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7일부터 7월 9일까지 아트사이드 갤러리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한국의 테라코타(Terracotta)작업을 선두에서 이끈 여성작가 한애규(1953~)의 개인전이 열린다. 아트사이드 갤러리는 6월 17일부터 7월 9일까지 한애규의 개인전 《Beside》전을 개최한다.
한애규와 아트사이드 갤러리는 10년이 넘는 오랜시간 함께 걸어오며 다양한 전시를 진행했었는데 이번 전시는 지난 2018년도 개인전 <푸른 길>의 연속 이야기로, 온전히 흙을 통해 자신만의 작품 세계와 가치관을 전해온 한애규의 신작 38여 점을 선보인다.
테라코타(Terracotta)는 이탈리아 어로 '구운 흙'이라는 뜻으로 석기시대부터 내려온 가장 기초적인 예술행위로, 흙을 빚어 초벌구이한 것을 말한다. 한애규는 오랜 시간 이 작업을 하면서 많은 갈래의 이야기를 탄생시켰다. 삶과 죽음, 여행과 꿈, 여성과 같은 다양하지만 커다란 맥락이 그의 손에서 빚어졌다.
그는 사소하게 느껴질 수 있는 경험과 감정들을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보여주었는데 그가 만들어낸 테라코타 형상에는 부드럽지만 단호하며 때론 묵묵한 손길이 묻어나 있다. 1980년대부터 한애규는 그렇게 노트에 써 내려가 듯 흙의 물성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구현해왔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한애규, 전신상 2 (보검을 든 여인) 2021 terracotta 35 x 31 x 110cm 2022.06.17 digibobos@newspim.com |
그의 '푸른 그림자' 시리즈는 물 위에 비친 일렁이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어딘가 쓸쓸하고 외로워 보이는 그림자는 계단, 벽, 바닥 어느 곳에서든 존재하며 이는 언제나 우리의 곁에 있지만 발견하지 못했던 나의 또 다른 모습이기도 하다. 작가는 베네치아에 갔을 당시 주변에 물이 곳곳에 있던 풍경을 회상하며 그 곳에서 바라봤던 물의 표면과 감정들을 바탕으로 푸른 그림자를 작업하게 되었다.
푸른 색이라 말하지만 그가 표현하는 색은 명도, 채도 모두 각기 다른 색으로 보이고 그만큼 다양한 감정들을 마주할 수 있다. 단순화된 형태와 곡선적인 그의 일관적인 작업 세계가 투영된 그림자 조각을 마치 '나'의 그림자로 받아들일 때, 그간 미처 돌보지 못했고 애써 보지 않으려고 했던 감정들은 수면 위로 떠올라 온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한애규, 푸른 그림자 6 2022 terracotta 33 x 26 x 72cm 2022.06.17 digibobos@newspim.com |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한애규, 푸른 덩어리 1 2022 terracotta 38 x 22 x 93cm 2022.06.17 digibobos@newspim.com |
'여성'은 한애규가 오래도록 작업을 하고 있는 대상이다. 작가는 여성의 삶에 집중하며 그와 관련된 소재를 택하여 개인적이지만 누구나 공감하는 이야기를 해왔다. 이번 작품에도 그는 역사 속 분명 존재했고 존재할 수밖에 없던 여성을 꺼내와 행렬을 만들었다. 그들이 없었다면 역사는 지속될 수 없었을 것이기에 태초의 여성이 가지고 있는 의미와 함께 그는 강인하며 묵묵한 여성을 그려냈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한애규, installation [사진=아트사이드 갤러리] 2022.06.17 digibobos@newspim.com |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한애규, 전신상 7 (문신을 한 여인), 2021, terracotta, 36 x 28 x 92cm 2022.06.17 digibobos@newspim.com |
작가는 힘이 쎈 여인, 배 나온 여인 등 정형화되지 않은 여성 군상을 모으고 여성의 곡선을 닮은 말과 늑대를 놓아 끊어진 한반도 너머 북방으로의 길과 '교류'의 역사를 다시 한번 주목하고자 한다. 그는 북방과의 교류로 의미되는 유물을 손에 쥔 채 행렬하는 작품을 통하여 분단된 현실이 과거처럼 하나의 길로 나아갈 수 있기를 염원한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한애규, 말 2022 terracotta 138 x 50 x 81 cm 2022.06.17 digibobos@newspim.com |
이번 전시 <Beside>는 지난 아트사이드 갤러리에서 진행한 한애규의 개인전 <푸른 길>에서 보인 무리 속 여성들의 표정에 한층 온화함과 부드러움이 더해졌으며 다채로운 형태, 그 속에서 여유로운 표정과 더불어 특유의 단호하면서 묵직한 울림을 만들어내고 있다.
한애규 작가는 서울대학교에서 응용미술, 동 대학원에서 도예를 전공하고 프랑스 앙굴렘 미술학교를 졸업했다. 흙이 가진 본연의 질감과 색채를 담은 그의 작품은 곡선적인 형태를 통해 친근하면서도 따뜻한 분위기를 가진 특징적인 작업을 보여왔다.
총 25회의 개인전과 국내외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하였으며 주요 개인전으로는 <푸른 길>(아트사이드 갤러리, 서울, 2018), <폐허에서>(아트사이드 갤러리, 베이징, 2010), <조우>(포스코 미술관, 서울, 2009), <꽃을 든 사람>(가나 아트 센터, 서울, 2008)이 있다.
주요 단체전은 <한국의 채색화 특별전>(국립현대미술관, 과천, 2022>, <토요일展>(서울, 2012-2020), <긴 호흡>(소마미술관, 서울, 2014), <테라코타, 원시적 미래>(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경상남도, 2011) 등에 참여하였다.
주요 소장처로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서울역사박물관, 대전시립미술관, 전북도립미술관, 서울시청, 이화여자대학교 박물관, 고려대학교 박물관 등이 있다.
digibobo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