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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스태그] 새 정부 경제팀 "물가 잡아라"…비축 늘리고 수급안정 총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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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달 연속 4%대 고공행진…5%대 위협
고물가 부작용…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고유가·공급망 차질 등 외부적 요인 숙제
추경호 "물가안정, 경제정책 최우선 과제"

[편집자] 글로벌 경제의 스태그플레이션(저성장 고물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자 무제한 돈을 풀던 미국과 EU 등 선진 국가들이 이제 인플레이션 우려로 긴축과 금리인상 등을 통해 돈줄을 조이고 있다. 여기에 국제유가 급등은 물론 원자재난 속에서 우크라이나전쟁까지 겹치면서 글로벌 경제와 궤를 같이 하는 한국경제 역시 휘청거리고 있다. <뉴스핌>은 현 국내외 경제 상황을 진단하고 우리 기업과 정부의 대응방안을 모색해 본다.

[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오는 10일 출범하는 윤석열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치솟는 물가를 잡는 일이다. 소비자물가가 4%대 고공행진을 지속하며 5%에 육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고물가에 대한 경각심을 고조시키며 잔뜩 긴장하고 있다. 단기간 물가가 급상승하면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경기침체로 이어져 스태그플레이션(저성장 고물가)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새 정부 초대 경제사령탑인 추경호 부총리를 주축으로 경제팀이 물가잡기 총력전을 펼쳐야 되는 이유다. 

◆ 고유가·공급망 불안 장기화…소비자물가 고공행진

9일 기획재정부와 통계청 등에 따르면 고유가·공급망 불안 장기화 등의 영향으로 다음달 5%대 물가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 3일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4.8%로 5%대에 육박했다. 이는 2008년 10월(4.8%) 이후 13년 6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물가 상승 영향에는 코로나 장기화에 따라 이어진 저금리 기조, 경기부양을 위한 정부의 양적완화 정책 등이 맞물리면서 이미 시중에 많은 돈이 풀렸기 때문이다. 지난 2020년 5월 0.5%까지 떨어졌던 기준금리는 2021년 8월까지 1년 4개월간 사실상 '제로 금리'를 이어갔다. 그러다 두 달에 한번꼴로 0.25%p씩 기준금리를 인상해 지난 4월 1.5%까지 끌어올렸다. 

더욱이 지난 2020년 3월 코로나 1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 이어 올해 2월까지 코로나7차 추경을 단행하면서 시중에는 150조원 넘는 재원이 투입됐다. 이는 전 정부 전체 추경(39조9000억원)의 약 4배에 달한다. 단기간 내 많은 재원이 시중에 풀리다보니 갈 곳 잃은 돈들이 시장이 몰리는 쏠림 현상이 일어났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로 단기간 내 급등한 유가도 한몫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전인 11월 말 배럴당 60달러 후반까지 떨어졌던 두바이유는 지난 3월 초 130달러를 넘어서며 불과 3달만에 두배 가량 상승했다. 서부텍사스유(WTI), 영국의 브렌트유도 상황은 비슷했다. 현재 배럴당 100달러 초반으로 다소 진정되긴 했지만, 우크라이나 사태 상황에 따라 또 다시 130달러를 돌파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로 인해 원자재 가격은 그야말로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유가와 원자재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공업제품 가격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수입한 원자재를 가공해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로서는 밑지는 장사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 2020년 5월 이후 올해 2월까지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온 경상수지도 지난 3월 이후 두 달 연속 적자를 기록중이다. 

공급망 불안도 물가를 올리는 주요 원인으로 지적됐다. 코로나19 사태로 국가 간 이동이 제한되면서 공급망 차질, 국제 원자재가격 상승 등을 불러왔다. 최근에는 물류의 중심인 중국이 코로나 재확산에 따라 도시 전체를 봉쇄하는 초강수를 두면서 공급망 불안이 심화됐다. 이는 곧 공업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연쇄효과를 낳았다.

