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영기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최근 110여개국을 초청해 화상으로 진행한 '민주주의 정상회의'에서 오드리 탕 대만 디지털 장관의 모습을 담은 영상이 연설 도중 스크린에서 사라지는 일이 발생했다.
대만을 중국 본토와 구별되게 다른 색으로 표시한 지도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이 대만 독립을 지지하는 것처럼 비춰질까봐 우려한 백악관이 급하게 화면을 내리도록 지시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민주주의 정상회의 둘째날인 지난 10일 세부 행사에서 탕 장관이 사용했던 발표자료 중 논란이 되었던 지도는 약 일 분여간 영상으로 송출됐다.
해당 지도는 남아프리카 비정부단체(NGO)인 시빅스쿠스(CIVICUS)가 공개한 나라별 시민권 개방정도를 평가한 자료였다. 지도에서 대만은 '개방'을 표시하는 초록색 색깔인 반면 중국은 폐쇄를 표시하는 붉은색으로 구분돼 있었다.
해당 자료가 화면에 송출된 즉시 미국 국가안보회의(NSC)에 이를 지적하는 메일이 잇따라 빗발쳤으며 사태의 심각성을 염려한 미국측 정부 관계자들이 화면 송출을 중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탕 장관의 모습을 담은 영상이 중단된 이후에는 탕 장관의 음성만 송출됐으며 화면에는 '오트리 탕 대만 장관의 발표연설 중'이라는 문구와 함께 '본 내용은 발표자 개인의 의견이며 미국 정부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는다'는 안내문구가 뒤를 이었다.
탕 장관의 발표에 이어 다른 패널들의 토론이 진행됐고, 다시 탕 장관의 순서가 돌아왔는데 이번에는 그의 모습이 화면에 나오지 않고 '오드리 탕 장관, 대만'이라는 자막과 함께 탕 장관의 음성만 들렸다.
백악관은 해당 사안에 대해 공식적인 성명을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미 국무부는 "화면 송출에 혼선이 있어 탕 장관의 영상이 삭제됐다"며 실수였다고 밝혔다.
이어 "투명한 통치와 인권, 허위정보 대응 문제에 대한 대만의 세계적 전문성을 보여줬다"며 탕 장관의 참여를 높이 평가했다.
다만 미국 내 일부와 대만측은 해당 사건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직접 참석한 한 관계자는 "미국의 이번 대응은 과잉이었다"며 "디지털 권위주의에 대항하는 회의에서 이러한 행동은 민주주의를 지지하자는 취지와 상충된다"고 평가했다.
대만 전문가들도 지도내 색깔 구분이 대만 국기와 같은 주권 상징의 사용을 금지하는 미국의 비공식 지침을 위반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회의적인 입장을 내놨다.
백악관에서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주재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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