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뉴스핌] 순정우 기자 = 경기문화재단 백남준아트센터는 2020년 첫 기획전시인 '침묵의 미래: 하나의 언어가 사라진 순간'을 8일부터 백남준아트센터 홈페이지에서 공개한다고 밝혔다.
전시포스터 [사진=경기문화재단] |
이 전시는 2월 27일 개최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의 예방 및 관람객 안전을 위해 2월 24일부터 아트센터가 임시 휴관하면서 관객과 만나지 못했다. 백남준아트센터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있는 시민들의 지친 마음에 예술이 힘을 보탤 수 있기를 바라며, 일찍 준비해둔 전시를 온라인에서 소개한다. 백남준아트센터는 현재 잠정 휴관중이며, 코로나19 안정화 추이에 따라 재개관시 별도 안내할 예정이다.
기획전 '침묵의 미래: 하나의 언어가 사라진 순간'은 소설가 김애란의 단편소설 《침묵의 미래》에서 포착한 질문을 단초로, 말과 글이면서 신체이자 정령, 실체이자 관념, 그리고 체제이자 문화인 언어를 들여다본다. 동시에 지배 언어가 낳는 계급과 소외, 생존 도구로서 인권과 직결된 언어의 힘을 시각예술로 제시한다. 전시는 일상에 서서히 스며든 언어 양극화와 연동한 문제들을 환기함으로써 눈에 보이지 않는 언어의 힘과 다양성을 새로이 바라보게 한다.
"미디어에 대한 모든 연구는 언어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백남준의 말은 그가 한국에서 태어나 일본, 독일, 미국에서 살며 언어의 권력 체계가 어떻게 인간의 신체와 생각을 지배하는지 경험한 것에서 비롯한다. 8명의 참여 작가들은 전시 제목처럼 사용자가 점점 줄어들어 사라지거나 소멸될 위기에 처한 언어에 주목하거나, 역으로, 우위를 점한 특정 언어의 권력에 의문을 제기하고 다양한 언어에 새로운 지위를 부여한다.
또한 비언어를 통한 의사소통에도 구체적인 형태와 리듬, 목소리가 있음을 강조한다. 이러한 작업은 해당 언어를 사용하는 공동체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결국, 기술의 발전과 연동한 언어의 변화와 삶의 태도를 들여다보는 작가들의 탐구는 우리 내면에 잠재된 편견과 혐오, 문명사회 전체에 들이닥친 양극화의 명암을 드러낸다.
본 기획전에는 한국은 물론 미국 뉴욕,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레바논 베이루트 등 다양한 지역에서 참여한 작가 8명의 영상 8점, 설치 3점, 총 11점의 작업이 전시된다. 전시 제목 그대로 소멸하는 언어를 주제로 작업해온 김우진은 <완벽한 합창> 4채널비디오 작업으로 제주어와 함께 해녀라는 삶의 형태 또한 사라지고 있는 현실을 드러낸다.
반면, 한국에서 태어나 뉴욕에서 거주하며 활동하고 있는 제시 천은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언어라는 영어의 권위와 파급력에 의문을 제기하며, 기존의 영어 학습 교구, 동영상, 학습지를 재료로 영상, 사운드, 설치 작업으로 언어의 물리적 형태와 심리적 태도를 재구성한다.
로렌스 아부 함단의 <논란의 발화>는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영어라는 언어를 사용하면서 빚어내는 결정적인 오해나 오역의 순간들을 실제 입 크기와 유사한 디오라마로 제작해 발화의 순간이 한 사람의 삶에 미치는 영향력을 직접적인 사례와 증거로 드러낸다.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활동하는 로렌스 아부 함단은 2019년 영국 미술상 터너프라이즈를 공동 수상하면서 세계적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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