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 감소분 커
카카오는 반년 새 10위권 밖으로
[서울=뉴스핌] 김준희 기자 = 코스피 상위 10개 기업의 시가총액이 반년 새 100조원 넘게 증발했다. 인플레이션 우려에 급격한 금리 인상이 시작되자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의 탈출 러시가 본격화되면서다. 1년 전 네이버와 시총 상위권에서 순위 다툼을 하던 카카오는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기준 코스피 상위 10개 기업의 시가총액 합계는 832조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첫 거래일인 1월 3일 합산액 961조원과 비교하면 약 7개월 새 129조원이 사라졌다. 1월 말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을 제외하면 10위권 모든 종목의 시가총액이 연초 대비 축소됐다.
시가총액이 가장 크게 줄어든 종목은 삼성전자다. 올해 초 469조원 수준이던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우선주 제외)은 이달 들어 368조원까지 밀려났다. 약 100조원 가량이다. 연초 7만원대를 웃돌던 주가도 이달 초 5만5700원까지 떨어졌다가 '6만전자'로 올라온 상태다.
국내 증시 부동의 2위였던 SK하이닉스는 LG에너지솔루션에 밀려 3위로 내려왔다. 시가총액도 연초 93조원대에서 73조원대로 20조원 가량 줄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현대차, 삼성SDI, LG화학, 기아 등은 상대적으로 변동폭이 크지 않았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최대 수혜주로 꼽혔던 네이버·카카오 등은 올해 들어 몸집이 크게 축소됐다. 네이버는 연초 시가총액 61조원대에서 최근 40조원대로 내려앉았다. 같은 기간 카카오는 51조원에서 32조원으로 내려오며 10위권 밖으로 떠밀렸다.
이 기간 국내 증시 큰손인 기관투자자와 외국인투자자들은 모두 순매도로 일괄했다. 기관은 15조2405억원, 외국인은 12조9198억원 규모로 팔아치웠다. 매수에 나선 주체는 개인투자자뿐이었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며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이 상수로 자리 잡으면서 침체 우려가 불거졌던 것이 큰 이유"라며 "미국의 긴축 강도가 높아지면서 지속된 강 달러 압력도 외국인 매도의 동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심화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상 보폭을 키우면서 신흥국에 대한 투심이 크게 위축됐다. 또 경기 침체기에 물가만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국내 증시에 대한 투심을 악화시켰다. 순이익 전망치 하향으로 기업들의 실적 기대감이 낮아지면서다.
한 리서치센터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금리는 경기가 과열될 때 올리는데, 이는 기업 실적이 좋아진다는 의미이므로 과거 금리인상기때는 대체로 주식도 같이 올랐다"며 "이번에는 시장도 안 좋은데 금리마저 올리니 수급에 치명타가 됐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 주요 코스피 상장사들은 2분기에도 깜짝 실적을 내놓고 있어, 기업 이익 대비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반도체 빅2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경기침체 우려에도 호실적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연결 기준 실적이 매출액 77조2036억원, 영업이익 14조971억원이라고 발표했다. 역대 두 번째 분기 매출이다. SK하이닉스도 13조8000억원대 매출액을 기록해 사상 최대 매출 기록을 갈아치웠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 등 대형주들의 2분기 잠정 실적 발표 이후 외국인 순매수세가 유입됐다"며 "아직 경기와 시장 모두 바닥을 쳤다는 징후는 부족하지만 상반기 시장을 괴롭혔던 인플레·금리 이슈가 물러나고 있음을 감안하면 현 시점에서 지나치게 방어적, 숏 마인드로 임하는 것은 별로 도움이 안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zuni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