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급증했던 저축성보험, 올해는 급감
회사 "일회성수익 제외하면 순익 늘어"
[서울=뉴스핌] 박미리 기자 = 중국 안방보험으로 인수된 ABL생명이 신규영업 위축·순이익 급감·자본확충 불투명 등 '3중고'에 빠졌다.
지난해 실적개선을 이끌었던 저축성보험 판매를 줄이면서 꼬이기 시작했다. 여기에 대주주인 중국 안방보험그룹이 추가 투자를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ABL생명의 올 상반기 별도 기준 순이익은 2억400만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24억2200만원)에 1/10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이는 무엇보다도 본업인 보험 판매로 거둔 수익(7598억원)이 54%나 감소한 영향이다.
ABL생명은 지난해 저축성보험(생사혼합보험) 판매를 대폭 늘렸다. 생사혼합보험 수입보험료가 지난해 1조3768억원으로 1년 만에 8배 불어났다. 수입보험료는 제조업의 총매출과 비슷한 개념이다. 매월 납입하는 보험의 특성상 수입보험료는 변동성이 크지 않다. 하지만 ABL생명은 일시납저축성보험 중심으로 영업함으로써 단기간에 수입보험료 규모가 커진 것.
하지만 올해 ABL생명은 저축성보험 판매를 줄였다. 오는 2021년 도입 예정인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을 대비한 정책이다. 저축성보험 판매를 늘리면 새 회계기준에서는 보험부채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수입보험료가 줄고, 이익도 급감했다.
문제는 ABL생명의 올 6월말 기준 결손금이 1조원이 넘다는 것이다. 순이익을 올려 결손금을 메워야하지만, 올 들어 ABL생명의 영업이 위축됐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보험사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RBC)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주주인 안방보험의 유상증자도 어렵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우샤오후이 안방보험 회장이 경제범죄 연루 혐의를 받아 18년 징역형을 받았기 때문이다. 우샤오후이 회장 대신 안방보험을 경영하고 있는 중국 금융당국은 안방보험의 해외 투자를 문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ABL생명은 변액보험 판매를 늘리는 방향으로 자구책을 마련중이다. 변액보험은 IFRS17이 적용돼도 보험사에 자본 부담이 크지 않다. 하지만 판매가 까다롭고, 보험사 대부분이 IFRS17을 앞두고 변액보험 판매를 강화해 경쟁이 치열해졌다.
ABL생명 관계자는 "지난해 상반기 실적에는 채권 실현이익이 반영되는 등 일회성 수익이 포함됐다. 이를 제외하면 올 상반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높다"며 "자사 RBC 비율도 올 2분기 기준 234.14%으로 금감원 권고 수치인 150%를 상회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변액·보장성 보험상품 비중도 올 8월말 79%를 기록했다"고 덧붙였다.
milpar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