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뉴스핌] 최헌규 특파원 = 4월 중순 주말, 베이징서 두 시간여 거리의 일반에 개방되지 않은 야산의 만리장성입니다. 경사가 무척 가파릅니다. 돌조각을 잡고 거의 선 채로 산을 오르고 있습니다. 공사를 위해 설치한 하얀색의 물 호수가 보입니다.
수리 보수 중인 관계로 여행객 통행을 금지한다는 붉은색 안내 팻말이 걸려있습니다. 이곳 장성의 경사는 거의 85도로 수직에 가깝습니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장성이 용 마루처럼 굽이굽이 뻗어있습니다.
중국은 이런 장성을 진한 시대부터 2만 1000킬로미터를 축조했다고 합니다. 그중 명나라 때 쌓은 것이 8000여 킬로미터인데 상태가 양호한 것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4월 중순인데도 음지쪽이어서 인지 장성을 품은 산은 아직 갈색 옷을 입고 있습니다.
붕괴된 장성을 보니 속이 돌로 채워져 있습니다. 무너진 장성, 숲으로 뒤덮인 장성, 돌무더기로 변한 장성. 수백 년 전 축조 이후 사람의 자취가 닿지 않은 이런 장성을 중국에서는 '야생 장성'이라고 합니다.
옛사람들이 장성을 축조했듯 깊은 산속에서 수백 년 방치됐던 장성 보수 작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보기 드문 장면입니다. 수만리 장성을 보수하는 일이 가능하냐고 하자 공인들은 수대에 걸쳐 천천히 해나갈 것이라고 합니다. 타일 작업하듯 공인들이 정성스레 만리장성 바닥에 새 벽돌을 깔고 있습니다. 성벽 아래서도 공사 작업이 진행 중입니다.
시멘트와 석 횟가루 물통이 보입니다. 수만리에 걸쳐 방치된 장성 수리는 쉽지 않은 작업인데 나라가 부자가 되다 보니 도전에 나선 것 같습니다.
고색창연한 벽돌이 장성을 감싸고 있습니다. 오랜 세월 장성 위에는 부엽토가 쌓였고 마치 정원처럼 나무가 자라고 있습니다.
보수 공사로 천년 잠을 깨는 만리장성이 갈색 바탕에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험준한 스카이라인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편집: 조현아)
ch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