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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피고석 서는 양승태·박병대·고영한…핵심 쟁점은?

기사입력 : 2019년05월28일 11:28

최종수정 : 2019년05월28일 11:28

양승태·박병대·고영한, 29일 중앙지법 대법정서 첫 재판
핵심은 ‘직권남용’…검찰-피고인 ‘세기의 법적 공방’ 벌일 듯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역대 대법원장 최초로 구속 기소된 양승태(71·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이 29일 피고인석에 다시 선다. 지난 2월 26일 보석심문에 출석해 “조물주가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 300여쪽의 공소장을 만들어냈다”고 검찰을 작심비판한 지 3달여 만이다.

법조계에서는 전직 사법부 수장과 서울중앙지검 특수부가 벌이는 ‘세기의 법정 공방’이 벌어질 것이라며 주목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박남천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417호 형사대법정에서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62·12기)·고영한(64·11기) 전 대법관들에 대한 첫 공판을 진행한다.

첫 공판에는 그동안 다섯 차례의 공판준비절차와 달리, 피고인 출석 의무가 있기 때문에 세 사람이 모두 출석할 예정이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사법농단’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보석 심문 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2019.02.26 leehs@newspim.com

 ◆  ‘사상최초’ 피고인석 서는 대법관들…쟁점은?

이들 피고인의 혐의 중 핵심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다. 공무원이 자신의 직권을 남용해 부하직원 등 타인에게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권리행사를 방해하면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형을 비롯해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 받을 수 있다.

문제는 ‘권한’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로 봐야 할지다. 이 때문에 대법원은 여러 차례 직권남용죄에서 규정하고 있는 권한을 해석하는 판례를 내놓기도 했다. 현재 법원은 직권남용죄를 판단할 때 “공무원이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을 불법하게 행사하는 것, 즉 형식적·외형적으로는 직무집행으로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정당한 권한 이외의 행위를 하는 경우”를 기준으로 놓는다.

하지만 같은 혐의를 놓고도 박근혜 전 대통령은 유죄를, 이명박 전 대통령은 무죄를 받았기 때문에 법정에서는 이를 두고 치열한 법리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1차 공판준비기일 당시 고 전 대법관 측은 “직권남용죄가 성립하려면 행위의 상대방이 있어야 하고 그 상대방이 의무없는 일을 해야 한다”면서 “공소장에 상대방으로 기재된 행정처 소속 심의관들이나 연구관들은 보고서를 쓸 의무가 있는데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한 상황’에 해당할 것인지 큰 맥락에서 의문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의 지시를 받아 수사정보를 유출하거나 ‘판결 가이드라인’을 하급심에 전달하는 등 행위를 한 하급자들이 “상부의 지시를 따랐다”고 혐의를 부정하는 만큼 이들이 어떤 논리로 이를 방어할지, 재판부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관심을 갖고 지켜볼 만하다.

왼쪽부터 고영한, 박병대 전 대법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고 있는 두 전직 대법관이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18.12.06 kilroy023@newspim.com

 ◆  1심 판결은 해 넘길 수도

검찰은 지난 2월 11일 이들을 일괄 기소했다. 하지만 적용된 혐의가 워낙 많은 데다 공소장만 312장에 달해 연내 1심 판결이 나오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에게 적용한 혐의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무상비밀누설 △허위공문서작성 △허위작성공문서행사 △직무유기 △위계공무집행방해 △공전자기록등위작 △위작공전자기록등행사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국고등손실) 등 9개다. 박 전 대법관은 여기에 형사사법절차전자화촉진법위반 혐의가 추가됐다. 고 전 대법관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직무유기 혐의로 기소됐다.

‘사법농단’ 사건의 핵심 피의자 중 가장 먼저 재판에 넘겨진 임종헌(60·16기) 전 법원행정처장의 경우 지난해 12월 재판이 시작됐음에도 전체 분량의 절반도 심리하지 못했다.

양 전 대법원장과 두 전직 대법관들의 경우 이보다 더 걸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식 재판에 앞서 준비기일을 5차례나 가진 데다, 부동의한 증거 양이 많아 법정에 불러 직접 신문해야 할 증인의 수만 211명에 달하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현재 우선적으로 ‘공범’으로 적시된 임 전 차장과 이규진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이민걸 부장판사(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등 28명에 대해 우선 증인채택한 상태다.

재판부는 29일 재판을 시작으로 주2회 재판을 이어가며, 내달부터 본격적인 증인신문에 들어간다.

 

adelant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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