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IT 기업의 해킹, 또다시 수면 위로
제2의 ZTE 될라, 중국 IT 기업 긴장
중국내 업계 전문가 "불가능에 가까운 일" 주장
[서울=뉴스핌] 이미래 기자 = 무역전쟁에서 시작된 미중의 갈등이 외교 군사 환율 분야를 거쳐 IT까지 확대됐다. 미국 매체가 “중국 정부의 감시용 ‘스파이 칩’이 발견됐다”고 보도하면서 중국 IT 업계의 피해가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BBW)가 “애플과 아마존 웹서비스 데이터센터 서버에서 좁쌀 크기의 마이크로 칩이 발견됐다”며 17명의 업계 소식통 및 미국 관리 발언을 인용해 보도했다.
문제는 해당 칩이 중국의 정부 감시용인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칩의 역할은 네트워크를 공격하려는 침입자에게 문을 열어주는 백도어(뒷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BBW)가 “애플과 아마존 웹서비스 데이터센터 서버에서 좁쌀 크기의 마이크로 칩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사진=바이두] |
BBW는 “스파이 칩은 실리콘 밸리에 본사를 둔 대만계 기업 ‘슈퍼마이크로(Supermicro)’의 중국 하도급 공장에서 비밀리에 심어졌다”며 “지난 2015년 해당 칩을 발견한 아마존이 미국 정보당국에 수사 의뢰한 결과, 중국 인민해방군 산하 조직이 개입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해당 칩이 애플 아마존 대형 은행 등 30개국 미국 기업을 해킹해 정보를 빼내 갔다”며 “심지어 미 국방부와 중앙정보국(CIA) 등 정부 기관도 관련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애플 아마존과 미 정부기관이 즉각 부인하고 나섰지만 BBW는 “6명의 전∙현직 당국자 및 애플 내부 관계자 등 11명이 해당 사실을 증언했다”며 “해당 기사를 철회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슈퍼마이크로는 물론 레노버(Lenovo, 聯想) ZTE(中興) 화웨이(華為) 등 중국 IT 기업 주가가 급락했다.
보도가 확산된 4일 슈퍼마이크로 주식은 장중 한때 58.43%까지 폭락했다. 중국 대표 네트워크 장비 제조사인 레노버와 ZTE 화웨이의 주식도 하락했다. 레노버는 5일 장중 23%까지 떨어지며 가파른 하락세를 보였다.
5일 레노버(Lenovo, 聯想)는 "슈퍼마이크로로부터 어떤 부품도 공급받지 않고 있다"고 발표했다 [사진=바이두] |
5일 11% 하락세로 장을 마감한 레노버는 “슈퍼마이크로는 당사의 공급업체가 아니다”며 “어떤 부품도 공급받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공급망 안전이야말로 레노버의 가장 중요한 업무”라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레노버 주식 매매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을 의식한 투자자들이 레노버와의 거래를 기피할 것을 우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JP모건은 “레노버 주식을 팔라”고 권고했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ZTE의 주가도 5일 기준 11.55% 하락했다. 중신궈지(中芯國際, SMIC)와 화훙(華虹)반도체도 4% 이상의 하락세를 보였다.
5G(5세대 이동통신) 장비 선정을 앞둔 화웨이 역시 “보안 문제가 없다”고 입장문을 발표했다. 앞서 화웨이는 보안 논란으로 미국 호주 등 국가의 장비 입찰에서 배제됐다.
이와 관련 중국내 업계 전문가들은 “말이 안 된다”는 반응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 시나(Sina, 新浪)에 따르면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8년 근무한 중국 전문가는 “인수합병 과정에서 서버 검사를 하는 경우는 굉장히 드물다”며 “BBW측의 주장이 너무 터무니없다”고 주장했다. 스파이 칩은 아마존이 영상 압축 솔루션 전문기업 ‘엘리멘탈(Elemental)’을 인수하기 위해 보안 수준을 점검하던 중 발견됐다고 알려져 있다.
그는 “이미 설계가 완료된 메인보드에 아무도 모르게 칩을 삽입한다는 건 사실 불가능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이어 “가장 단순한 회로도 4~6층으로 구성돼 있다”며 “설계와 다른 칩을 삽입하려면 전력공급선부터 모든 내용을 수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전문가는 “최고의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글로벌 기업 및 정부 기관 서버를 해킹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칩 삽입이 가능했다고 쳐도 기업 안전망을 피해 데이터를 전송한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레노버의 지난 5일간(2~8일) 주식거래 동향 [사진=텐센트증권] |
관련 기관 및 기업이 연달아 스파이 칩을 부인하고 있지만 시장은 ‘사실 여부와 상관없다’ 식의 반응을 보이며 거부감을 표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이미 여러 차례 중국 IT 기업으로 인한 해킹 및 기술이전을 공개적으로 비난해온 만큼 IT 기업에 대한 제재가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발생했기 때문. 일각에서는 ‘제2의 ZTE’가 나타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확산됐다.
미국 행정부는 지난 4월 “ZTE가 북한∙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향후 7년간 미국 기업과 거래를 금지한다”고 밝혔다. 이후 미 행정부는 경영진 교체, 미국 측 준법감시인 고용, 10억 달러 벌금 및 4억 달러 보증금 납부를 조건으로 제재를 해제했다. 당시 가장 큰 시장인 미국을 잃은 ZTE는 존폐 위기까지 몰렸다.
한편 중국 스파이 칩 관련 미국 및 영국 정부기관은 “애플 아마존 등 기업의 성명을 의심할 증거를 갖고 있지 않다”고 밝히며 간접적으로 BBW의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이미 여러 차례 중국 IT 기업으로 인한 해킹 및 기술이전을 공개적으로 비난해온 만큼 IT 기업에 대한 제재가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사진=바이두] |
leem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