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쇼크 우려로 LG생건·아모레 52주 신저가
F&F, 올해 중국향 매출 비중 60%에 이를 것
[서울=뉴스핌] 백지현 기자 = 중국 소비 수혜 업종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수년간 중국 소비 대장주 자리를 지켜온 화장품 주의 해가 저물고 의류주가 새로운 세대교체 주자로 떠오르고 있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의 주가는 지난 10일 장중 92만1000원까지 내리며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이날 종가는 13.41% 빠진 95만6000원으로 마무리 되며 황제주(1주당 100만원이 넘는 종목) 자리에서 내려왔다. 종가가 100만원 아래로 떨어진건 2017년 10월 12일 이후 처음이다.
아모레퍼시픽도 약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 10일 아모레퍼시픽의 주가도 14만4000원까지 급락하며 신저가 기록을 세웠다.
[서울=뉴스핌] 백지현 기자 =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F&F 주가 추이 [캡쳐=네이버 금융] 2022.01.13 lovus23@newspim.com |
◆ 사드 때도 버텼던 화장품株, 따이궁에 무너졌다
화장품 주는 대표적인 중국 소비 수혜주다. 럭셔리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며 굳건한 인기를 유지해왔다. 한중 갈등이 최악으로 치닫던 2017년 사드 사태 발발 당시에도 화장품 고성장을 토대로 LG생활건강은 영업익은 전년대비 6.8% 성장하며 당시 사상 최대 실적 기록을 새로 썼다.
2020년말 기준 LG생활건강의 매출액 7조8445억원 가운데 면세 비중은 21%, 중국 비중은 23%를 차지한다. 아모레퍼시픽 역시 총 4조4322억원 중 면세 비중이 25%, 중국 비중이 26%다. 면세 채널이 따이궁(중국 보따리상)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존도는 40~50%에 이른다.
그러나 사드사태 당시에도 높은 성장률을 보이던 중국 매출이 흔들리자 전사 실적도 부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채널은 광군제 효과로 플러스 성장을 이어갔지만 면세 채널에서 발생하는 매출이 5~10% 가량 줄어들면서다. 시장 리서치 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의 지난해 4분기 매출액 예상치는 전년동기대비 0.46% 오른 2조1041억원, 영업익 예상치는 2.51% 감소한 2498억원이다. 분기 실적으로는 2014년 1분기 이후 약 8년만에 첫 역성장이 전망된다.
시장에서는 일회적인 실적 리스크 외에도 중장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적 리스크를 우려하고 있다. 특히 따이궁들의 과도한 할인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서 면세채널 매출이 급감했는데 국내 기업들이 가격 결정력을 낮추는 구조적 리스크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하누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코로나 장기화가 관광객 매출 반등 시점을 지연시키고 있다. 중국 현지는 경쟁 심화되면서 왕홍 의존도가 계속 증가한다. 중국정부의 왕홍을 대상으로 과세하자 왕홍이 수수료로 세금부담을 전가하고 따이궁들은 면세점에 리베이트 부담을 분담하자고 요청하고 있다"며 "중국 화장품 시장 관련 구조적 위협 요소가 산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면세점과 현지 유통에서의 메인이 따로 있는 아모레퍼시픽과는 달리 LG생활건강은 두 채널 모두에서 '후'의 천기단 라인이 메인으로 자리잡고 있다. 면세에서 따이궁 요청대로 할인율을 적용하다보면 현지 판매가와 차이가 너무 커져서 브랜드 이미지에 피해를 입을 것으로 판단해 할인을 받아주지 않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박 연구원은 "이번 이슈는 향후 회사 측 대응에 달렸다. 무엇보다 팬데믹이 소강된 다음 면세점에 일반 여행객들 중심으로 다시 돌아오면서 정상화되는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 새로운 중국 대장주 F&F, MLB 모자 인기타고 중국 시장 휩쓸어
예전과 사뭇 달라진 중국 시장 분위기에 중국 소비 수혜주에도 세대 교체가 일어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익명의 펀드매니저는 "2014~2015년에는 LG생건이나 아모레퍼시픽이 중국내에서 경쟁력이 확실히 있었다. 그런데 최근엔 한국 화장품의 경쟁력이 예전과 다르다. 중국 로컬 업체들이 코스맥스 등 한국 기업들 OEM 수주를 주면서 퀄리티를 많이 끌어올렸다"며 "예전처럼 중국 소비가 늘었다고 해서 한국 화장품을 살 거라는 프레임이 이제는 잘 안맞는다. 중국 소비주가 바뀌는 시점이 온 것 같다"고 전했다.
새로운 중국 소비 수혜 대장주로 꼽히는 종목은 F&F다. F&F홀딩스에서 인적분할돼 지난 5월 상장한 F&F의 주가는 꾸준히 우상향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같은 사업환경 속 화장품 주와는 엇갈린 흐름이다. 지난해 12월 29일에는 장중 99만8000원까지 치솟아 황제주 진입을 앞두고 있다.
최근 중국 내 MLB 모자의 인기에 힘입어 현지 오프라인 매장수와 매출액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MLB 중국의 매출액은 지난해 1~3분기 동안 600% 내외의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2020년부터 중국 시장에 본격 진출한 F&F의 오프라인 매장 개수는 작년 말 기준으로 494개로 집계된다. 중국 법인인 F&F 차이나가 한국 본사로부터 완제품을 수입해 오프라인 매장이나 현지유통 벤더에 재고를 유통하는 구조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MLB 중국의 경우 F&F의 2021년 4분기말 전체 매출액 가운데 13%였는데 26%로 2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혜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F&F의 오프라인 매장이 대부분 대리점 형태인데 도매가격으로 도매유통은 소매에 대비해 매출 규모는 작더라도 유통 수수료가 전혀 없기 때문에 마진자체는 잘 나오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연내 매장 수가 800개, 중국발 매출이 60%까지 늘어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박신애 KB증권 연구원은 "올해 연결 매출에서 MLB와 MLB 키즈의 중국향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57%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강력한 브랜드 파워, 효과적인 디지털 마케팅, 공격적인 해외 확장 전략 등에 기반해 탁월한 실적 모멘텀을 이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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