앞으로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일각에서는 하반기 물가가 5~6%까지 오를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초대 경제수장인 추 후보자도 이달 초 인사청문회에서 "4% 넘는 물가 상승 추세가 더 심화되는 것으로 당분간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달 인사청문회에서 "물가 상승이 앞으로 1~2년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우선 금방 끝날 것으로 예상했던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유가 상승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촉발한 곡물 공급망 교란 상황도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에 따라 공공요금과 식품가격, 외식가격이 상승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기상 조건 악화에 따른 공급부족으로 곡물가가 상승하고 코로나19 사태로 국제 이동성이 제약되면서 공급망 차질, 국제 원자재가격 상승 등 대외적 불안 요인에 우크라이나 사태 등 지정학적 위험 요인이 겹치면서 대외적인 물가 상승 요인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며 "오름세 지속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예상했다.

◆ 尹정부 "서민물가 안정 총력…대외요인 최소화"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유류세 인하폭을 최대 30%대까지 확대하고, 원자재 할당 관세를 인하하는 등 정책 수단을 총동원하며 물가 잡기에 나서고 있다. 

기재부는 이달부터 ▲유류세 인하 폭 30%로 확대 ▲액화석유가스(LPG) 판매부과금 감면 ▲경유 유가연동 보조금 지원 등 '고유가 부담 완화 3종 세트'를 시행중이다. 또 알루미늄 스트립, 캐스팅얼로이 등 주요 원자재, 칩용감자 등 곡물에 할당관세(0%)를 적용하고 있다. 이 외에 추가 원자재에 대한 할당관세 인하도 검토 중이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12일 오전 서울 금천구 알뜰 주유소에서 차량들이 유류세 인하가 적용된 가격으로 주유를 하고 있다. 휘발유, 경유, 액화석유가스(LPG) 부탄에 부과되는 교통·에너지·환경세, 개별소비세, 지방세(주행세), 교육세 등 유류세는 지난 9일 국무회의에서 리터(ℓ)당 휘발유 164원, 경유 116원, LPG부탄 40원씩 인하하는 방침이 최종 확정됐다. 이달 12일부터 내년 4월 30일까지 6개월간 시행된다. 2021.11.12 kilroy023@newspim.com

홍남기 부총리는 지난 3일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며 "유류세 30% 인하분이 가격에 신속히 반영되도록 업계와 최대한 협력하고, 주요 원자재·곡물에 대한 할당관세 적용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나프타 조정관세 인하, 고부가 철강제품 페로크롬 할당관세 인하도 검토 중"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이러한 노력에도 물가는 쉽게 잡힐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특히 국제유가상승 등 정부가 손댈 수 없는 외부 변수를 통제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지난달 품목별 물가상승률 4.78%p 중 석유를 원료로 하는 공업제품의 물가상승률 기여도는 2.7%p에 달했다. 이중 석유류 기여도는 1.48%p에 이른다.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전기·가스·수도 기여도도 0.23%p에 이른다. 이는 국제유가상승이 물가상승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는 방증이다.  

정부가 앞으로 쓸 수 있는 카드는 많지 않다. 일각에서는 국제 유가가 더 오를 경우 새 정부가 현재 30%인 유류세 인하폭을 37%까지 늘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행법상 유류세 인하 폭은 최대 30%까지다. 다만 정부가 경기 상황이나 세수 여건에 따라 세율을 조정하는 탄력세율을 적용하면 실질적인 유류세 인하 폭은 37%까지 늘어날 수 있다.

하지만 탄력세율 적용은 정부가 쓸 수 있는 마지막 보루이기에 성급히 꺼낼 수 없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국제유가 변동 추이도 좀 더 살펴봐야 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탄력세율 적용은 국가유가상승 등 대외 변수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할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새 정부 경제팀에는 '물가 안정'이라는 특명이 내려진 상황이다. 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지난 3일 발표한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에는 '서민물가 안정'이 국정과제에 포함돼 있다. 

서민물가의 비축기능을 강화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그러면서 수급 안정 등을 통해 에너지·원자재 가격 상승 등 대외요인의 국내 영향 파급 효과를 최소화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출하조절 시설 확충, 채소가격안정제 물량 확대, 농·축·수산물 할인쿠폰 지원 등을 꼽았다.

인수위는 "이번 국정과제가 "서민물가 안정을 통한 부담 경감 및 대외부문 충격의 국내 영향 최소화"라고 설명했다.

