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구글 모기업인 알파벳부터 항공사 유나이티드 에어라인까지 미국 기업들의 최고경영자(CEO)의 줄사퇴가 뜨거운 감자다.
경영 일선에서 퇴진한 기업인이 11월에만 148명에 달했다. 연말까지 5명의 CEO가 추가로 사퇴할 경우 연간 기준으로 11년 전 금융위기 당시의 최고치 기록을 뛰어넘을 전망이다.
래리 페이지(좌)와 세르게이 브린(우) [사진=로이터 뉴스핌] |
미국과 중국의 극심한 무역 마찰에 따른 수익성 악화와 경기 침체 리스크에 따른 불확실성이 경영진 물갈이의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11일(현지시각) 경영 컨설팅 업체 첼린저 그레이 앤드 크리스마스에 따르면 11월 148명의 미국 기업 CEO가 사퇴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올들어 1~11월 사이 자리에서 물러난 기업인이 1480명에 달했다. 이는 11개월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에 해당한다.
12월 5명의 CEO가 퇴진할 경우 연간 기준으로 금융위기가 강타했던 2008년 기록 1484명을 깨고 연간 기준으로도 사상 최고치를 나타낼 전망이다.
무역 전면전에 따른 경제적 불확실성과 새로운 IT 기술 등장에 따라 발생한 새로운 경영진 수혈의 필요성이 연초 이후 미국 주요 기업의 CEO 줄사퇴를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무역 마찰과 첨단 IT 기술은 기존의 공급망과 비즈니스 구조를 크게 흔들어 놓았고,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새 경영진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특히 구글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의 사퇴 소식이 IT 업계는 물론이고 주요 외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페이지는 구글 모기업인 알파벳의 CEO에서 물러나고 구글의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가 알파벳의 수장을 맡기로 했다.
구글 공동 창업자인 브린 역시 알파벳의 사장직에서 물러난다. 회사 측은 브린의 후임을 정하지 않았고, 직책 자체가 폐지된다고 밝혔다.
구글 신화를 세운 두 IT 업계 구루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자신들의 블로그를 통해 "이제 기업 지배구조를 단순화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지난주에는 미 항공사 유나이티드 에어라인의 오스카 무노즈 CEO가 내년 5월 사퇴한다고 발표했다. 후임에는 사장 스콧 커비가 결정됐다.
온라인 여행 서비스 업체인 엑스피디아는 비즈니스 전략을 둘러싼 이견과 마찰로 인해 경영진 물갈이가 벌어진 사례다.
업체는 마크 오커스트롬 CEO가 사퇴하기로 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지난 2017년 당시 다라 코스우샤히 CEO가 우버 수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CEO에 오른 그는 2년여만에 물러나는 셈이다.
엑스피디아의 앨런 피커릴 최고재무책임자 역시 경영 전략을 둘러싼 다툼 끝에 퇴진하기로 했고, 베리 딜러 회장 역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장기 리더십 계획에만 관여한다는 계획이다.
첼린저 그레이 앤드 크리스마스의 앤드류 첼린저 공동 대표는 CNBC와 인터뷰에서 "올해 경영진 물갈이가 사상 최대 규모로 이뤄진 것은 거의 모든 산업에 걸친 공급망 교란에 따른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