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주 민주당 의원 인터뷰
"현재의 대일 군사외교는 굴종적…블록화되면 안돼"
"미국에도 할 말 해야…대등한 관계가 건강한 관계"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0년 제21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에 인재영입 3호로 입당했다. 육군 대령 출신인 김 의원은 그동안 '안보 문외한' 이미지였던 민주당에서 군사 전문가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특히 한미연합군부사령관을 지낸 김 의원은 한미동맹에 있어서는 풍부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빈센트 브룩스 전 연합사령관은 그를 '동생'이라고 부를 정도의 사이이고, 부사령관 근무 당시 사령관들과 막역한 사이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뉴스핌은 지난 14일 김 의원을 만나 한미동맹을 비롯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한미일 삼각 공조 시스템 등 군사외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2022.11.16 pangbin@newspim.com |
◆ "한미일 블록화되면 안돼…日 관함식 참석은 굴종적"
"우리는 한미동맹을 튼튼히 하면서 중국을 불편하게 하지 않는 게 중요해요."
김 의원은 한국 군사외교의 목표를 명쾌한 한마디로 정의했다.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어느 누구의 편도 들지 않고 독자적인 노선을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두 수레바퀴에 항상 비교하는데, 한미동맹이 하나의 수레바퀴라면 나머지 수레바퀴는 일본·중국·러시아를 포함한 주변국들이다. 이 바퀴가 원만히 돌아가야 잘 가지 하나가 안 맞으면 덜컹덜컹하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재 윤석열 정부의 기조는 한미일 공조를 강화하면서 마치 '블록'처럼 만들어 중국을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고 했다. 또 현재 일본에 대한 기조는 '굴종적'이라고도 했다.
김 의원은 "일본은 경제 제재를 풀지도 않았고, 역사적으로 강제징용 문제, 군사적으로 초계기 문제 등이 풀리지 않은 상태인데 일본 관함식에 참석하고 한미일 훈련도 하는 것은 굴종적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렇게 되면 북한 문제도 점점 풀기 어려워진다고 내다봤다. 한미일이 블록화되는 만큼 이에 대응해 중국과 러시아, 북한도 진영논리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30년 전이면 괜찮아요. 1990년 이전에는 자본주의와 공산주의가 나눠져 있었고 중국하고도 무역이 하나도 없었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30년 동안 얽히고 설켜 자를 수가 없어요. 중국이 우리 최고의 무역 수출입국이잖아요. 옛날에는 안보와 경제를 자를 수가 있었는데, 이제는 자르면 어딘가 피해가 너무 큰 거죠."
김 의원은 한미동맹 강화를 위한 일본과의 군사 유대 강화는 불필요하다고 얘기했다.
"미국은 이미 20년 전부터 한미일을 한 데로 묶으려고 엄청 노력했어요. 그렇지만 보수, 진보 할 것 없이 우리 정부는 대중국 관계도 있고 일본과는 관계를 적절하게 유지해야 한다고 미국을 설득시켰어요. 미국은 우리에게 미사일방어체계(MD)에 들어오라고 했는데 우리는 MD에 들어가는 순간 중국·러시아와 적대시되니까 대신 한국형 MD, KAMD를 하겠다고 미국에 설득했어요. 중국도 KAMD는 북한의 핵 미사일 대응에 국한한다고 이해를 시켰고요. 미국은 충분히 우리의 독자성을 이해하는 나라예요. 이명박-박근혜-문재인 때 계속 그렇게 유지해왔어요."
[서울=뉴스핌]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오후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호텔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미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SNS] 2022.11.13 photo@newspim.com |
◆ "할 말은 하는 게 건강한 관계…맹목적이면 오히려 힘 없어진다"
미국은 명실공히 한국의 가장 큰 우방이다. 하지만 '밀당'의 문제, 관계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지 껄끄러운 지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대표적인 게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시절의 한미 방위 분담금 문제다.
2017년 김 의원이 부사령관으로 근무하던 때다. 당시 주한 미국대사가 공석이어서 의전을 대부분 한미연합사령관이 해야 했는데, 전쟁 위기 고조되는 데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참 '한국 무임승차론'을 제기할 때였다. 그때 김 의원에게 묘수가 떠올랐다.
"통상 미국 대통령이 방한하면 판문점부터 갑니다. 그런데 브룩스 사령관에게 판문점 대신 평택 캠프 험프리스로 데려가자고 설득했어요. 안 그래도 군사적 긴장이 지금처럼 올라가는데 판문점 가면 무슨 메시지가 나오겠어요? 그래서 캠프 험프리스로 가자고 설득했더니 브룩스 사령관도 '당신 말이 맞다'고 하더라고요."
한국 정부는 경기 평택의 캠프 험프리스 이전비용 11조원 중 10조원을 부담했다. 그런 곳에서 한미 장병들과 만나서 식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니 트럼프 전 대통령 입에서 한국에 대한 불만이 나올 일이 없었다는 거다. 거기다 브룩스 사령관은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보고를 하면서 분량의 80%를 한국이 안보에 무임승차하는 게 아니라는 내용을 할애했다고 한다.
김 의원이 이때의 경험으로 얻은 건 바로 대등한 관계가 건강한 관계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부부를 봅시다. 남편과 아내가 서로 영화 취향이 다른 경우 어떤 집은 한 쪽이 보고싶은 것만 따른단 말이죠. 그런데 그런 관계는 오래 못가요. 자꾸 무의식 속에 불만이 쌓이잖아요. 좋은 관계는 서로 '이번에는 당신이 좋아하는 영화를 보고, 다음에는 내가 좋아하는 영화를 보자'고 상의하면서 합의점을 찾는 거죠. 미국이 아무리 강대국이라도 우리도 세계 10위권 국가이기 때문에 한미동맹도 할 얘기는 서로 하고 가야 되는 거예요. 맹목적으로 가면 우리가 오히려 힘이 없어져요."
그런 점에서 현재 윤석열 정부가 취하는 대미 전략은 김 의원이 볼 때 아쉬운 점이 많다. 그는 "윤 정부는 미국 말이라면 무조건 따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며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같은 것도 그래서 문제가 되는 것 같다. 따르기만 하니까 이야기를 들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가 군사외교를 오래했는데, 한미연합부사령관일 때 사령관들하고도 가급적이면 대등한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했어요. 요구할 게 있으면 정당하게 주장하고 이건 이렇다고 의견을 말하면 받아들여요. 제가 제일 많이 요구했지만 그 당시 브룩스 사령관하고는 형제지간처럼 잘 지냈어요. 서로 양보할 건 양보하고 받아들이고 하면 돼요.그런데 지금은 건강한 동맹이라기보다 일방적인 미국의 요구에 끌려들어가는 듯한 게 보여서 아쉬워요."
김 의원은 야당이지만 민주당도 한미동맹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재명 대표에게 방미를 적극 권유하기도 했다.
그는 "미국은 민주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여당도 중요하지만 다수 당을 무시하지는 못한다"며 "야당으로서 윤석열 정부 비판만 하지 말고 정당하게 외교 관계를 쌓아나가야 한다고 많은 조언을 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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