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연초 미국을 필두로 주요국 주식시장이 상승 기염을 토한 사이 전세계 백만장자들이 현금을 챙긴 것으로 확인돼 관심을 끌고 있다.
슈퍼 부자들의 자산 가운데 현금 비중이 3분의 1에 달한 것으로 파악된 것.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경고로 주요국 증시가 하락 압박에 시달리기 전인 지난 3월 10~28일 사이 조사 결과로, 연초 강세장의 영속성에 대한 자산가들의 회의감을 보여주는 단면이라는 평가다.
월가 [사진=로이터 뉴스핌] |
아울러 오는 10일 미국이 예고한대로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10%에서 25%로 인상, 무역 전면전이 재개될 경우 현금 선호 현상이 한층 더 고조될 전망이다.
8일(현지시각) UBS가 17개국의 머니 매니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백만장자들의 총 자산 가운데 현금 비중이 32%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역별로는 아시아와 남미의 현금 비중이 36%를 기록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치를 나타냈고, 스위스와 그 밖에 유럽 지역이 각각 31%와 35%를 나타냈다. 미국 백만장자들의 현금 비중은 23%로 집계됐다.
스위스은행의 폴라 폴리토 글로벌 웰스 매니지먼트 부문 전략가는 보고서를 통해 “주요국 전반에 걸쳐 고액 자산가들의 포트포리오에 현금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UBS는 라틴 아메리카의 인플레이션과 아시아 지역의 무역 전쟁 리스크가 자산가들 사이에 적극적인 투자를 가로막는 거림돌로 지목됐다고 전했다.
아울러 미국에서는 과도한 국가 부채와 헬스케어 비용 상승이 백만장자들 사이에 리스크 요인으로 꼽혔다. 일부 자산가는 정치권 혼란을 잠재적인 투자 위험 요소로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뉴욕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등 연초 이후 주요국 주식시장이 강한 상승 모멘텀을 보였지만 이른바 ‘큰 손’들이 현금을 쌓아 둔 것은 실물경제와 자산시장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내는 단면이라고 해석했다.
하루 앞으로 다가온 미국과 중국의 무역 담판이 결렬될 경우 위험자산 기피 현상이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다.
월가의 대표적인 강세론자인 제러미 시겔 프린스턴 대학 와튼스쿨 교수가 관세 인상 시 최대 20%의 주가 하락을 경고하는 등 구루들 사이에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한 경고가 꼬리를 물고 있다.
이미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지난 주말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발언 이후 2% 내외로 급락, 최고치 랠리가 꺾였다.
한편 이번 UBS의 조사는 투자 자산 규모가 100만달러 이상인 개인 자산가 3600명을 대상으로 시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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