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배요한 기자 = 약물전달시스템 전문기업 현대바이오가 범용 항바이러스제 후보물질 'CP-COV03' 적응증 확대를 위한 '약물재창출'을 본격화한다.
8일 현대바이오는 CP-COV03의 적응증을 코로나19 이외 여러 바이러스 질환으로 확대하기 위해 비임상 전문기관인 '디티앤씨알오'를 시험기관으로 선정해 장기투약 독성시험을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장기투약 실험에 앞서 현대바이오는 올해 4월부터 6월까지 예비 동물실험을 진행해 일일 900mg/kg에 달하는 고용량을 1개월가량 투약한 결과 부작용이 관찰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1일 투여량 900mg/kg은 체중 60kg의 사람에는 54g에 해당하는 양으로, 종별 체표면적의 차이인 1/6배를 적용하면 사람에게는 하루에 9g을 투여해도 독성이 없다는 의미다. 이는 현재 진행 중인 CP-COV03의 코로나19 임상2상에서 환자에게 투약되는 하루치 저용량(900mg)의 10배, 고용량(1350mg)의 6.7배에 달한다.
약물재창출(drug repositioning)은 특정 질환 치료제로 승인됐거나 개발중인 약물을 새로운 질환 치료제로 용도를 바꾸는 것으로 신약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과 기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대바이오는 CP-COV03의 코로나 임상 성공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으며, 기존 항바이러스제와 비교해 CP-COV03가 뛰어난 안전성과 광범위한 효능을 발휘하는 기전(메커니즘)에 기반해 적응증 확대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현대바이오는 CP-COV03의 적응증 확대 우선 대상으로 '롱코비드(Long Covid)',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HPV(인유두종 바이러스)', '원숭이두창(monkeypox)' 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중장기적 타겟에는 뎅기열, 진드기 바이러스, 에이즈 등도 포함돼 있다. 특히 코로나19의 체내 잔존 바이러스가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롱코비드는 현재까지 치료제가 전무한 실정이다.
최근 미국 하버드대 의대 연구진은 롱코비드 증상 환자 60%의 혈액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외피를 이루는 돌기 모양의 세포 침투용 스파이크 단백질이 코로나19 감염 후 최장 12개월이 지난 시기까지 검출됐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 확진 후 최소 2개월 이상 지속되는 다양한 증상을 롱코비드라 정의하며, 전체 확진자의 10~30%가 이를 경험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니클로사마이드를 주성분으로 한 CP-COV03는 바이러스가 세포에 침입하면 '오토파지(autophagy, 자가포식)'를 촉진해 세포가 바이러스를 제거하도록 유도하는 `세포 표적'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 바이러스 복제를 억제하는 기존 코로나19용 항바이러스제는 투약 후 일정 기간이 지나야 증상 개선이 이뤄지는 반면 CP-COV03는 투약 후 증상 개선이 빠르게 나타나고, 체내 잔존 바이러스에도 약효를 미치므로 롱코비드에 적합한 유일한 약물로 기대된다.
현대바이오 관계자는 "특정 바이러스를 표적하는 기존 항바이러스제는 장기 투약하면 바이러스에 약물 내성이 생기기 때문에 동일 약물의 투약 횟수와 기간이 엄격히 제한된다"며 "바이러스의 숙주인 세포를 표적하는 CP-COV03는 기존 항바이러스제와 달리 바이러스의 약물 내성과 변이에 자유롭기 때문에 롱코비드 치료에 가장 적합한 약물"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기투약 실험을 마치면 CP-COV03 용도는 코로나19 치료제(브랜드명 제프티)에서 더 나아가 롱코비드, 원숭이두창, HPV 치료제 등으로 더욱 쉽게 확대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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