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한국의 인종차별, 외국인 혐오 확산 우려"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국내 거주하는 이주민 10명 중 6명 이상은 '한국에 인종차별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가 국가인권위원회 의뢰로 국내 거주 이주민 310명을 대상으로 인종차별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68.4%(212명)가 '한국에 대체로 인종차별이 존재한다'고 응답했다. 공공기관에 종사하는 공무원·교원 응답자 342명 중에서는 89.8%(307명)가 같은 대답을 내놨다.
19일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가 발표한 '한국사회의 인종차별 실태와 인종차별철폐를 위한 법제화 연구' 보고서의 인포그래픽 [사진=국가인권위원회] |
이주민들이 생각하는 차별 사유로는 '한국어 능력 부족'이 62.3%이 가장 높았다. '한국인(국적)이 아니라서'라는 응답도 무려 59.7%에 달했다. △인종 44.7% △민족 47.7% △피부색 24.3% 등의 차별 사유가 뒤를 이었다.
'한국에 인종차별이 존재한다'고 응답한 공무원·교원들은 △인종(89.8%) △피부색(90.1%) △국적(88.3%)을 대표적인 차별 사유로 꼽았다.
이주민들이 겪은 차별 유형은 '언어적 비하를 들었다' 56.1%, '사생활을 지나치게 물어본다' 46.9%, '기분 나쁜 시선으로 쳐다본다' 43.1% 등으로 집계됐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는 보고서를 통해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가 옹호되는 한국사회에서 인간의 보편적인 권리가 이주민에게는 적용되지 않거나 이주민들은 어떤 것을 향유하거나 누릴 수 있는 존재라는 생각이 아예 없는 것 등 한국인과 이주민 간의 위계적 구분이 당연한 것처럼 인식하는 것이 인종차별 의식"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국제연합(UN·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지난 2018년 "한국의 인종차별과 외국인 혐오 확산에 크게 우려를 표명하고 인종차별 확산 금지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을 한국 정부에 권고한 바 있다.
인권위 관계자는 "이번 실태조사의 표본이 모집단을 충분히 대표하거나 외적 타당도를 확보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대체적인 경향의 단면은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앞으로 유엔인종차별철폐위원회 권고의 국내 이행을 촉진하기 위해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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