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재산국외도피·외국환거래법위반 등 혐의
정 씨 "아버지 피해 막연하게 한국 떠날 생각"
[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고(故)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 넷째 아들 정한근 씨가 국외 도피 당시 여권 위조 혐의와 관련해 공소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고의성이 없었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윤종섭 부장판사)는 30일 오전 10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재산국외도피) 등 혐의로 기소된 정 씨에 대한 2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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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이날 추가 기소한 정 씨의 공문서위조 혐의와 관련해 "피고인은 1998년 6월경 지인을 통해 여권을 위조한 뒤 유효한 증명 없이 심사를 통과해 출국했다"며 "정 씨는 공문서위조, 위조공문서행사, 출입국관리법 위반, 밀항단속법 위반 등 범죄행위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이에 피고인 의견 진술 기회를 얻은 정 씨는 "공소사실에 대해 모두 인정하지만 당시 친구에게 (여권 위조를) 구체적으로 부탁한 적은 없고 될 거라고 생각도 못 했다"며 "아버지 때문에 피해받기 싫어서 막연하게 (한국을) 떠나있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여권 위조에 대해 몰랐고 친구와 동행하다가 얼떨결에 나가게 됐다"며 "어찌 됐든 결과적으로 (공문서위조를) 행사한 것은 맞다"고 덧붙였다.
정 씨의 변호인은 외국환관리법 위반 혐의에 대해 "검찰은 피고인이 국내에 반입해야 할 자산을 국외에서 은닉·도피해 법령을 위반했다고 한다"며 "국내에 반입해야 할 자산은 무엇이고 언제까지 들여와야 하는지 반입 의무 규정 법령을 밝혀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당시 외국환관리규정에 의하면 회수 의무가 부과된 채권 액수가 미화 3만불을 초과할 경우 국내로 회수해야 한다"며 "반입 시기는 채권 추심이 가능해졌을 때부터 180일 이내이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에 서증 조사와 양형 심리, 피고인 신문, 최종변론까지 진행한 뒤 심리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검찰에 따르면 정 씨는 1997년 자신이 실소유주인 동아시아가스주식회사(EAGC)가 갖고 있던 러시아 석유회사 주식 900만주를 5790만 달러에 매각하고도 2520만 달러에 매각한 것처럼 꾸며 320억여원 상당을 횡령하고 해외에 은닉한 혐의를 받는다.
다만 검찰은 이 가운데 60억여원은 공범들이 정 씨 몰래 빼돌린 것이라는 정 씨 측 주장을 받아들여 혐의액에서 제외했다.
또 당국의 허가 없이 외국으로 돈을 지급한 혐의(외국환관리법위반)와 해외 도피 과정에서 서류를 위조한 공문서위조 혐의도 적용됐다.
정 씨는 수사를 받던 중 1998년 6월 해외로 잠적했다. 이에 검찰은 2008년 9월 공소시효 만료를 앞두고 정 씨를 불구속기소 했다.
이후 정 씨는 지난 6월 에콰도르에서 체포돼 국내로 송환됐고 재판이 시작됐다.
정 씨의 다음 재판은 11월 27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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