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투자자, HYG 347억원어치 순매수
애플 제치고 해외주식 순매수 5위 기록
[서울=뉴스핌] 김세원 기자 = 대형 기술주 쇼핑에 주력하던 국내 투자자들이 최근 하이일드 회사채 상장지수펀드(ETF)를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무엇보다 미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에 속도가 붙고 있는 데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초대형 부양책을 내놓자 경기 회복에 베팅한 것으로 해석된다.
15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이달 들어 국내 투자자들은 아이셰어스 아이복스 하이일드 회사채 ETF(iShares iBoxx $ High Yield Corporate Bond ETF, 종목코드: HYG)를 약 3101만달러어치(약 347억원) 순매수했다. 애플과 알파벳A,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등 그동한 선호도가 높았던 대형 기술주의 순매수 규모를 뛰어넘었다.
미국 달러화 [사진=로이터 뉴스핌] |
국내 투자자들은 HYG를 테슬라(1억2175만달러), 아이셰어스 골드만삭스 반도체 ETF(4246만달러), 아크 스페이스 탐사·혁신 ETF(3937만달러), TSMC(3659만달러) 다음으로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이일드 회사채 ETF는 대표적인 고위험·고수익 투자처로 꼽힌다. 일반적으로 경기가 회복 단계에 진입하면 금리가 오르면서 채권 가격은 하락한다. 하지만 하이일드 회사채의 경우 경기 회복시 기업들의 부도율이 낮아지는 덕분에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곤 한다. 다만 비우량 회사채에 대한 투자인 만큼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HYG는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운용하는 상품으로 세계 최대 정크본드 ETF로 꼽힌다. 1300여개의 회사채에 분산 투자하며, 섹터별로도 경기소비재, 통신, 에너지, 기술 등 고루 퍼져있어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을 낮췄다. 지난달 31일 기준 전체 자산의 55.03%가 신용등급 BB 등급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보다 낮은 B와 CCC등급의 회사채는 각각 전체의 31.94%, 11.72%를 차지한다.
이달 들어 고위험 상품인 HYG가 주목받는 것은 미국 내 코로나19 접종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악화됐던 기업 경영활동이 되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영향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지난 14일(현지시간) 기준 미국 내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자는 약 1억2391만명이다. 전체 인구 대비 백신 접종률은 37.3%를 기록했다. 2차 접종까지 마친 인구도 7646만명(23.1%)에 달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규모 부양책도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불어넣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달 1차로 1조9000억달러 규모의 경기 부양안을 의회에서 통과시킨 데 이어 2조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초대형 부양책과 높은 백신 접종률에 힘입어 미 증시 역시 강세장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박승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하이일드 채권 ETF(SPDR 블룸버그 바클레이즈 하이일드 본드 ETF·HYG)들이 자금 유입 상위 종목 리스트에 자리하고 있다"며 "인프라 정책 공개와 함께 에너지, 산업재 업종 중심의 매수세가 복귀하며 방향을 빠르게 전환 중"이라고 분석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도 "하이일드 채권은 금리 인상기에 수익률이 높은 편인데 미국에서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강하게 나타나면서 최근 투자자들이 대거 하이일드 채권으로 몰려가는 상황"이라며 "워낙 기대감이 높다 보니 지난해 큰 타격을 입었던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국내 투자자들이 시장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며 해외 투자에 나서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증권사 연구원은 "하이일드 채권에 투자하는 것이 위험함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이 경기 회복에 베팅하고, 결국 기업들의 수익이 개선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며 "주식 투자까지는 그렇다 쳐도 채권까지 알기 쉽지 않은데 투자에 나선 것을 보면 똑똑한 투자자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saewkim9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