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세 지미 워커, 미국PGA투어 찰스 슈왑 챌린지에 '해머 클럽' 들고 출전
대회 앞두고 트랙맨 시험에서 헤드 스피드 122마일, 거리 335.5야드 기록
코로나19로 쉬는 도중 예전 클럽 만지작거리다가 12년전 스펙으로 회귀
[서울=뉴스핌]김경수 객원 골프라이터 = 드라이버에 스틸 샤프트를?
요즘 파워 히터들에게서조차 볼 수 없는 클럽을 맞춰들고 대회에 나서는 선수가 있다. 만 41세인 지미 워커(미국)다.
지미 워커가 스틸 샤프트를 장착해 맞춘 드라이버. [사진=골프wrx] |
지미 워커 [사진= 미국PGA투어] |
워커는 11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의 콜로니얼CC에서 열리는 미국PGA투어 찰스 슈왑 챌린지에 스틸 샤프트가 장착된 드라이버를 들고 출전할 예정이라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워커가 맞춘 드라이버는 타이틀리스트 TS3 헤드에 스틸(트루 템퍼 X 100) 샤프트를 끼운 것이다. 길이는 44인치이고, 로프트는 8.5도, 스윙 웨이트는 D5다.
워커는 연습라운드 때 이 드라이버를 들고 나와 트랙맨을 통해 탄도와 거리 등을 측정했다.
트랙맨에 나타난 그의 헤드 스피드는 시속 121.5마일로 로리 매킬로이, 게리 우들랜드 등 장타자들과 버금갔다. 볼 초기 속도는 179.0마일, 스핀량은 2568rpm이었다.
이 클럽으로 잰 그의 드라이버샷 캐리(날아가는 거리)는 314.3야드, 총 거리는 335.3야드로 기록됐다. 해머같은 느낌의 스틸 샤프트로 그만한 스피드와 거리를 내는 것이 놀랍다.
그는 스푼(3번 우드)에도 똑같은 스틸 샤프트를 장착했다. 스푼 길이는 42인치, 로프트는 15도다.
2001년 프로가 된 워커는 투어 통산 6승째를 기록중이다. 그 가운데는 2016년 USPGA 챔피언십 우승도 들어있다. 워커는 메이저대회 우승 이후 약 4년째 승수를 추가하지 못하고 있다. 올시즌 페덱스컵 스탠딩은 157위, 현재 세계 랭킹은 249위다
81kg, 189cm의 체격인 워커는 장타자는 아니다. 올시즌 그의 드라이버샷 평균거리는 298.1야드로 이 부문 105위다.
워커가 독특한 드라이버를 장만하게 된 것은 코로나19로 인한 강제 휴식 덕분이다. 그는 투어가 중단된 지난 3월말 따분하게 시간을 보내다가 왕년에 사용했던 타이틀리스트 970 페어웨이 우드(스틸 샤프트 장착)를 발견했다. 아마추어 시절이던 2001년초 이 클럽을 들고 처음으로 미국PGA투어 바이런 넬슨 대회에 나간 것을 생각하고는 그 때의 기억을 더듬었다.
드라이버 샤프트는 1990년대말~2000년대초반 스틸에서 그라파이트로 바뀌었다. 그라파이트 샤프트는 스틸에 비해 가벼워서 스윙 스피드를 더 높일 수 있었고, 높은 스윙 스피드는 현대 골프에서 필수적인 장타로 연결됐기 때문이다. 지금 미국PGA투어프로 중 스틸 샤프트를 끼운 드라이버를 쓰는 선수는 하나도 없다.
타이틀리스트에 따르면 2008년 이후 미국PGA투어에서 스틸 샤프트가 장착된 드라이버를 사용한 경우는 딱 두번이었다고 한다. 워커도 오랫동안 스틸 샤프트를 고집했다. 그는 2008년초 소니오픈에서도 스틸 샤프트가 장착된 드라이버를 사용했다. 워커는 그 해 그라파이트 샤프트로 바꿨는데, 다른 선수들에 비해서는 늦은 교체였다.
그로부터 올해초까지 10년 이상 그라파이트 샤프트를 써온 워커는 예전 클럽을 만지작거리면서 '향수'를 느꼈다. 한걸음 나아가 이번 기회에 다시 스틸 샤프트를 써보자고 결심하고, 타이틀리스트 클럽 담당자에게 연락해 새 클럽을 장만한 것이다.
그는 "스틸 샤프트 드라이버를 쳐보니 감이 좋았다. 오래전에 플레이하던 느낌이 왔다. 스티프 그라파이트보다 스티프 스틸이 내 스윙에 더 맞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워커는 2017년에는 42인치 드라이버를 들고 나서 화제가 됐는데 당시 그는 "장타보다는 볼을 페어웨이에 안착시키는 것이 중요해서 그랬다"고 설명했었다.
클럽에 관한한 독특한 시각을 지닌 워커가 이 스틸 샤프트 드라이버를 계속 쓸지는 두고볼 일이다.
ksmk754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