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2차 조사에서 구두로 안내했고 확인서 자필로 작성하도록 했다"
인권위 "진정인이 온전히 자의적으로 작성한 것으로 보기 어려워"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경찰이 피의자 조사 전 진술거부권 등을 안내하지 않은 것은 헌법이 보장한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5일 인권위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11월 한 경찰서 교통조사팀에서 2차례 조사를 받았으나 진술거부권과 변호인조력권을 제대로 고지받지 못했다고 진정을 제기했다.
담당 경찰관은 인권위에 “1차 조사는 A씨의 보복운전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과정으로, 실무상 범죄혐의가 명백하지 않아 피의자 신문조서가 아닌 진술조서를 작성했기 때문에 진술거부권 및 변호인선임권 등을 고지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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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가 전국 대학 운동선수를 대상으로 인권교육을 시행한다. [사진= 국가인권위원회] |
이어 “2차 조사에서는 진정인에게 진술거부권 및 변호인 조력권을 구두로 고지했을 뿐 아니라 진정인이 모니터 화면 상으로 해당 내용을 읽을 수 있도록 조치했고, 조사 종료 후 진정인이 ‘진술거부권 및 변호인 조력권 고지 등 확인서’를 자필로 기재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1차 조사가 △경찰이 조사 시작 전 보복운전 상황이 촬영된 블랙박스 영상을 확보한 점 △A씨가 차량의 실제 운행자라는 사실을 확인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 △진술 조서상 질문 내용이 ‘상향등을 50초간 점등한 것을 인정하는지’, ‘앞지르기 후 고의적으로 브레이크를 잡은 것은 아닌지’, ‘성급하게 추월한 것은 아닌지’ 등 진정인의 혐의사실 규명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점에서 조서 형식과는 관계없이 실질적으로 피의자 신문의 성격을 가진 것으로 봤다.
2차 조사에서도 경찰이 조사 전 A씨에게 구두로 진술거부권 및 변호인 조력권이 있음을 고지했지만, 진술거부권 및 변호인 조력권을 행사할 것인지 여부는 질문한 사실이 없는 점 등도 확인됐다.
이에 따라 인권위는 해당 경찰서장에게 재발 방지를 위해 소속 직원들을 대상으로 직무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
imb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