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보장된 정년에 연금까지 누리며 이른바 '철밥통' 직장으로 인기를 끌었던 공무원. 최근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공무원 직종에 대한 인기가 급속도로 식고 있는 양상이다. 가장 큰 이유는 하위직 공무원 월급이 최저임금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얘기가 나오면서다.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4급(서기관) 이상 공무원 보수는 동결되고, 5급 이하는 1.7% 인상에 그쳤다. 올해 9급 1호봉 공무원 월급은 세금과 연금 보험료 등을 떼고나면 기껏해야 160만원 정도다.
한때 100대 1을 기록했던 9급 공무원 시험 경쟁률은 올해 29.2대1로 떨어졌다. 9급 공무원 시험의 평균 경쟁률이 30대1 이하로 내려간 건 1992년(19.3대1) 이후 처음이다. 7급 공무원 경쟁률(42.7대1)도 43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서울 지하철 1·9호선 노량진역 인근 유동인구도 예전에 비해 많이 줄어든 모습이다.
노량진 공시촌.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열기로 뜨거워야 할 이곳이 차갑게 식어 있었다. 점심시간이 가까워 졌음에도 먹자골목도 컵밥거리도 한산했다. 고물가의 영향도 한몫한 듯 보였다.
고시학원이 입주해 있는 건물 1층 상가가 비어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 이전한 고시학원 |
▲ 문 닫힌 고시원 |
노량진의 한 고시학원은 목이 좋은 곳으로 이전한 듯 보였고 한 고시원은 오래전에 문을 닫은 듯 굳게 좌물쇠로 잠겨 있었다.
▲ "빈방 있습니다" |
▲ 한산한 스터디카페 |
▲ 찾는 이 없는 노량진 서점 |
한 카페 주인은 기자에게 "예전보다 노량진에 학생들이 많이 줄었고 경기가 안좋아 매출도 감소했다"고 했다. "가게를 부수고 새롭게 오픈해도 장사가 안된다"며 한숨을 쉬었다.
더욱이 정부가 공무원 증가에 따른 국가 재정부담과 행정 비효율을 개선하기 위해 앞으로 5년간 매년 정부 부처별로 정원의 1%를 감축해 재배치하기로 했다. 이에 따른 공무원 시험의 선별인원 감축이 예고된 상황이다. 좁아진 임용기회에 시험을 준비하는 노량진 공시생들의 불안은 커져만 간다.
한 공시생은 "내년부터 공무원 채용인원도 줄고 물가도 많이 올라 시험을 준비하며 생활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며 "올해까지 시험준비를 해보고 안되면 다른 길을 찾아봐야겠다"고 하소연을 했다.
▲ 지난 6월 치러진 지방공무원 9급 공채 필기시험 |
▲ 지난 7월 정부서울청사 앞 공무원 임금인상 쟁취 결의대회 |
▲ 지난 9월 공무원보수인상 촉구 기자회견 |
전국공무원노동조합에 따르면, 부산지역 2030 청년공무원 인식조사 결과 설문조사에 참여한 2,918명 중 2,302명(80%)의 20·30대 청년공무원들이 그만두고 싶은 생각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가장 큰 원인으로 낮은 임금(42%)과 악성민원(29%)을 지적했다.
이렇게 또 노량진 공시촌의 하루가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