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재보험시장 '레드오션'…투자 수익성 낮아
뮌헨리·스위스리 등 글로벌 재보험사와 경쟁해야
[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금융당국이 국내 재보험 시장 활성화를 위해 진입 장벽을 낮추기로 했지만, 코리안리 같은 제 2의 전업 재보험사 탄생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미 국내 재보험시장이 수익성이 떨어진 '레드오션'인데다, 글로벌 네트워크와 업(業)에 대한 노하우 등 갖춰야 할 것이 많기 때문이다. 2000년대 이후 수 차례 재보험사 설립 시도가 있었지만, 번번이 무산된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분석이다.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2006년 국내 손해보험사들이 공동으로 재보험사 설립을 시도한 것을 시작으로 2008년 신한금융지주, 2010년 KDB산업은행 등 국내 '제 2 코리안리' 설립 시도가 있어왔다. 최근엔 현재 매각절차가 진행중인 KDB생명의 재보험사 전환 가능성이 거론된다.
[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2020.06.15 tack@newspim.com |
지난 2014년 금융당국이 재보험사 설립 완화 정책을 발표하자, 금융감독원 초대 보험 부원장보 출신이자 당시 팬아시아리컨설팅 대표였던 김기홍 현 JB금융지주 회장이 제2 재보험사 설립에 나섰다. 그러나 설립 요건 최소 자본금은 300억원이었지만, 원활한 운영을 위해 최대 자본금 3000억원을 유치를 목표로 하며 어려움을 겪었다.
이후 김 회장이 2014년 10월 KB금융지주 회장 출마를 위해 팬아시아컨설팅 대표를 사퇴하면서 제2 재보험사 설립은 흐지부지됐다. 당시 업계에선 김 회장 외에도 몇몇 후보군이 재보험사 설립에 도전했지만, 마땅한 투자자를 찾지 못해 계획을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보험업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현재 재보험사 설립 자본금 요건은 300억원이지만 최소 3000억~5000억원 정도의 자본금은 갖춰야 정상 운영이 가능할 것"이라며 "개인이 아닌 삼성화재 같은 주요 보험사들이 나서야할 규모고, 정작 설립을 한다해도 보수적인 보험업계에서 제대로 경쟁력을 갖추기는 어렵고, 그러다보니 투자자들이 투자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뮌헨리(Munich Re), 스위스리(Swiss Re) 같은 세계 거대 재보험사들과 경쟁해 얼마나 이익을 낼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꼽힌다. 재보험업은 보험사에서 인수한 계약을 다시 해외 재보험사에 넘기는 글로벌 산업으로, 글로벌 네트워크와 업력이 필수란 설명이다.
현재 국내 재보험시장은 코리안리가 점유율 80% 정도에 나머지를 뮌헨리, 스위스리, 스코리, 하노버리 등 해외 주요 업체가 나눠갖고 있다. 코리안리도 매출은 10조원 내외지만 영업이익은 2% 미만으로 수익구조가 취약하다. 이에 코리안리는 수 년전부터 국내보다 해외 시장 확대에 나선 상황이다.
이에 따라 보험업계에선 금융위의 이번 재보험 제도 개편안이 전업 재보험사 설립 보다는 이달 도입 예정인 공동재보험과 연계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당국은 지난 1월 국내 보험사들의 보험부채를 감축·조정하기 위한 방안으로 공동재보험 제도를 도입키로 한 바 있다.
공동재보험은 원보험사가 위험보험료 외에 저축보험료 등의 일부도 재보험사에 출재하고 보험위험 이외 금리위험 등 다른 위험도 재보험사에 이전하는 재보험을 의미한다. 전통적 재보험은 전체보험료 중 위험보험료만을 재보험사에 출재해, 보험위험만 이전한다는 점에서 공동재보험과 가장 큰 차이가 있다.
앞서 지난 11일 금융위는 재보험업을 손해보험업으로부터 별도의 업으로 분리하고 허가요건, 영업행위규제 등을 완화키로 했다. 또 재보험사 최저자본금을 현재 30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낮추키로 했다.
ta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