추경호 부총리 후보자도 '물가안정'이 새 정부의 최우선 과제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지난 2일 인사청문회에서 "향후 국제유가나 원자재 가격 등 대외 변수들이 어떻게 작용할 지 이런 문제들이 있다"면서도 "분명한 것은 생활물가, 서민물가 안정은 우리 경제정책에 최우선 과제가 돼야 한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js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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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통일교 의혹' 15시간 압수수색 [서울=뉴스핌] 정승원 기자 = 15일 10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된 정치권의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 관련 경찰 압수수색이 15시간만에 끝났다. 경찰은 이번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회계자료와 휴대전화 등을 토대로 수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16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전담팀은 전날 오전 9시부터 경기도 가평군 통일교 천정궁과 통일교 서울본부, 전재수 의원(전 해양수산부 장관) 자택과 의원실, 광화문 김건희 특검 사무실, 한학자 통일교 총재와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수감된 서울구치소 등 총 10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압수수색은 15시간 40분이 이날 0시 40분경 마무리됐다. 경찰은 전 의원실과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지만 통일교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명품시계를 발견하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15일 10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된 정치권의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 관련 경찰 압수수색이 15시간만에 끝났다. 경찰은 이번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회계자료와 휴대 전화 등을 토대로 수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사진은 15일 밤 서울 용산구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한국본부(통일교 서울본부) 압수수색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경찰 차량이 이동하고 있는 모습. 2025.12.15 leehs@newspim.com 앞서 윤 전 본부장은 김건희 특검 조사 과정에서 지난 2018~2020년 사이 현금 3000만~4000만원과 명품시계 2개를 전 의원에게 건넸다는 취지로 진술했고 이에 전 의원은 해양수산부 장관직을 사의한 바 있다. 전 의원은 "통일교로부터 어떤 금품도 받은 적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임종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규환 전 미래통합당 의원(현 대한석탄공사 사장) 자택, 대한석탄공사 사장 집무실 등에 대한 수사도 진행됐다. 이들 전현직 정치인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에는 금품 수수혐의가 기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자금법의 경우 공소시효가 7년으로 지난 2018년 금품 수수가 이뤄졌다면 올해 말 공소시효가 만료될 수 있다. 다만 뇌물수수가 적용되면 공소시효가 최대 15년으로 늘어나는데 경찰은 뇌물수수 혐의까지 함께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교에 대한 수사도 이뤄졌다. 경기도 가평 경기도 통일교 천정궁과 통일교 서울본부, 통일교 산하단체 천주평화연합(UPF) 사무실, 한 총재와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수감된 서울구치소 등에 대해서도 압수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한 총재에 대한 수사 접견을 시도했지만 불발됐다. 한 총재의 경우 뇌물 공여 혐의 피의자로 전환됐다. 이번 압수수색 영장에는 한 총재를 금품 공여 혐의 피의자로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번 압수수색을 통해 2018년 무렵의 통일교 회계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본부장의 진술에서 전현직 정치인에 금품을 전달한 시기인 2018년의 자료를 확보한 것이다. 