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경기도 파주시 대성동 마을에서 구석기 시대 석기를 비롯해 다양한 유물이 발견됐다. 특히 구석기 시대 뗀석기 유물은 2004년 개성공업지구 문화유적 남북공동조사 당시에도 1점 발견된적 있어 주목된다.
문화재청(청장 정재숙)은 국립문화재연구소(소장 지병목)를 중심으로 구성된 비무장지대 실태조사단이 지난달 26일부터 29일까지 파주 대성동 마을에서 실시한 실태조사에서 구석기 시대 유물을 수습했다고 9일 밝혔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대성동마을 수습 뗀석기, 개성공업지구 남북공동조사 시 수습 뗀석기(오른쪽) [사진=문화재청] 2020.06.09 89hklee@newspim.com |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마을 남쪽 구릉일대에서 확인된 구석기 시대 뗀석기인 규암 석기 2점으로 찌르개와 찍개류의 깨진 조각으로 추정된다. 그중 찌르개는 큰 몸돌에서 떼어낸 격지를 이용해 제작했으며 석기의 길이 축을 중심으로 양쪽 가장자리 날 부분을 잔솔질해 대칭을 이룬 날을 제작했다. 전체 둘레 형태는 마름모꼴이다. 석기가 수습된 지역은 주변 일대보다 지대가 높은 구릉 정상부로 규암 석재가 다수 확인되고 있어 구석기 시대 뗀석기 등 유물의 추가 수습과 유적의 확인을 위한 추가조사가 필요하다.
이러한 구석기 시대 뗀석기 유물은 2004년 개성공업지구 문화유적 남북공동조사 당시에도 1점이 발견돼 북의 대표적인 고고학 학술지인 '조선고고연구' 2005년 2호에 사진이 수록될 만큼 남북 고고학계에서 모두 높은 관심을 가졌다.
대성동 마을의 서쪽에서 흐르는 사천은 임진강 지류에 속하는데 이미 임진강 유역에서 적지 않은 수의 구석기시대 유적이 조사된 바 있고 특히 대성동 마을과 기정동 마을은 사천을 중심으로 서로 마주 보고 있어 앞으로 2개 마을에 대한 남북공동조사가 이뤄질 경우 더 큰 성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마을 서쪽으로 군사분계선에서 불과 400m 정도 거리에 있는 태성은 토축성으로 내부에 방문객들을 위한 팔각정이 시설되기는 했으나 비교적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동서방향에 문지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서문지와 외곽 둘레에서 고려~조선 시대의 토기와 기와 조각이 수습됐으나 주변에서는 시기가 이른 유물도 확인됐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수습된 유물 [사진=문화재청] 2020.06.09 89hklee@newspim.com |
북쪽에는 치(성벽에서 돌출시켜 쌓은 방어시설)와 같이 돌출된 부분이 육안으로 확인됐으나 안전상의 문제로 접근이 어려워 지상라이다(근적외선 레이저를 이용해 대상물의 형상 등 물리적 특성을 측정하는 첨단장비)를 이용해 확인했다.
이밖에 대성동 마을 주변으로 8곳의 매장문화재 유존지역을 설정했고 노출된 지표면에 고려~조선 시대 유물들이 산재하고 접근이 어려운 구릉에서도 봉분 등이 산발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한편 실태조사단은 한국전쟁 이후 비무장지대 내 주민들의 삶이 이어지고 있는 유일한 마을인 대성동마을의 경관적 특징도 조사했다. 정전협정에 따라 비무장지대 남측 구역에서 주민이 거주할 수 있는 유일한 마을로 선정된 대성동 마을은 1972년과 1980년 정부 주도로 이뤄진 종합개발계획에 의해 전형적인 농촌의 모습과 전혀 다른 경관이 조성됐다.
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쪽에 있는 기정동 마을이 서쪽에 있고 두 마을이 서로 마주하고 있어 주택은 모두 서향이다. 정면에 해당하는 서측면을 강조하는 디자인, 동고서저 지형에 따라 층수를 높게 하는 주택 배치, 격자형의 택지 분할 등이 특징이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대성동마을 공회당 진입 전경 [사진=문화재청] 2020.06.09 89hklee@newspim.com |
또한, 마을에는 국기게양대를 비롯, 공회당(자유의 집) 등 다른 농촌 마을에서는 볼 수 없는 시설들이 있다. 특히 공회당은 1959년 건립된 벽돌조의 건물로 재료의 특징을 조형적 요소로 활용한 디자인, 트러스 구조를 사용해 12×16m의 공간을 구성하는 등 당시로서는 구조와 시공, 디자인 면에서 주목할 만한 모더니즘 건축양식을 보여주고 있다. 실태조사단의 조사결과를 토대로, 문화재청은 향후 안정적인 보존방향을 모색해 나갈 예정이다.
26일부터 29일까지 4일간 진행된 이번 제1차 실태조사는 대성동마을 주민과 통일부, 국방부, UN사 등 관계 기관의 협조를 통해 원활히 추진될 수 있었다. 세계유산 등재를 비롯한 비무장지대 국제평화지대화를 위한 노력의 일환인 이번 비무장지대 내 문화와 자연유산에 대한 종합실태조사는 판문점 JSA(공동경비구역), 태봉 철원성, 고성 최동북단 감시초소 등과 대암산·대우산 천연보호구역, 건봉산·향로봉 천연보호구역 등 40여 개소를 대상으로 내년 5월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89hk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