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현 '다원예술 2021:멀티버스'…기술의 도구 이상의 의미 강조
예술의전당, '내일의 예술展'로 새로운 예술 경험 선봬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첨단 기술을 융합한 미술 작품이 관람객과 소통하는 형태로 미술관에 안착했다. 관람객은 가상현실(VR)과 인공지능(AI) 등 최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한 작품을 가까이서 체험하는 경험은 물론이고 함께 만들어가는 의미를 갖게 됐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올해 문화체육관광부가 '국립문화시설 실감콘텐츠 체험관 조성' 사업을 본격화하면서 VR과 드론 AI 등 기술을 기반으로 한 작품을 선보이는 '국립현대미술관 다원예술 2021:멀티버스'를 1년간 이어간다. 권하윤 작가의 VR작업 '잠재적인 마법의 순간을 위한 XX번째 시도'를 시작으로 올해 말까지프로젝트를 선보인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서현석, X(무심한 연극), 2021 [사진=국립현대미술관] 2021.03.18 89hklee@newspim.com |
관람객이 미술관을 누비며 가상현실을 체험하는 서현석 작가의 작품 'X(무심한 연극)', 인공지능 드론 등을 활용한 안정주·전소정의 '기계 속의 유령'과 로보틱 거울모듈과 천체망원경, 그리고 스튜어트 플랫폼을 이용한 작품인 김치앤칩스의 '헤일로'와 '무제'도 여름에 관람객을 찾는다. 하반기에는 로봇으로 만든 정금형의 '장남감 프로토타입', LiDAR센서와 자율주행 기술로 만든 '디코딩 되는 랜드스케이프'가 10~12월 관람객과 만난다.
예술의전당은 한국전력과 함께 뇌파데이터, 인공지능, 로봇공학 등을 활용한 '내일의 예술展'을 한가람미술관에서 3월 31일부터 4월 17일까지 17일간 무료로 개최한다. 공모로 선정한 국내 작가 12인을 통해 뉴미디어 아트를 대중 친화적인 예술로 소개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이러한 최첨단 기술이 접목된 미술 작품은 관람객이 직접 체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선보이는 서현석 작가의 작품 'X'의 경우 관람객이 직접 VR장치인 HMD(Head Mounted Display)를 머리에 쓰고 가상현실 영상이 담긴 작품 속에 들어가게 된다. 가상현실을 통해 미술관을 걸어다니는 행위를 하고, 몰입도를 높이는 영상을 온 몸으로 체험하면서 작품을 경험한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SCI (2021)의 '마스크 미착용 시 ( )에 제한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SCI [사진=예술의전당] 2021.03.30 89hklee@newspim.com |
또 '내일의 예술展'에서 소개되는 마스크로 인한 소통의 문제점을 고찰하는 SCI의 작품 '마스크 미착용 시 ( )에 제한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도 마찬가지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작품으로 관객 참여가 필요하다. 관객의 마스크 속 얼굴을 인공지능을 이용해 화면에 투사하는 작업으로 마스크로 잃어버린 표정의 절반이 우리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준다.
굿 음악을 듣는 관객의 뇌파 데이터를 수집해 신명풀이의 과정을 시각화한 이스트허그의 '신명:풀림과 맺음',과 인격화된 OS로 태양을 연출해 관객의 체온과 움직임에 반응하는 이장원의 키네틱 조형 작품 '윌슨#20201.c19'도 관객의 직접 참여로 작품의 의미가 증폭되기도 한다.
유인택 예술의전당 사장은 이번 '내일의 예술展'을 통해 기술과 예술의 만남을 통해 관람객이 다양한 경험을 하기를 바랐다. 그는 '"뉴미디어 아트가 더는 낯설고 어려운 장르가 아닌 이 시대의 새로운 예술임을 알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이스트허그의 '신명:풀림과 맺음'(2021), ⓒ이스트허그 [사진=예술의전당] 2021.03.30 89hklee@newspim.com |
성용희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는 기술을 기반으로 한 미술 작품 전시를 통해 관람객이 기술의 의미와 그 이상의 것을 생각해볼 기회라고 언급했다. 성용희 학예연구사는 "이번 '국립현대미술관 다원예술 2021:멀티버스'의 취지는 몰입력을 높이는 기술이 우리 사회에 활용될 때 단순히 도구 이상의 것임을 생각해볼 기회를 마련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람객은 VR체험이 허상임을 알면서도 몰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작품을 통해 생각해보는 계기를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성 학예연구사는 이어 "미술관이 옛날같이 단순한 시각적 경험 이상의 공간이라는 것은 이미 이야기가 된 것이고, 기술이 동반된 실감형 콘텐츠는 기본적으로 문화적 콘텐츠를 담고 있다"며 "현대미술은 그 트렌드 안에서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89hk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