앞서 통일교 관련 의혹을 수사한 바 있는 민중기 특검팀(김건희 특검) 사무실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이에 특검에서 넘겨받은 통일교 의혹 관련 자료가 부실해 경찰이 직접 자료 확보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반면, 특검은 넘겨줄 자료는 다 넘겨줬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경찰은 이번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휴대전화와 컴퓨터 내 파일 등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에 나설 방침이다. 이를 바탕으로 이르면 이번 주 내에 소환 조사도 이뤄질 전망이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15일 10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된 정치권의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 관련 경찰 압수수색이 15시간만에 끝났다. 경찰은 이번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회계자료와 휴대 전화 등을 토대로 수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사진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전재수 의원(전 해수부 장관)의 사무실로 경찰청 특별전담수사팀이 들어서고 있는 모습. 2025.12.15 pangbin@newspim.com origin@newspim.com 2025-12-16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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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대전망] '달러 시대의 느린 균열'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2026년 글로벌 자산시장 지형은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바뀔 모양새다. 월가 주요 IB와 글로벌 운용사들이 제시한 내년 전망을 종합하면, 핵심 키워드는 ▲약해지는 달러 ▲강해지는 금 ▲제도권에 깊숙이 편입되는 코인 ▲전략자산으로 격상된 원자재로 압축된다.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지위는 유지되지만, 각종 정책·재정·지정학 리스크로 인해 달러 의존도를 낮추는 '조용한 탈출(quiet hedging)'이 진행 중이라는 분석이다. [사진=퍼플렉시티 생성 이미지] ◆ 달러: 패권은 유지되지만 '천천히 새는 배' 2026년 달러를 둘러싼 큰 그림은 '완만한 약세' 흐름 속에서, 기축통화 패권은 유지하되 매력은 서서히 떨어지는 구조다. 여기에 연준의 금리 인하 경로, 주요국과의 금리 격차, 글로벌 성장·정책 리스크, 그리고 디달러라이제이션(de-dollarization, 탈달) 흐름이 겹치며 달러의 방향성을 좌우할 전망이다. 먼저 연준의 완화 경로를 살펴보면, 2026년 말 기준금리는 약 3%대 중반(3.4% 안팎)까지 내려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최근 발언들을 종합하면 인하 속도는 초기 시장 기대보다 더 느리고 신중한 방향으로 조정되고 있어, 지나친 달러 약세를 막아주는 '하방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둘째는 금리 격차다. 연준이 금리를 내리더라도, 정책금리는 유럽중앙은행(ECB)의 2%, 영란은행(BoE)의 2~3% 수준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익률 격차가 과거만큼 크지는 않지만, 달러 자산이 어느 정도 금리 메리트를 제공하는 만큼 "달러가 한 방향으로 급락하는 구도"까지 보긴 어렵다는 진단이다. 이 같은 상대 금리 우위는 2026년 내내 달러가 급격히 무너지는 것을 막는 완충장치로 작용할 수 있다. 셋째는 글로벌 성장과 정책 리스크다. IMF는 2026년 세계 경제가 완만하게 성장세를 개선할 것으로 보고 있어, 극단적인 안전자산 선호가 달러로만 몰리는 환경은 아닐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다만 미국의 정치·재정 이슈, 부채한도·재정적자, 무역·관세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히 "달러 방향성을 뒤흔들 수 있는 변수"로 남아 있으며, 상황에 따라 달러에 일시적인 강세·약세 충격을 모두 줄 수 있는 요인들이다. 장기 구조 측면에서 보면, 달러는 '패권은 유지되지만, 천천히 새는 배'에 가깝다. BNY멜론, JP모간, UBS, 냇웨스트, 피델리티 등 주요 글로벌 하우스들은 공통적으로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는 당분간 흔들리지 않는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그러나 무역정책 불확실성,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 연준의 완화적 기조 등 구조적 요인들이 달러의 매력을 조금씩 갉아먹는 국면으로 진입했다는 데도 큰 이견이 없다. 