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게이고의 동명 소설 원작으로 무대화
오는 10월21일까지 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 공연
[서울=뉴스핌] 황수정 기자 = 길을 잃고 헤매고 있는 이들에게 위로의 손길을 내민다. 대단한 사람이 아니고, 거창한 미사여구나 지식을 뽐내는 것도 아니지만, 그저 편지를 받는 것만으로도 위안을 얻는다. 이런 손길이 바로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게 아닐까.
연극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공연 장면 [사진=달컴퍼니] |
연극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연출 박소영)은 일본의 유명 소설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2017년 일본에서 동명 영화로도 개봉돼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고, 올해 2월 국내에서도 영화로 국내 관객들과 만난 바 있다. 소설, 영화에 이어 연극으로까지 만들어져 대중에게 사랑받고 있는 힘은 무엇일까.
극은 경찰의 눈을 피해 도망치던 3인조 좀도둑이 우연히 들어간 오래된 건물 '나미야 잡화점'에서 의문의 편지를 한 통 받게 되면서 벌어지는 기묘한 사건을 그린다. 1980년 잡화점의 주인 '나미야 유지'(최진석)가 시작한 고민 편지 상담이 2018년까지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2018년과 1980년이 교차되면서 판타지적인 요소가 가미돼 있다.
가업 대신 뮤지션이 되고 싶은 청년, 미혼모로 살아갈지 고민하는 여성, 돈을 벌기 위해 낮엔 직장에 나가고 밤엔 술집에서 일하는 여성 등 고민의 내용은 각양각색이다. 좀도둑 '아츠야'(원종환, 홍우진), '코헤이'(김지휘, 김바다, 강영석), '쇼타'(강기둥, 최정헌, 강승호)는 객관적으로 봤을 때 어딘가 모자라 보이지만, 누가 넣었는지도 모르는 고민 상담 편지에 성심성의껏 답장을 보낸다.
연극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공연 장면 [사진=달컴퍼니] |
이들의 가장 큰 장점은 '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는 척'하지 않고, '잘난 척'하지 않으며, '착한 척' 배려를 강요하지 않고, '어른인 척' 훈계를 하지도 않는다. 모르는 것은 질문하고, 사소한 것 하나에도 신중을 기한다. 머리를 맞대도 너무 평범하거나 엉뚱한 답변이 나오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그들의 진정성과 따뜻함이 느껴진다. 물론 말 못할 고민을 들어줬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큰 위로가 된다.
미래를 몰라서 답답한 사람과 알고 있지만 말할 수 없어서 답답한 이들의 상담이 주는 재미도 있다. 또 예상과는 다른 전개가 반전을 주면서 스스로 만들어놓은 한계를 벗어나 의외로 더 많은 길이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깨닫게 한다. 30년이 지나도 그때나 지금이나 청춘들의 고민이 변함 없다는 것이 조금 구슬프지만, 거짓된 공감으로 꾸며지는 형식적인 위로가 아니기에 오히려 더 힘을 얻게 된다.
연극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공연 장면 [사진=달컴퍼니] |
100분이라는 시간은 그리 짧지도 길지도 않은 시간 속에 원작의 에피소드와 메시지를 매우 충실히 담아낸다. 나미야 유지와 좀도둑 3인방을 제외하고 배우 문진아, 전성민, 유제윤, 김정환, 배명숙, 홍지희, 류경환, 신창주, 한세라, 허순미, 김진, 김승용이 멀티를 맡아 많은 등장인물들을 소화해낸다. 이들의 변신과 다른 연기를 지켜보는 즐거움도 있다.
특히 생선가게 뮤지션의 사연에서 배우가 직접 하모니카를 불고 기타를 치며 감미로운 노래, 이 사연과 연관된 또다른 인물의 노래 등 흡사 콘서트 같은 순간이 연극과는 또다른 감동을 전한다.
연극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오는 10월21일까지 대학로 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에서 공연된다.
hsj121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