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수주 2010년 정점 찍은 뒤 올해 반토막 수준
사우디 네옴시티 수주시 과거 최고치 700억달러 돌파 가능
내년 1~2월 본격적 공사발주...건설업계도 특수 기대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질 권력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방한해 국내 기업과 40조원 규모의 업무협약을 하면서 역대 연간 해외수주 최고치인 700억달러(94조원) 시대를 다시 열지 주목된다.
국내 기업의 해외 수주액은 2010년 정점을 찍은 뒤 정체기를 걷다 최근에는 반토막 수준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사우디 북서부 사막에 서울의 44배 규모로 짓는 미래형 스마트 친환경 신도시 '네옴시티' 프로젝트가 기사화되면서 기대감이 감돌고 있다. 전체 사업비의 10%만 수주해도 올해 연간 해외 수주액을 뛰어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내년 초부터 발주가 본격화되면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이 보다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내 건설경기 하락세가 예상되는 만큼 해외수주는 우리 건설업계의 생존전략이라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 사우디 네옴시티 사업비 10%만 따내도 연간 해외수주액 추월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22일 기준 올해 국내 기업의 해외건설 수주액이 266억달러(36조원)로 전년동기 대비 25% 증가했다. 일반적으로 연말을 앞두고 발주가 늘어나는 것을 감안할 때 올해 수주액이 350억달러(47조원) 안팎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업별로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등 4개사가 전체수주액의 49.2%를 차지하며 절대적인 비중을 나타내고 있다. 삼성물산이 49억500만달러로 1위, 삼성엔지니어링이 27억5300만달러로 2위에 올랐다. 이어 현대엔지니어링이 27억1500만달러, 현대건설이 26억9000만달러로 뒤를 이었다. 올해 남은 기간을 고려할 때 2~4위는 언제든지 순위 변동이 가능하다.
내년에는 기업별 경쟁뿐 아니라 수주액도 많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총 사업비가 5000억달러(약 660조원)에 달하는 세계 최대 인프라 사업인 사우디 네옴시티 프로젝트가 본격화되면 국내 건설사의 사업 참여가 대거 이뤄지기 때문이다. 사업비의 10%만 따내도 올해 해외에서 벌어들인 수주액을 뛰어넘는다. 최근 빈 살만 왕세자가 방한해 국내 기업과 40조원 규모의 업무협약(MOU)을 맺기도 했다.
앞서 삼성물산·현대건설 컨소시엄은 지난 6월 사우디의 '네옴 컴퍼니'(NEOM Company)가 발주한 터널 공사를 수주했다. 170㎞에 달하는 이 터널 공사는 현재까지 26㎞ 구간이 발주됐다. 이 중 12㎞ 구간을 이 수주한 것으로 나머지는 스페인 컨소시엄이 담당한다.
또 삼성물산은 사우디 국부펀드(PIF)와 '네옴 베타 커뮤니티' 프로젝트 관련 MOU를 맺었다. 총 40억달러(5조3000억원) 규모의 이 프로젝트는 철강 모듈러 방식으로 네옴시티에 1만 가구를 짓는 주거단지 조성 사업이다. 사우디 홍해 연안 얀부시에 39만6694㎡ 규모의 그린수소·암모니아 공장을 짓고 20년간 운영하는 사업에도 참여한다.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롯데건설로 구성된 현대컨소시엄은 역대 최대 규모의 국내 석유화학 사업인 '샤힌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총 9조2580억원이 투입되는 에쓰오일의 샤힌 프로젝트는 국내 석유화학산업 사상 최대 규모다. 울산 일대에 에틸렌, 폴리에틸렌(PE)을 비롯한 석유화학제품 생산 설비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내년 초 착공해 2026년 준공할 예정이다.
네옴시티 프로젝트는 2017년 10월 빈 살만 왕세자가 처음으로 공개했지만 사업이 장기간 지연되면서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불거지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국내 기업과 MOU를 체결한데 이어 네옴시티 사업의 기초 작업인 터파기 공사가 진행되면서 점차 구체화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서 신도시, 스마트시티 등을 조성한 경험이 많기 때문에 네옴시티 사업에서 주택과 항만, 에너지, 관광시설 등 다양한 공정에 참여하게 될 것"이라며 "이 프로젝트의 사업비가 5000억달러에서 최대 1조달러 규모로 알려진 만큼 사업이 구체화하면 국내 기업의 해외수주가 과거 기록했던 역대 최고치를 뛰어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내년 1~2월 발주 본격화...해외수주 텃밭 아시아에서 다시 중동으로
국내 기업의 해외수주 최대 텃밭이 아시아에서 다시 중동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 중동은 국내 기업의 최대 수주 지역이었다. 하지만 자국 내 정세와 국제유가 불안 등을 이유로 발주가 줄면서 건설사들이 아시아로 눈을 돌렸다. 이번 네옴시티를 계기로 사우디뿐 아니라 중동 주변 국가에서 신도시, 인프라 등 개발 사업에 동참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 올해 국내 기업의 아시아 수주액은 109억달러로 가장 비중이 크다. 세부적으로는 인도네시아 수주가 가장 많았고 필리핀, 베트남, 중국, 말레이시아 순이다. 중동에서는 75억3000억달러를 수주해 지역별로 차지하는 비중이 28.3%다. 과거 절반 이상을 차지하던 것과 비교하면 비중이 줄어든 수치로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이집트, 이라크 순으로 수주액이 많았다.
'제2의 중동붐'이 가시화되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총 4~5차례 나눠 진행되는 네옴시티 프로젝트 발주가 내년 초 현실화될 것이란 관측이 많아서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르면 오는 12월, 늦어도 1~2월에는 조단위 프로젝트들에 대한 실제 수주계약이나 MOU를 넘어선 구체적 계약이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