국제통화기금(IMF)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외환보유액에서 달러 비중은 2000년대 초반 70%대에서 2025년 2분기 56% 수준까지 떨어졌다. 냇웨스트와 피델리티는 이 흐름을 "빠르진 않지만 분명한 디달러라이제이션(de-dollarization)"으로 규정한다. 특히 러시아 준비자산 동결 이후 커진 '제재 리스크'는 여러 국가가 결제·준비자산을 다변화하도록 자극한 대표적 계기로 지목되며, 일부 중앙은행은 준비자산 구성에서 달러 비중을 줄이고 금·기타 통화 비중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런 전제 아래에서 보면 달러는 2026년 전반적으로는 약세 쪽으로 기울지만, 중간중간 강한 반등(숏 커버 랠리)이 나올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설득력을 얻는다. 물가가 예상보다 끈질기게 높은 수준을 유지하거나 예상 밖의 인플레이션 급등이 나타날 경우 연준의 추가 인하가 지연되면서 달러에 단기적인 지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여기에 지정학적 충돌, 금융시장 급락 같은 글로벌 리스크오프 이벤트가 겹치면 '안전자산 달러' 선호가 살아나면서 강세 국면이 일시적으로 재현될 가능성도 크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조건이 맞아떨어질 수 있는 시점을 2026년 3~6월 구간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연준의 주요 회의와 핵심 물가·고용 지표 발표가 몰려 있는 만큼, 상반기 중 일정 구간에서는 "완만한 약세 추세 속 달러 반등 구간"이 열릴 수 있다는 전망이다. 결국 2026년 달러는 방향성으로는 완만한 약세, 경로상으로는 구간별 반등이 섞인 '요철 있는 하향 곡선'에 가까운 그림으로 그려지고 있다. 달러지수 내년 전망 [사진=캠브리지 커런시스] ◆ 금: 탈달러·재정악화·지정학이 만든 '슈퍼 헤지' 월가 IB들이 그리는 2026년 금 가격의 큰 그림은 '상승'에서 '초강세'까지, 방향성이 한쪽으로 모여 있다. JP모간은 2025년 말 온스당 3,600달러대에서 2026년에는 4,00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일부 프라이빗 뷰에서는 5,000달러 안팎까지 거론한다. 골드만삭스·UBS 등도 4,000~4,500달러 구간을 기본 밴드로 제시하면서, 구조적 강세장이 이어질 경우 5,000달러 돌파 가능성까지 열어두는 분위기다. 이 같은 '슈퍼 헤지' 논리는 세 축에 기대고 있다. 첫째,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금 매수와 디달러라이제이션 흐름이다. 러시아 준비자산 동결 이후 "제재로 묶이지 않는 준비자산"을 찾는 움직임이 강화되면서, 다수 중앙은행이 외환보유액에서 달러·유로 비중을 줄이고 금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서서히 포트폴리오를 바꾸고 있다. 둘째,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재정악화와 부채 누적이다. 천문학적 정부부채와 확대된 재정적자는 통화가치 희석 우려를 키우며 "법정통화의 거울"로서 금의 역할을 다시 부각시키고 있다. 셋째, 연준의 완화 전환과 약달러 구도다. 금리가 내려가면 무이자 자산인 금의 기회비용이 줄고, 달러 약세는 달러 표시 금 가격을 끌어올리는 이중 효과를 낳는다. 기관투자가들의 인식도 이를 뒷받침한다. 나티시스 설문에서 글로벌 기관의 3분의 2는 "2026년에는 금이 코인보다 더 나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답하며 금을 1순위 방어자산으로 꼽았다. 동시에 상당수 기관이 전통적인 60:40 포트폴리오 대신 인프라·부동산·원자재·금 등을 섞은 60:20:20 구조를 선호한다고 응답해, 금과 실물자산을 "인플레이션·재정·지정학 리스크가 겹친 시대의 전략자산"으로 재평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IB들은 2025년 급등 뒤 2026년 일부 구간에서 단기 조정과 높은 변동성은 불가피하다고 보면서도, 조정이 나오더라도 "고점을 한 단계 올리는 조정"이라는 표현을 쓰며 중장기 방향성만큼은 강하게 위를 가리키고 있다. ◆ 코인: '대체 가치 저장 수단'...그러나 여전히 '실험 구역' 코인에 대한 월가의 시각은 한 줄로 "커진 건 맞지만, 아직은 실험 구역"이다. JP모간은 비트코인을 포함한 디지털 자산을 "달러에 대한 또 하나의 도전자"라고 부르면서도, 극단적인 변동성과 짧은 히스토리를 이유로 전략적 코어 자산이 아니라 위성(satellite) 성격의 위험자산으로 다뤄야 한다고 경고한다. 2024년 초 2조달러 수준이던 크립토 전체 시가총액이 2025년에는 4조달러 안팎까지 불어난 가운데, 규제 환경이 ETF·ETP 승인 등으로 제도권 친화적으로 바뀌며 비트코인을 '가치 저장 수단'으로 보는 시각이 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실제 결제·상거래 규모는 여전히 수백억 달러 수준에 머물며, 일상적 화폐나 결제 인프라로서의 역할은 초기 단계라는 점이 반복해서 지적된다.