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10시50분까지 회식 후 다음날 오전 5시에 운전
법원 "회식 거절 어려웠을 것…업무상 재해에 해당"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회식 다음날 술이 깨지 않은 상태에서 출근을 하다 자동차 사고로 사망한 근로자에 대해 법원이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김국현 부장판사)는 지난 2020년 6월 음주운전 사고로 사망한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3일 밝혔다.
위 사건과 관계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한 리조트의 조리사로 근무하던 A씨는 2020년 6월 9일 주방장의 제안으로 근무 후 회식을 하게 됐다. 이 회식 자리는 저녁 10시 50분쯤까지 이어졌는데, 새벽 5시가 출근시간이었던 A씨는 이튿날 상사의 전화를 받고 출근을 하기 위해 운전대를 잡았다.
하지만 술에서 깨지 않은 상태였던 터라 반대방향 차로 연석과 신호등, 가로수를 들이받는 사고를 내고 의식을 잃은 채 병원에 후송됐으나 사망했다.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77%로, 면허 취소 수준에 가까운 수준이었고 차량 속도도 약 시속 151km의 과속 상태였다.
A씨의 유족은 근로복지공단에 급여를 신청했지만 "음주 및 과속 운전에 따른 범죄행위로 사망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이를 거부했다.
하지만 법원은 "A씨의 주방에서의 지위, 음주·과속 운전 경위를 고려할 때 A씨의 업무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단절됐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며 유족 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채용된 지 약 70일이 지난 조리사인 고인이 주방장과의 모임을 사실상 거절하거나 회식 종료시각 등을 결정하기 어려웠을 것인데, 사고 당일 상급자의 전화를 받고 잠에서 깨 출발했고 지각시간을 줄이기 위해 과속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사고는 자동차를 이용한 통상적인 출근경로에서 발생한 것으로 자동차를 운전해 출근하는 데 수반하는 위험이 현실화된 것이고, 전날의 음주나 과속이 사고의 우연성을 결여시켰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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