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헌·임종룡·윤석남 등 낙점
'금융위·금감원' 대관 나서나
"증권사 입장선 어쩔 수 없어"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증권사들이 부랴부랴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출신 인사들을 영입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금소법 시행에 따라 금융당국 등과 신경전을 펴야 하는 증권사들이 대관업무를 위해 '관피아 모시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오는 18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민병현 금감원 전 부원장보를 차기 감사총괄 임원으로 승인할 예정이다. 민 전 부원장은 감사위원 단독 후보로 내정된 만큼 별다른 변수가 생기지 않는 한 신규 선임은 확실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민 전 부원장은 지난 2016년 3월부터 2019년 3월까지 금감원 부원장보 자리에 앉아 금융투자 감독 업무 등을 수행한 바 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여의도 증권가leehs@newspim.com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을 보면 삼성증권 역시 최근 신임 사외이사로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을 낙점했다. 임 전 위원장은 기획재정부 1차관과 국무총리실 실장,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을 거쳐 제5대 금융위원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현대차증권도 윤석남 전 금융감독원 회계서비스국장을 영입할 예정이다. 현대차증권은 "윤 전 국장은 20여년 이상 금융감독원에 종사한 후 회계법인 고문과 다른 증권사의 감사총괄 등을 역임해 금융분야 관련한 다양한 경험과 전문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영입 배경을 설명했다.
미래에셋대우는 신규 영입은 아니지만 금융감독원 출신인 정용선 사외이사를 재선임 하기로 했다. 정 사외이사는 지난 2013년 코람코자산신탁 대표이사 사장을 지냈고 2008년 법무법인 화우 고문을 거쳐 금융감독원 증권시장담당 부원장보를 역임했다.
금융투자업계는 이처럼 증권사들이 앞 다퉈 관료출신을 영입하는 이유로 오는 25일부터 금소법이 본격 시행된다는 점을 꼽는다. 금소법은 증권사 등이 판매원칙 위반시 징벌적 과징금과 과태료 등을 부과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판매원칙을 위반했을 경우, 증권사 등은 관련 수입의 50%까지 과징금, 최대 1억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 받을 수 있다. 또 고객과 분쟁이 발생했을 경우, 분쟁조정이 진행 중이라면 증권사가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는 내용 등도 있다.
이 때문에 금소법 시행 이후 소비자 분쟁을 두고 증권사와 금융당국, 그리고 금감원과 치열한 접전이 벌어질 것이란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금소법 시행 이전에도 증권사와 당국 간 공방이 적지 않았는데 앞으로 이 같은 사례가 빈번해질 것이란 게 금융투자업계의 시각이다. 증권사 입장에선 금융당국을 상대로 대관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관료출신을 적극 영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대형 증권사 한 관계자는 "라임 사태 등을 계기로 증권사 CEO에 대한 심리적 제재 문턱이 낮아진 상황에서 금소법까지 겹치면서 증권사 모두 적잖게 긴장하는 분위기"라며 "관료 출신 영입을 두고 관피아, 낙하산 등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증권사 입장에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귀띔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위, 금감원 출신들이 증권사에 들어가는 것 자체는 불법이 아니지만 공공기관과 기업 간 유착 고리로 활동하는 등 분명 악용될 수 있는 여지는 있다"며 "앞으로 더 많은 증권사들이 관료 출신을 영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업계 차원에서 주의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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