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 모기지(주택 담보 대출) 연체가 21년래 최고치로 뛰었다.
연방준비제도(Fed)의 제로금리 정책에 따라 미국 모기지 금리가 바닥권으로 떨어졌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팬데믹 사태에 따른 충격이 부동산 시장을 강타한 것.
기업 연쇄 파산과 대규모 실직 사태에 월세 대란이 가시화되는 가운데 미국 부동산 시장에서 적신호가 곳곳에 포착되고 있다.
미국 아이오와의 주택 시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20일(현지시각) 시장 조사 업체 코어로직에 따르면 지난 4월 미국 주요 도시의 전체 모기지 연체율이 6.1%로 치솟았다.
이는 4년래 최고치에 해당한다. 모기지 연체율은 27개월 연속 하락한 뒤 팬데믹 충격이 본격화된 4월 상승세로 돌아섰다.
이와 별도로 미 모기지은행연합에 따르면 모기지 상환 유예가 전체 대출의 8.2%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410만건의 모기지 대출의 상환이 연기된 셈이다.
이는 연체에 포함되지 않는 수치로, 향후 연체율이 가파르게 상승할 가능성을 예고하는 대목으로 풀이된다.
연방정부의 지원에 기댄 상환 유예가 종료될 때 해당 대출 물량이 모두 연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4월 전체 모기지 가운데 30일 미만 연체 비중은 3.4%로, 1999년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이는 2008년 서브프라임(비우량) 모기지 사태가 발생하기 전 수치인 2.0%를 크게 웃도는 결과다.
미국 10개 대도시의 30일 이상 연체가 일제히 큰 폭으로 상승했고, 특히 뉴욕과 마이애미 등 일부 지역은 모기지 연체가 10% 이상 늘어났다.
코아로직은 거의 모든 도시의 모기지 전체 연체율이 일제히 상승했고, 애틀란틱 시티와 하와이, 뉴저지, 라스베이거스, 네바다 등 해외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지역의 경우 전반적인 연체율이 5%포인트 이상 뛰었다.
부동산 업계 전문가들은 모기지 연체가 앞으로 12~18개월에 걸쳐 상승 추이를 지속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텍사스와 캘리포니아, 플로리아를 중심으로 39개 지역에 걸쳐 신규 확진자가 급증, 기업 비즈니스 정상화에 제동이 걸리면서 부동산 시장 전망을 더욱 흐리게 한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실업 수당을 받는 실직자는 3200만명에 달했다. 실업 급여지급이 지연되고 있어 실제 실직자는 이보다 훨씬 많다는 판단이다.
아메리칸 에어라인과 유타이티드 에어라인이 각각 2만5000명과 3만6000명의 감원 계획을 내놓는 등 고용 한파가 지속되고 있어 부동산 시장의 압박 역시 상당 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2008년과 흡사한 부동산 위기가 닥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월세를 내지 못해 강제 퇴거 당하는 이들이 속출하는 한편 모기지 연체가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부동산 시장이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한편 블룸버그에 따르면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전세계 부동산 시장의 한파가 두드러졌다. 지난 상반기 글로벌 부동산 투자가 전년 동기에 비해 33% 급감한 것. 특히 아시아 지역의 투자가 45% 위축됐다.
사비스 인베스트먼트의 사이먼 호프 글로벌 자본시장 헤드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부동산 투자가 연내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전세계 경제가 4.9%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한 바 있다.
higrace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