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청기업 대출 자산 모아 시장 조달 계획 차질
9월 첫 대출, 유동화 내년 초로 미뤄, 비용 커져
[서울=뉴스핌] 박미리 기자 = 정부가 항공, 해운 등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기간산업 협력업체 지원을 위해 선보인 대출상품이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 연내 이를 담보로 유동화 증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려던 정부의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최근 시중은행 기업금융 담당자들을 만나 기간산업 협력업체 대출을 적극 취급해달라고 당부했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항공·해운·자동차·조선·기계·석유화학·정유·철강·항공제조 등 기간산업의 협력업체이면서, 2000년 5월1일 이전 설립된 중소·중견기업에 해주는 대출을 말한다.
[사진=KDB산업은행 사옥] |
당국이 시중은행 담당자들을 만난 이유는 지난 9월 개시 후 실적이 기대에 못미치는 수준이어서다. 이는 기간산업 협력업체에 상품의 매력이 떨어지는 영향이 컸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을 이용할 수 있는 대상기업이 협소하고, 대출을 받은 협력업체가 후순위 유동화증권 5%를 인수하도록 하는 등 복잡한 상품 구조로 인해 협력업체에게 금리 이점도 낮다"고 설명했다.
이렇다보니 특히 사정이 상대적으로 나은 우량기업의 신청이 저조하다는 전언이다. 우량기업 확보는 향후 정부 특수목적기구(SPV)가 해당 대출채권을 담보로 유동화증권을 발행할 때 중요한 요소가 된다. 등급을 높이는데 영향을 줘서다.
시중은행에도 상품 유인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시중은행은 대출을 신청한 협력업체의 대출채권 10%(총 5500억원)를 보유해야 한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을 이용하는 협력업체는 낮은 신용도, 부족한 담보 등을 지닌 사정이 좋지 않은 곳"이라며 "부실화될 가능성이 높다보니 은행에서도 대출을 꺼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진 모습이다. 당초 정부는 올해 8월15~18일 시중은행에서 첫 대출이 시행되면 한 달간 대출된 것을 집합해 올 10월 말에서 11월 초 유동화에 나설 예정이었다. 그러나 유동화를 위해 평가 의뢰된 업체가 40여곳으로 여전히 최저 목표였던 50개에 미달하면서, 유동화를 내년으로 연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은행에 따르면 25일 기준 기간산업 협력업체에 나간 대출은 총 82건(금액 2339억원)이다. 즉 부실 가능성이 낮아보이는 절반만 선택을 받았다는 이야기다.
유동화가 늦어지면 자금조달이 늦어져 정부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향후 정부의 역할이 증대될 개연성도 커진다. 해당 유동화증권은 선순위증권 50%를 민간, 중순위 30%는 국책은행, 후순위 20%는 기금과 협력업체가 분담하는 구조다. 이 구조를 유지하면서 우량기업은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채 유동화에 나서면, 등급이 예상보다 낮아져 조달금리는 높아질 수 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가 높아지면 시장에서 물량이 충분히 소화되지 않을 수 있다"며 "산업은행, 수출입은행이 그 물량을 책임져야 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산업은행 관계자는 "6개월간 진행된 대출채권을 대상으로 내년 초 유동화할 예정"이라며 "유동화 일정이 지연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milpar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