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주식·채권 모두 수익률↓
국내선 최장기 매도세 행렬
"개미들 호주머니 턴다" 비판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자본시장의 큰 손으로 꼽히는 국내 3대 연기금이 지난해 국내투자로 30% 넘는 수익률을 거둔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해외주식투자로 인한 수익은 10% 수준에 머물렀다. 지난해 국내 증시가 대폭락 이후 'V자' 반등에 성공하면서 재미를 본 연기금이 올해는 최장기 매도세를 보이는 상황이어서 개인 투자자들의 비판이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2020년 자산별 성과내역' 자료를 보면 국민연금은 지난해 국내주식 부문에서 무려 34.89%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지난 2019년 국내주식 수익률 12.58%와 비교하면 무려 22.31%p나 오른 수치다.
해외주식 부문은 10.76%의 수익률을 내 전년보다 19.87%p나 줄었다. 해외채권 부문도 지난 2019년 11.85%이었던 수익률이 지난해 -1.61%로 곤두박질 쳤다. 국내채권 수익률은 같은 기간 3.61%에서 1.74%로 소폭 하락하는데 그쳤다.
국내투자로 쏠쏠한 수익을 본 연기금은 국민연금뿐만이 아니다.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공단(공무원연금) 공단 역시 국내투자로 지난해 30% 넘는 수익률을 보였다.
사학연금은 높은 국내투자 수익률을 등에 업고 지난해 기금운용수익 사상 첫 2조원을 넘어섰다. 사학연금의 지난해 국내주식 수익률은 34.43%, 해외주식은 13.89%로 집계됐다. 국내주식 수익률로만 따져보자면 '연기금 맏형'인 국민연금의 수익률과 큰 차이가 없을 정도다. 현재 사학연금은 23조2000억원 규모의 기금을 운용하고 있다.
공무원연금은 국내투자 수익률이 지난 2019년 10.40%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31.65%로 21.25%나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말 기준 최근 5년 동안 공무원연금의 국내주식 수익률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반면 공무원연금의 해외주식 수익률은 지난 2019년 31.1%에 달했으나 지난해 8.4%로 수직 하강했다. 이는 3대 연기금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 때문에 연기금이 지난해 국내주식 투자로 유례없는 수익을 올린 뒤 올해 해외주식으로 눈을 돌리자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들 연기금은 기금운용계획에 따른 전략일 뿐 별다른 의도는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투자업계 안팎에선 연기금이 계획에 따라 기금을 운용하는 것은 맞지만 매도 속도를 늦추는 조치는 필요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기금은 지난 1월 4일부터 지난달 30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15조6939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연기금은 지난해 12월 24일부터 지난달 12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역대 최장인 51거래일 동안 순매도 행진을 벌여 증시 하락의 주범으로 지목됐다. 이 기간 연기금이 팔아치운 국내 주식이 14조4977억원에 달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3대 연기금의 국내주식 수익률은 지난해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증시가 급락한 뒤 반등했다는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그럼에도 연기금이 국내주식을 연일 팔아치우다 보니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연기금이 국내 개미들 호주머니만 털어낸 뒤 발을 뺐다'고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앞으로의 국내 및 해외주식 투자와 관련해서는 기금운용위원회에서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imb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