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국립현대미술관(관장 윤범모)은 차세대 미술을 이끌 창작자를 발굴하고 다학제간 협업을 지원하는 공모사업인 '프로젝트 해시태그 2021' 최종 선발팀으로 '더 덕 어몽 어스(신희정, 이가영, 손정아, 정만근, 신동희)'와 '새로운 질서 그 후…(윤충근, 기예림, 남선미, 이소현, 이지수)'를 선정했다고 31일 밝혔다.
현대자동차의 후원으로 2019년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리는 '프로젝트 해시태그 2021'는 미술 장르에 한정된 공모에서 벗어나 다양한 분야의 작가와 기획자, 연구자 등의 협업을 지원하고 이를 통해 시각예술의 새로운 플랫폼을 실험하는 프로젝트다. 2019년부터 5년간 매년 2팀씩 총 10팀을 선발·지원한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프로젝트 해시태크 2021 공모 [사진=국립현대미술관] 2021.05.31 89hklee@newspim.com |
'프로젝트 해시태그 2021' 지원팀들은 미술뿐 아니라 컴퓨터 프로그램, 디자인, 게임, 건축, 천체과학, 물리학, 생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업·융합하여 가상과 현실의 경계에서 살아가는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출생한 세대)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기획들을 제안했다. 이들은 게임 콘텐츠를 본인의 신체인식과 직접적으로 연결하고, 디지털 자산과 예술이 결합한 사례로 주목 받고 있는 NFT(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 토큰)의 대안적 사용법을 제안하기도 하고, 현실의 고민을 온라인 전시와 출판, 가상부동산의 영역으로까지 확장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가운데 올해 최종 2팀은 기획안의 파급력, 협업의 확장성, 향후 발전 가능성 등을 고려해 선발됐다.
더 덕 어몽 어스는 쉽게 소비되고 버려지는 노란 픽셀인 오리를 통해 현대인의 몸을 은유한다. 아바타로서의 오리는 장애인과 이민자, 여성, 경제적 약자와 같은 하위주체와도 연계돼 있고 디지털에서 쉽게 본형되고 왜곡되는 돌연변이 신체를 상징하기도 한다. 더 덕 어몽 어스는 인격과 노동에 관한 전통적 가치가 붕괴하고 디지털의 관점에서 재정의되는 사회 속에서 개인이 경험하고 사유하는 신체에 관해 질문하고 죽음과 소비의 순환고리에서 벗어날 가능성으로 입에 집중해 프로젝트를 개발하고 쇼케이스를 실험할 예정이다.
새로운 질서 그 후는 현실 사회의 문제가 웹의 기본정신과 윤리성의 훼손으로 이어지는 상황을 인지해 웹이 태어나던 시대의 근본정신인 '개방, 공유, 참여'를 복기해보고자 7가지 프로젝트를 제안한다. 웹 접근성과 디지털 오염의 문제를 건드리는 '#올해의 웹사이트상'과 '#스크린리더워크숍' '#국립알트미술관', 가짜뉴스의 양산이 불러일으키는 사회문제를 보여주는 '#데이터디톡스', '#알고보니음모론'과 이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도록 설계된 메타프로젝트 '#무슨일사전'과 '#무슨일번역선집' 등은 오늘날 일어나고 있는 웹에 대한 논의를 공론화하고, 지속 가능한 웹의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한다.
최종 선발된 두 팀에게는 한 팀 당 창작지원금 3000만원과 작업실(창동스튜디오 3개월)이 제공되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전시 형식을 넘어선 새로운 형태의 협업 결과물을 오는 11월 선보일 예정이다. 또한 해외 유수의 기관 및 전문가들과 교류하는 자리를 마련하여 해외 진출 기회를 제공한다.
이번 '프로젝트 해시태그 2021' 공모는 4월 1일부터 30일까지 진행됐으며 80팀의 다양한 영역의 지원자들이 접수했다. 그중 다섯 팀이 서류심사에 통과해 최종 온라인 면접심사를 진행했다. 면접 심사에는 동시대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중 한명인 히토 슈타이얼, '뉴미디어의 언어(Language of New Media)'의 저자이자 뉴욕 CUNY 대학교 교수인 레브 마노비, 김준기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 이추영 학예연구관, 홍이지 학예연구사가 참여했다.
심사에 참여한 히토 슈타이얼은 "한국 젊은 작가들의 다양성이 돋보였으며 특히 환경, 윤리 등 사회 문제들을 새로운 매체의 방법론과 정교한 언어를 차용해 해결하려고 하는 노력들이 흥미로웠다"고 평했다. 특히 히토 슈타이얼은 비상업적 환경에서 이뤄지는 기술과 예술의 만남과 생산, 소비 플랫폼으로서 '프로젝트 해시태그'의 긍정적인 기능을 언급했다. 레브 마노비치 또한 "새로운 플랫폼의 미디어가 속속 등장하는 상황에서 창작자들이 결론이 열려 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실험적인 환경의 조성이 지속되었으면 좋겠다"라고 심사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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