년 낙태죄 폐지를 둘러싼 헌법소원은 합헌4 대 위헌4 판결이 나왔지만, 정족수 미달로 합헌이 결정됐다.
오해에서 시작된 불씨는 좀처럼 꺼지지 않고 있다. 대한개원의협의회는 3일 성명을 통해 "복지부의 당분간 규칙 유예는 무책임한 미봉책"이라며 "정부는 문제의 뒤에 숨지 말고 보다 적극적으로 사회적 논의와 합의를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6일 "현시대의 변화와 관점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식했다"며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양성평등위원회를 신설해 양성평등 정책에 앞장서 나가겠다"고 밝혔다.
sunja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