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총액 뛰어넘는 현금성자산 보유... 금융투자이익 '짭짤'
영업외수익으로 재무제표상 손실 피하긴 어려워.. 관리종목 지정 전망
[서울=뉴스핌] 김민경 기자 = 백세주 등 전통술로 유명한 국순당이 4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한국거래소 관리종목 지정을 앞두고 있다. 올해 흑자전환에 실패할 경우 상장폐지를 논의하는 상장적격성실질심사 대상이 되지만 실제로 상폐 가능성은 적을 것으로 분석된다. 정관상 영업 외 수익으로 분류되는 금융투자수익이 짭짤한 것이 이유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순당은 지난해 27억원 가량 영업손실을 냈다. 4년 연속 주력 사업인 주류 제조 및 판매업에서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같은 기간 주가도 39% 넘게 하락했다.(2014년2월11일, 2019년2월19일 종가 기준)
국순당 주가 추이 [자료=대신증권 HTS] |
전통술 시장의 침체에 따라 매년 영업손실이 발생하고 있지만 증권가에서는 국순당의 기업가치에 대해 우량하다고 평가한다. 국순당이 보유한 금융자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사업보고서 기준 국순당은 97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는데 이가운데 금융수익으로만 267억원을 벌어들였다.
작년 3분기 기준 국순당의 현금성 자산은 353억원 규모다. 여기에 은행 예금 등 금융상품에 넣어둔 금융자산(146억원), 기타 유동채권·자산(718억원)과 임대수익이 나오는 투자부동산(90억원)을 합하면 1300억원이 넘는 규모다.
반면 1년 이내 갚아야 하는 단기차입금은 5억원, 1년 이상 장기차입금은 6억원에 불과하다. 부채비율은 9.8%로 동일 업종인 하이트진로(188.1%), 롯데칠성(165.6%)과 비교해 매우 낮은 상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순당은 VC(벤처캐피탈) 중 하나인 지앤텍벤처투자의 지분 96.5%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지앤텍벤처투자는 지난해 3분기 기준 191억300만원의 총자산을 보유중이며 6억4100만원의 당기순익을 벌어들였다.
지분 98%을 보유한 IMM16호 기업구조조합은 지난해 18억1800만원 규모의 자산을 처분해 131억9800만원의 순익을 냈다. 이밖에 지앤텍 명장세컨더리 투자조합, A&F미래성장 투자조합, 지앤텍3호 벤쳐투자조합 등을 통해 비상장 기업들에 대한 투자를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실제로 시장에 알려진 국순당 포트폴리오 종목들은 셀트리온헬스케어, 블루홀 등 알짜들이다. 국순당 관계자는 "현금성 자산이 많아 수익성 확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포트폴리오 운용 중"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우량한 내부 살림에도 불구하고 올해 한국거래소 관리종목 지정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 상장규정에 따르면 영업손실 4년 연속 발생한 기업은 관리종목으로 지정, 거래소가 일정기간 매매거래를 정지시킬 수 있으며 주식의 신용거래 등이 금지된다.
만약 5년 연속 영업손실이 이어질 경우 상장폐지를 논의하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된다. 국순당의 경우 금융투자를 통한 수입은 계속해서 들어오고 있지만 주력 사업이 금융투자업이 아니기 때문에 재무제표 계정 상 영업외수익으로 분류, 부실기업으로 예측돼 거래소 관리종목으로 편입된다.
그러나 국순당처럼 영업에서 실적이 저조해도 보유현금이 많고 부도 위험이 낮은 등 '기업의 계속성'이 인정될 경우 상장폐지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영업손실이 지속될 경우 상장규정상 관리종목 지정 이후 상장적격성실질심사 대상이 되는 것은 맞다"면서도 "그러나 심사에서는 기업계속성, 경영투명성, 투자자보호 등을 중심으로 종합 검토한다. 당장 부실 위험이 없기 때문에 추후 영업이익을 끌어올릴 개선방안 등을 마련토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다른 한국거래소 관계자 역시 "상장법인으로서 영업을 계속 이어가며 이익을 내는 것이 투자자들에게 가치 있는 회사일 것"이라며 "단순히 부실 위험이 없다고 해서 상장을 존속할 가치가 있을지에 대해서는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내다보기도 했다.
cherishming1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