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신희타도 84㎡ 공급키로
장기 무주택자 역차별-금수저 신혼부부 특혜-투기 대상 우려 나와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40대 무주택자가 들어가는 임대주택은 30~40㎡인데, 신혼부부가 좁아서 살기 힘드니깐 중형주택을 공급해줘야 한다는 게 이해하기 어렵네요. 40~50대 무주택자의 내집마련 기회가 더 좁아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국토교통부가 20~30대 청년, 신혼부부에 대한 중형주택 공급 계획을 언급하자 역차별 논란이 나오고 있다. 40~50대 장기 무주택자가 돌아갈 중형주택을 신혼부부와 청년들에게 나눠 주고 있다는 불만이다.
아울러 노무현 정부 이후 20년 가까이 유지되고 있는 장기 무주택자 공급 우선정책이 바뀌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대선 후보가 "중년층에 몰려 있는 청약 기회를 청년층에도 주겠다"는 입장을 밝힌 이후 정부가 본격적으로 장기무주택자 대신 신혼부부의 청약기회를 넓히는 주택공급 제도 개정에 착수했다는 것이다.
6일 건설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가 최근 신혼희망타운 공급주택을 전용면적 60㎡ 미만 규정을 삭제하자 40~50대 무주택자에 대한 역차별 논란과 함께 특정 부유층 신혼부부에 대한 특혜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 2일 열린 제1회 규제혁신심의회 및 적극행정위원회에서 전용면적 60㎡ 이하의 중소형으로만 공급하도록 돼 있는 규정을 삭제했다. 이로써 신혼희망타운에서도 방 3개를 갖춘 84㎡형 주택 공급이 가능해졌다.
◆ 인기 없는 신혼희망타운...이유가 집이 좁아서?
이처럼 신혼희망타운의 주택규모를 확대한 것은 집이 좁다는 청약 대상자들의 지적 때문이란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신혼희망타운이 주로 소형으로 공급돼 자녀가 있는 신혼부부의 장기 거주에 불편이 발생했다"며 "국민편의 제고를 위해 규제를 과감히 완화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실제 신혼희망타운 청약결과는 지역과 물량의 질에 따라 들쭉날쭉한 상황을 보인다. 지난해 12월 진행된 수도권 3차 사전청약에서 신혼희망타운은 해당지역 2172가구 모집에 1297명이 청약했다. 평균 경쟁률은 0.60대 1이었다. '준강남'으로 불리는 경기 과천 주암지구 신혼희망타운도 1421가구 모집에 730명만 청약하며 미달됐다. 타지역 신청자를 대상으로 하는 추가모집에서 청약자를 채울 수 있었다.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2022.03.03 donglee@newspim.com |
비수도권의 신혼희망타운은 더욱 인기가 낮다. 부산에서 처음 공급한 기장 신혼희망타운 공공분양은 204가구 모집에 176명이 청약했다. 전북 완주 삼봉 신혼희망타운 행복주택은 분양주택은 네차례 청약 끝에 분양을 완료했으며 임대주택은 아직 미달 물량이 남아 있는 상태다.
반면 일반 공공주택 공급에서 신혼부부특별공급은 높은 청약률을 구가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난해 4차례 진행한 공공분양 사전청약에서 신혼특공에서는 713가구가 공급된 1차 땐 경쟁률 17.2대1를 보였으며 2차에선 1786가구 모집에 9.4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또 3차 596가구 모집에선 18.8대1 그리고 4차 1907가구 모집 땐 8.6대 1를 각각 기록했다.
이처럼 일반 공공분양주택과 달리 신혼희망타운이 낮은 인기를 보이는 이유에 대해 좁은 주택형 때문이란 게 국토부와 LH의 판단이다. 46~59㎡로 구성돼 자녀를 낳으면 키우기가 곤란하다는 지적이다.
◆ 크고 비싸지는 신희타, 주거사다리 아니다...금수저 신혼부부용-투기대상 전락 우려
이에 대한 반론 역시 만만치 않다. 신혼희망타운은 '주거사다리'로서 큰집이 아직 필요하지 않은 결혼 7년차 이내로 유아기 자녀가 있는 신혼부부가 입주하는 주택이다. 전용 59㎡규모만 하더라도 방 3개 화장실 2개로 구성돼 성인자녀가 있는 4인 가족이 살기에도 충분하다는 분석이 많다. 이른바 '국민주택'은 여전히 전용 85㎡(옛 32~34평형)규모다. 하지만 굳이 중대형주택에 해당하는 전용 84㎡까지 '주거복지'로 간주해 공공이 공급할 필요가 있냐는 반발이 나온다.
이명훈 한양대 교수는 "전용면적 59㎡는 안목치수 등의 도입으로 4인 가족이 살기에 큰 불편함이 없는 규모"라며 "주거복지 차원에서 공급되는 주택은 전용 59㎡로 충분하며 그 이상 규모는 민간의 영역에 맡겨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신혼희망타운은 공공분양주택에서도 상대적으로 분양가가 낮고 대출 지원이 편리하다. 또한 집 크기가 작은 만큼 분양가도 높지 않아 수입은 있지만 모아 놓은 재산이 아직 없는 신혼부부가 노리기에 유리한 주택이란 평을 받는다. 이에 따라 굳이 분양가가 높은 전용 84㎡ 규모 주택을 신혼부부에 대거 공급해야하는 것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우선 40~50대 장기무주택자의 불만이 커질 전망이다. 이들은 오랫동안 무주택자로 있으면서 자녀들도 성장한 만큼 전용 59㎡와 그 이상 규모의 주택이 신혼부부에 비해 더 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신혼희망타운으로 전용 59㎡, 84㎡가 공급되면 주택 선택권이 크게 제한될 수밖에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의 관행으로 볼 때 신희타로 전용 59㎡ 이상 주택을 짓는게 아니라 공공주택지구에 공급되는 전용 59㎡주택을 신혼희망타운으로 지정할 가능성이 크다"며 "결국 신혼특공과 신혼희망타운으로 중형주택 청약기회가 늘어난 소수의 신혼부부는 전용 59㎡를 청약 받고 다수의 중년 이상 장기무주택자는 46~55㎡를 노리는 역전현상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신혼희망타운 주택이 주거사다리가 아닌 투기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즉 부모의 재산이 충분하며 수입도 충분한 '금수저 신혼부부'가 상대적으로 높은 분양가의 전용 84㎡규모 신희타를 분양 받아 향후 시세차익을 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혼희망타운 주택의 규모를 늘리는 것은 어떤 면에서 중산층 이상 자녀들에 대한 특혜가 될 수 있다"며 "신희타는 대다수 서민 신혼부부들이 주거사다리로 사용할 수 있도록 임대주택 중심 전용 59㎡ 중심이 돼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청약제도도 어떤 계층에 얼마나 주택이 필요하며 기회를 어떻 게 배분해야할지에 대해 명확한 분석을 하고 이후 공급제도를 바꿔야한다"며 정치권의 요구나 정치적 목적으로 제도를 바꾸는 것에 대해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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