​ UBS와 같은 보수적인 하우스는 이런 변화를 인정하면서도 "코인은 어디까지나 투기적 자산"이라는 입장을 고수한다. UBS CIO는 비트코인 변동성이 연 70~80% 수준으로 전통 자산 대비 현저히 높고, 70% 이상 급락하는 대형 조정이 여러 차례 반복된 탓에 포트폴리오의 전략적 축으로 편입하긴 어렵다고 본다. 대신 장기 잠재력을 믿는 투자자라면 "완전 손실이 나도 전체 계획이 흔들리지 않을 정도의 극소 비중으로, 장기 보유하는 전략" 정도만 고려하라고 조언한다. 반대로 SSGA나 모간스탠리, 반에크 등 디지털 자산에 우호적인 기관들은 비트코인이 전통 자산과의 상관관계가 낮고 장기 위험조정 수익이 높다는 점을 들어, 1~4% 수준의 소규모 전략적 배분이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기관 머니의 온도차도 뚜렷하다. 나티시스 2026 인스티튜셔널 서베이에 따르면 글로벌 기관의 36%는 향후 크립토 투자 비중을 늘릴 계획이라고 답하지만, 동시에 66%는 "2026년 성과는 금이 크립토를 이길 것"이라고 응답했다. EY·코인베이스가 2025년 초 실시한 설문에서도 응답 기관의 59%가 "AUM의 5% 이상을 디지털 자산에 배분할 계획"이라고 답해 성장 잠재력을 보여줬지만, 가장 큰 우려 요인으로 여전히 변동성과 규제 리스크를 꼽았다. ◆ 원자재: AI·에너지 전환·안보가 만든 '전략자산'의 귀환 2026년 원자재 시장은 더 이상 단순한 인플레이션 헤지가 아니라, AI·에너지 전환·안보 이슈가 맞물린 '전략자산'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BNY멜론, JP모간, UBS, 냇웨스트, 피델리티 리포트는 접근법은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원자재·에너지·전환 메탈에 구조적인 강세 요인이 집중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BNY멜론은 AI 데이터센터 구축, 전력 인프라 확충, 에너지 전환과 함께 각국의 방위·인프라 지출이 향후 수년간 원자재 수요를 떠받칠 것이라고 본다. JP모간은 천연가스와 전력을 "AI 혁명의 병목(bottleneck)"으로 규정하며 가스 발전, LNG 프로젝트, 송전망 등에 장기 투자 기회가 많다고 짚었다. UBS는 구리·알루미늄 등 산업금속 비중 확대를, 냇웨스트는 희토류·전략자원이 '공급망 안보'와 직결되면서 지정학적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제시하고, 피델리티는 구조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 환경에서 실물자산·절대수익 전략이 전통 60:40 포트폴리오의 필수 보완재가 된다고 분석했다. 나티시스 설문에서도 기관투자가의 65%가 전통 60:40 대신 인프라·부동산·원자재·금 등을 섞은 60:20:20 구조가 2026년에 더 높은 수익을 낼 것이라고 답해, 원자재·실물자산을 '필수 축'으로 보는 인식 전환이 확인된다.​ 블룸버그NEF와 IEA 자료를 인용한 보고서들은 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확충 수요만으로도 2030년까지 전 세계 구리 수요의 2~3%포인트 추가 상향을 가져올 수 있다고 추정한다. AI 데이터센터는 단일 시설당 수만 톤 단위의 구리와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는 만큼, 이미 공급 부족이 우려되는 구리·은·희토류·갈륨 등 핵심 금속 시장에 추가적인 타이트닝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전기차·배터리·재생에너지 확대로 리튬·니켈·코발트 등 전환 메탈 수요가 2026년 한 해에만 30~40% 급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에너지 전환과 AI가 결합된 새로운 '미니 슈퍼사이클' 가능성이 거론된다.​ 인플레이션·무역·정책 측면에서의 환경도 원자재에 우호적이다. 모간스탠리 등은 미국·유럽에서 관세·보호무역 정책이 상수로 남는 한, 명목 물가가 2%를 상회하는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과거 데이터상 인플레이션이 2%를 넘는 구간에서 원자재 상품 수익률이 평균적으로 기타 자산 대비 20%포인트가량 우위였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에너지 안보 우려와 탄소 규제가 섞이면서, 가스·LNG·원유·우라늄은 "절대 줄일 수 없는 베이스 에너지"로, 구리·알루미늄·리튬·희토류는 "에너지 전환을 위한 전략 금속"으로 포지셔닝이 재정의되고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월가 IB와 기관투자가들은 2026년 포트폴리오에서 원자재 비중을 한 단계 높이는 전략을, "달러·채권·전통 주식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에너지·인플레이션·안보 리스크를 헷지하는 가장 실질적인 방법"으로 제시했다. kwonjiun@newspim.com 2025-12-15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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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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