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공공기관 지방 이전, 산은·수은 등 포함 여부 촉각
與 정무위 의원들 "금융은 중심에 있어야...국민연금 수익률 봐라"
법제처 "122개 공공기관 지방 이전 추진해야...업무 특성 고려할 듯"
[서울=뉴스핌] 조정한 기자 =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부터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금융공기업의 지방 이전이 실제로 추진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단 여당 핵심 관계자들은 금융기관의 지방 이전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가 전주로 이전한 뒤 수익률이 감소하고 있다는 점 등이 주된 이유다.
빠른 판단과 대처가 필요한 금융권 특성상 지방 이전으로 인한 경쟁력 저하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서울 강남구 팁스타운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leehs@newspim.com |
◆ "산은·수은, 부산이나 전주 내려보낸다고 경쟁력 늘겠나...'총선용' 비난 나올 것"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인 민주당의 한 의원은 "공공기관 이전도 좋지만 금융권 관계자들이 다 지방으로 내려가 뿔뿔이 흩어지면 어떻게 하겠느냐"며 "국민연금만 해도 지방으로 내려가 인재들이 대거 이탈하는 사태가 벌어졌고 지금 수익률이 떨어지고 있는데, 금융권에 그런 일이 벌어지면 상상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여당 의원은 "부산에 한국거래소가 가 있는데 그 곳에서 금융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 큰 부산 사옥을 다 쓰지도 못하고 임대만 주고 있는 게 현실 아니냐"고 금융공기업의 지방 이전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와 달리 여권 일부에선 "금융권이 굳이 지방 이전을 해야 한다면 농협 정도는 가도 되지 않겠느냐"며 "농촌에 특화된 은행인만큼 지방으로 이동하는 것은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는 차선책을 제시했다.
금융공기업 지방 이전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나오면서, 여권에선 공공기관 이전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에 따라 민주당 정무위 소속 의원들 상당수가 산업은행, 수출입은행의 부산·전주 이전에 이의를 제기했다. 한 의원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했고, 또 다른 의원은 "부산을 금융특화지구로 육성한다고 했지만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이 내려간다고 해서 더 나아질 것이 없다. 오히려 총선 대비 표심용 이벤트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산은·수출입 등 금융공기업을 내려보내려면 법을 바꿔야 하는데, 올해가 넘어가면 어렵다"면서 "산업은행을 부산이나 전주에 내려보내게 되면 제2의 국민연금 사태가 불거질 수도 있다"고 전했다.
한편 법제처가 지난 24일 국가균형발전 특별법(이하 특별법) 제정 이후 신규 설립 및 지정된 122개 공공기관에 대해서도 지방 이전 시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아 논란이 일고 있다.
법제처는 공공기관이 수도권에 반드시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입증하지 못할 경우, 지방 이전 시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기관의 설립 시점이 아닌 업무의 특성으로 수도권 소재 여부가 판가름 날 전망이다.
[사진=KDB산업은행 서울 여의도 사옥] |
◆ "공공기관 지방 이전,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에서 우선 논의돼야 할 사안"
당초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구상은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발언에서 시작됐다.
이 대표는 취임과 함께 수도권에 남은 공공기관을 모두 지방으로 옮겨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3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도 “122개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과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숙원사업을 발굴하고 있다”고 밝혀 여권 내부적으로 상당히 힘을 싣고 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민주당 내 정무위 등 소관 상임위 의원들의 입장은 상반된다.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 근거다.
이런 가운데 법제처가 유권해석을 내놓은 것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하는 기폭제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예컨대 연내 지방 이전에 대한 골격을 마련하거나 추진 여부에 대한 실효를 따져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법제처는 최근 유권해석을 통해 “지방 이전 대상 공공기관인지 여부는 해당 기관의 설립 시점이 아닌 해당 기관의 성격이나 업무 특성상 수도권에 소재하는 것이 적합한지를 기준으로 하는 게 타당하다”고 못 박았다.
법제처의 유권해석은 공공기관의 2차 지방 이전에 대한 공론화를 촉발시키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 법제처는 일단 유권해석에서 ‘업무 특성상’이라는 전제조건을 달았다.
반드시 수도권에 있어야만 하는 이유가 명확한 공공기관은 그대로 수도권에 남아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는 반대로 122개 공공기관 모두 의무적으로 내려보내서는 안된다는 반론을 제기한 것이기도 한다.
예컨대 IBK기업은행, KDB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등은 금융 공공기관이라는 특성을 감안할 때 ‘수도권에 남아있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점을 암묵적으로 시사한 것이다.
그럼 수도권에 남아 있어야 할 필요가 충분치 않은 공공기관은 어디일까. 여권과 법제처 유권해석을 추론해볼 때 지방 이전 1순위로는 근로자 1000명 이상 공공기관 가운데 한국지역난방공사, 우체국시설관리단, 코레일네트웍스, 한국임업진흥원, 해양환경관리공단 등이 꼽힌다.
명칭만 듣고서도 지역적 특성과 연계돼야 할 사업 업무를 포함하고 있는 공공기관들이다.
국회 정무위 소속 민주당의 한 의원은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계획이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지 않다"며 "일부 부산 출신 의원들을 중심으로 관련 법안 발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당 내에서 당론 채택을 위한 공론화가 진행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그러면서 "공공기관 이전 문제는 단순히 여당에서 결정한다고 확정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서 우선적으로 논의돼야 할 사안"이라고 일축했다. giveit9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