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유명환 기자 = "이번 기회가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해요. 오세훈 시장이 문재인 대통령까지 만나 재건축 규제 완화해 줄 것을 건의했으니 올해는 좀 달라지지 않을까 싶어요."
최근 취재 중에 만났던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한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이같은 희망 섞인 말을 기자에게 건넸다. 서울 곳곳에서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려는 단지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사업의 첫 관문인 정밀안전진단에서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준공연한(30년)을 넘은 입주민들은 "일단 신청해보자"라는 식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촌 아파트가 재건축 정밀안전진단을 조건부로 통과했다. 2년 전 탈락의 고배를 마셨지만 재수 끝에 1차 안전진단을 통과한 것이다. 다만 '조건부'인 만큼 정밀안전진단을 받아야 한다.
지난해 재건축 문턱에서 쓴잔을 마신 목동6단지가 안전진단을 최종적으로 통과했으나 같은 해 9월 목동9단지와 최근 목동11단지가 결국 2차 안전진단 관문을 넘지 못했다. 다만 오 시장이 들어서면서 재건축 사업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재건축 사업 문턱이 높아도 너무 높다는 것. 특히 정밀안전진단 통과는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조합원장들 사이에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렵다는 이야기를 쉽게 들을 수 있다.
이는 정부가 2018년 2월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강화하면서 서울서 안전진단 단계를 넘어선 곳은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6단지, 마포구 성산시영아파트 등 소수에 불과했다.
정부가 제시한 안전진단 기준 방식으로는 재건축 사업을 추진할 수 없다. 정부가 2018년 3월 변경한 안전진단 기준의 항목별 가중치 중 구조안전성 부분을 기존 20%에서 50%로 상향했다. 대신 주거환경의 반영 비율을 40%에서 15%로 하향했다. 아파트가 낡았어도 안전 위험에 이상이 없으면 재건축을 진행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때문에 서울 강남권은 물론 양천, 노원 등 대규모 단지 주민들은 정부가 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지만 정부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고 있다. 최근 김영한 국토부 주택정책관은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는 기본적으로 구조안전성이나 경제성 평가에 대해 엄격히 이뤄져야 한다"며 규제완화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정부가 제시한 구조안정(40%)과 설비성능(30%)의 건축 노후화 등이 절반 넘게 차지하고 있지만 실생활과 밀접한 주거환경 부분은 전체 평가 기준은 15%에 밖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총점을 100점(100%)으로 하되 구조안전성과 주거환경, 시설 노후도, 비용분석에 각각의 가중치를 부여하는 방식만 고집한다면 국민의 기본권인 생활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높다. 뿐만 아니라 전국의 30년 이상 된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노후화 아파트의 주민들은 오늘도 녹물을 마시는 열악한 환경에서 이제나 저제나 재건축의 희망고문을 받으며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 물음이 생긴다. 과연 집값 급등의 주범이란 굴레를 정부가 규제로 묶어야 만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