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고난도 금융상품 판매 제한...사모펀드 시장 건전화 차원 대책
"파생형 금융상품·구조화상품 개별 상품에 대한 리스크 판단 중요"
[서울=뉴스핌] 김형락 기자 = 해외 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원금손실 사태 재발방지를 위한 금융당국의 대책 발표 이후 증권사 지점이 고위험 금융상품 판매 전담 창구로 떠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증권사 지점이 전문성을 갖춘 고위험 금융상품 판매창구로 자리매김 하기 위해선 리스크 관리와 함께 판매 상품 선정 때 고객 관점 반영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20일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 선임연구위원은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은행 창구에서 고난도 금융상품 판매를 제한한 DLF 후속대책은 사모펀드 시장 건전화 차원에서 그동안 펀드 판매채널 관행을 반영해 만든 정책"이라며 "앞으로 증권사들은 지점에서 판매할 고위험 사모펀드를 선정하는 단계에서부터 고객 관점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핌] 김형락 기자 =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 선임연구위원 2019.11.20 rock@newspim.com [사진=자본시장연구원] |
지난 14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해외 금리 연계 DLF 손실 사태와 관련해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주요내용은 △고난도 금융투자상품(파생상품을 내재해 가치평가방법을 투자자들이 이해하기 어렵고, 최대 원금손실 가능성이 20~30% 이상인 상품) 도입 △은행의 고난도 사모펀드 판매 제한 △사모펀드 최소투자금액 '1억원 이상→3억원 이상'으로 상향 등이다. 금융당국은 2주 동안 의견수렴을 거쳐 최종방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이번 대책으로 증권사 지점은 고위험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주요 창구 역할을 맡게 됐다. 은행의 고위험 사모펀드 판매에 제동이 걸리면서다. 금융당국은 소비자들이 은행에 기대하는 원금보장 수준이 높기 때문에 은행창구에서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을 판매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현재 증권사는 사모펀드 주요 판매처이기도 하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9월 30일 기준 전체 사모펀드 판매규모는 증권 321조6724억원(82.27%), 은행 22조7570억원(7.10%), 보험 3조1838억원(0.81%) 순으로 나타났다. 고위험 금융상품에 속한 파생형 사모펀드로 기준을 좁혀도 증권사를 통해 팔린 금액이 26조4514억원로 은행 4조4865억원 보다 크다.
송 연구위원은 금융기관별 사모펀드 판매 규모도 중요하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금융회사가 지닌 개별 상품에 대한 판단 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상품구조와 펀드 편입자산의 방향성 예측 등이 각 금융회사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그는 "이번 DLF 손실사태의 교훈은 은행과 증권사 사이에 고객 최선 관점이 구별된다는 점"이라며 "은행에 비해 증권은 DLF 상품을 덜 팔았는데, 증권사들이 시장에 있는 상품을 왜 팔지 않았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파생형 금융상품이나 구조화상품은 개별 상품에 대한 리스크 판단이 중요한데, 증권사는 리스크 관리와 개별 상품 판매 여부 결정 단계에서 고객 관점을 잘 반영했다는 방증"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은행에 비해 증권사 지점 창구가 부족한 점은 풀어야 할 숙제로 꼽았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56개 국내외 증권사들의 국내지점은 총 978곳이었다. 반면 시중은행의 국내지점은 총 3270곳(지난 6월 말 은행연합회 통계)이다.
송 연구위원은 "증권사 지점 창구가 많지 않아 고위험 상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접근성이 제한될 수 있다"며 "위험상품 손실 사태에 대한 대응책으로 은행에 고위험 금융상품 판매를 제한했지만, 종합자산관리 측면에서 은행은 중요한 판매채널이기 때문에 추후 은행들이 인센티브 구조를 개편하는 등 고객 관점을 보다 강화해 보완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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