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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눈물·욕설 뒤섞인 박원순 시민분향...이틀째 조문 행렬

기사입력 : 2020년07월11일 17:30

최종수정 : 2020년07월11일 21:27

분향소 곳곳서 눈물·오열..."왜 서둘러 가셨나"
'성추행 의혹' 비판 1인 시위...고성·욕설 난무
이틀째 맞이한 박원순 빈소, 각계각층 발길 이어져

[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을 추모하는 시민분향이 11일 시작된 가운데 애도 물결이 이어졌다. 부모 손을 잡은 어린 학생부터 대학생, 노인까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시민분향소를 찾아 눈물로 박 시장을 배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박 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박 시장을 비판하는 1인 시위까지 벌어지는 등 곳곳에서 고성과 욕설, 몸싸움이 난무했다.

◆ 눈물과 오열..."왜 그리 서둘러 가셨나요"

서울시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서울 중구 서울광장 시민분향소에서 조문을 받기 시작했다. 조문이 시작된 지 4시간 30분이 지난 오후 3시 30분 기준 조문객은 총 2908명으로 집계됐다.

조문이 시작되기 전부터 시민들의 애도 물결은 이어졌다. 부모 손을 잡은 어린 학생부터 고등학생, 대학생, 노인 등 시민들은 박 시장을 추모하기 위해 분향소를 찾았다.

서울시는 조화와 부의금을 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시민은 박 시장이 9년간 몸담은 서울시청 입구에 꽃을 놓았다. 꽃에는 "원순이 형 왜 그리 서둘러 가셨나요. 너무 그리울 겁니다"고 적힌 조그만 쪽지도 꽂혀 있었다.

[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자세한 뉴스는 곧 전해드리겠습니다. 2020.07.11 hakjun@newspim.com

조문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여기저기서 눈물이 터져 나왔다. 한 시민은 절을 한 뒤 박 시장 이름을 부르짖으며 오열했다. 이를 지켜본 조문객들은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기 바빴다. 조문을 마친 일부 시민들은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지 서울광장 주변에 모여 슬픔을 나누기도 했다.

시민 최병준(69) 씨는 "서울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런 비보를 접하게 돼 마음이 굉장히 아프다"며 "박 시장이 서울 시민을 위해 정말 일을 열심히 했던 분이다"고 했다.

이어 "옛날 인권 변호사로 일하셨을 때부터 박 시장을 알게 됐다"며 "갑자기 가시게 돼 가슴이 너무나 아프다. 하늘나라에 가셔서 편히 쉬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그는 말하는 도중 연신 눈물을 훔쳤다.

차우혁(23) 씨는 "생전에 하신 일이 있기 때문에 조의를 표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 분향소를 찾았다"며 "인권변호사로 일하셨고 어려운 계층을 위해 힘쓰셨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다만 성추행 의혹에 대해서는 "차후 밝혀질 것은 밝혀져야 한다"며 "회피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 '성추행 의혹' 비판 1인 시위...곳곳서 고성·욕설·몸싸움

박 시장에게 조의를 표하는 분위기가 이어졌지만 일각에서는 박 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곳곳에서 언쟁이 벌어지면서 고성과 욕설이 난무했고, 일부는 몸싸움까지 벌였다.

[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승강이를 벌이던 조문객이 앉아 오열하고 있다. 2020.07.11 hakjun@newspim.com

이날 오전 11시 27분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무효를 주장하는 간판을 든 할머니가 분향소 주변에서 조문객들을 향해 욕설을 했다. 이에 일부 조문객은 "정신이 나갔느냐"며 욕설로 맞대응했다.

욕설은 곧 몸싸움으로 번졌다. 한 여성이 "그만하라"고 소리치며 할머니를 밀치려 하자, 할머니는 들고 있던 물통을 던졌다. 경찰이 개입해 부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일부는 박 시장을 둘러싼 비서 성추행 의혹을 비판하기도 했다. 이날 오전 11시 20분쯤 조문을 마친 여성 A씨는 박 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대해 언급했고, 이에 또 다른 조문객이 "그만하라"고 항의했다. 그러나 A씨는 비판을 멈추지 않았고, 조문객 중 한 명이 "지금 뭐 하는 것이냐. 방해하러 온 것 아니냐"고 소리쳤다.

일부 박 시장 지지자들은 이번 성추행 의혹이 기획·의도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민 B씨는 "(의혹을) 유도하고 기획을 하고 어떤 의도를 가진 것 아니겠냐"고 했다.

오후가 되자 분향소를 찾는 발길이 늘어나면서 논란은 더 증폭됐다. 급기야 1인 시위도 벌어졌다. 신원을 밝히지 않은 한 여성은 박 시장을 비판하는 피켓을 들고 분향소에서 불과 50m 떨어진 곳에서 시위를 했다. 피켓에는 '박원순의 미투 자살을 의인화하지 말라. 국민혈세 5일간 낭비하는 서울특별시장(葬) 반대한다'고 적혀 있었다.

[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시민분향소가 설치된 서울 중구 서울광장 주변에서 박 시장을 비판하는 1인 시위가 벌어졌다. 2020.07.11 hakjun@newspim.com

박 시장 지지자들은 "남의 상갓집 가서 찬송가를 부르면 좋겠냐"며 "무슨 의인화를 했냐"고 항의했다. 또 다른 시민은 "무죄추정의 원칙도 모르냐"고 소리쳤다. 일부 시민은 여성이 든 피켓을 빼앗으려 달려들기도 했다. 일부 시민들은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하기도 했다.

반면 또 다른 시민들은 "광장에서 누구나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생각의 다양성은 그쪽에서 먼저 이야기하지 않았냐"고 맞섰다.

박 시장은 지난 2017년부터 비서를 성추행한 혐의로 고소당했다. 비서는 박 시장이 텔레그램 메신저를 통해 사적인 사진을 수차례 보내왔으며 또 다른 성폭력 피해자가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 빈소 이틀째...각계각층 인사 발길 이어져

박 시장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도 이날 사회 각계각층 인사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정치권을 비롯해 최장집 고려대학교 명예교수와 염수정 추기경,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등도 차례로 박 시장 빈소를 찾았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기자 = 1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 차려진 고(故)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분향소에서 시민들이 조문하고 있다. 서울시는 박 시장을 추모할 수 있는 분향소를 11일부터 월요일인 13일까지 서울광장에 설치·운영한다고 밝혔다. 2020.07.11 alwaysame@newspim.com

염 추기경은 "박 시장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게 돼 참 안타깝다"며 "유족에게 위로를 드리고 고인을 위해서 기도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서울시가 잘 되도록 서로 기도하고 같이 도우면서 사는 것이 시민으로써의 우리 삶이다"고 덧붙였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박 시장 부인은 건강이 아주 안 좋은 상태여서 어렵게 조문객들을 맞이하고 있다"며 "박 시장과이 시민운동을 할 때부터 많은 인연을 맺어왔다"고 했다. 다만 성추행 의혹에 대해서는 "지금 얘기할 때는 아닌 것 같다"며 선을 그었다.

 

hakju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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