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중복·예산 낭비' 논란 재점화
수사단이 수사개시·기소·수사력 커
금융당국은 "고유 업무 영역 있다"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검찰이 금융‧증권범죄 수사협력단(수사단)을 부활시키면서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자조단)의 입지가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수사단이 증권범죄 업무를 대부분 맡게 되는 상황에서 업무 중복, 실효성 등을 이유로 자조단의 존속 여부에 대한 논란이 이어질 것이란 지적이다.
2일 검찰 등에 따르면 전날 금융․증권범죄 전문수사 역량을 갖춘 검찰수사관과 금융·증권분야 특별사법경찰 및 전문인력 등 총 46명의 대규모 조직으로 구성된 수사단이 발족했다. 검찰의 직접수사 축소를 이유로 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이 폐지된지 약 1년 8개월 만에 간판을 바꿔 다시 부활한 것이다.
앞서 합수단은 지난 2013년 주가조작 범죄 근절을 목표로 검찰,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국세청 등 전문 인력 50여명의 규모로 꾸려져 활동했다. 당시 증권가에서는 합수단을 두고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렀다. 하지만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이 검찰의 직접수사 축소를 이유로 지난해 1월 합수단을 폐지했으나 최근 박범계 법무부장관의 주도 하에 부활했다. 증시 호황을 노린 자본시장 범죄가 부쩍 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출처=서울남부지방검찰청] |
문제는 수사단과 자조단의 업무가 상당 부분 중첩되는 데다 주어진 권한도 달라 자조단의 존재 필요성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수사단은 박성훈 부장검사(사법연수원 31기)를 단장으로 금융정보분석원(FIU) 파견 또는 남부지검 금융조사1‧2부 수석검사를 역임하거나 금융조사부 근무 경력이 있는 등 전원 금융·증권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인력으로 구성됐다. 수사기관의 최정점에 있는 검사들은 수사개시권은 물론 지휘·감독, 영장 청구권, 기소권 등을 모두 가지고 있다. 그만큼 밀도 있는 수사를 벌일 수 있고 신속하게 기소까지 이어질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았다.
반면 자조단은 한국거래소 등에서 이상거래 등 불공정거래 정황을 전달받으면 이를 중요도에 따라 분류해 관계기관에 통보하거나 중대사안의 경우에만 직접 수사에 나설 수 있다. 자조단에는 압수수색 권한도 부여돼 있으나 검찰과 달리 절차가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실제 이뤄진 사례가 많지 않다. 최근 5년간 자조단의 압수수색 건수는 ▲2016년 1건 ▲2017년 2건 ▲2018년 3건 ▲2019~2020년 0건 등이다. 올해는 주식 유튜버 등에 대한 압수수색 1건에 그쳤다.
특히 수사단이 금감원, 국세청 등과 협력관계를 유지하게 되면서 자조단의 정체성도 불투명해졌다. 현재 자조단은 금융위와 법무부 공무원, 금감원·거래소·예금보험공사 등 유관기관 파견 직원을 합해 모두 25명 수준의 규모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수사단 역시 6개 수사팀을 두고 금감원, 국세청, 거래소, 예금보험공사, 검찰 등 관계기관과 협력한다. 같은 업무를 놓고 여러 기관이 공조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금융당국 안팎에서는 자조단이 결국 수사단의 하위조직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수사단의 권한과 전문성에 비춰봤을 때 자조단이 자체적으로 움직일 여지가 기존보다 더 좁아졌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단순히 수사력만을 놓고 보더라도 이번에 출범한 수사단과 자조단 사이에 차이는 메울 수 없을 정도로 크다"며 "금융위 역시 수사단의 협력기관 중 한 곳이기 때문에 결국 자조단이 수사단을 보조하는 식으로 운영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자조단과 수사단 각각 고유의 업무 영역이 있고 상호 보완할 수 있는 지점이 있다"며 "자본시장 관련 범죄에 대해서는 자조단 자체적으로 쌓은 조사 노하우 등도 있기 때문에 크게 우려할 사안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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