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하나·현대 희망퇴직 50명 안돼…은행 3000명
3년치 월급 등 조건 다르지 않으나… 업황 차이 탓
재취업 가능성 낮아 '남아있는 게 낫다' 분위기 지배
[서울=뉴스핌] 이은혜 기자=올해 업황 악화에 신용카드사들이 '생존'을 목표로 희망퇴직을 실시했으나, 신청 건수가 은행권보다 현저히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명퇴금 등에서 좋은 조건을 내걸어도 경기 불확실성에 '내부는 춥지만 밖은 더 춥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대부분 남으려 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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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올해 초 희망퇴직을 신청받은 우리·하나·현대카드 등 3개사의 희망퇴직 접수 건수는 50명을 넘지 않을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 6월 말 기준 3개 카드사의 임직원 수(3662명)의 1%를 겨우 넘는 규모다. 아직 희망퇴직을 받지 않은 신한·삼성·KB국민·롯데카드도 희망퇴직을 받을 가능성이 높지만, 신청 접수 규모는 비슷할 것이란 의견이 대다수다.
반면, 5대 시중은행(KB·신한·우리·하나·NH농협)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 말 기준 임직원 수(7만3296명) 대비 4%에 해당하는 약 3000명이 짐을 쌀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전년보다 1000명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카드업계는 지난해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와 조달금리 상승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올해 영업환경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면서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대부분의 카드사 최고경영자(CEO)들은 올해 신년사에서 '생존'을 목표로 내걸었고, 비대면 금융 서비스의 확산으로 대규모 인력이 필요하지 않게 되자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우리카드는 1967~1969년생 중 10년 이상 재직한 부서장급 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신청받았다. 월 평균 임금의 24~36개월치를 퇴직금으로 지급하고, 자녀 학자금을 지원하는 조건이다. 이날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 하나카드는 지난 4일 준정년 특별퇴직 공고를 냈으며, 대상은 이달 31일 기준 1968년생(만 55세) 중 만 10년 이상 근속한 직원이다. 책임자·사원급에겐 36개월치 평균임금이 제공되고, 관리자는 31~36개월의 평균임금이 차등 지급된다. 자녀장학금, 의료비, 재취업 지원금 등도 제공된다.
앞서 현대카드는 지난달 근속 20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퇴직 지원프로그램'을 신청받았다. 퇴직자 숫자를 목표로 정해두고 진행하는 일반적인 희망퇴직과 달리, 100% 자발 신청에 기반했다. 희망퇴직자에게는 최대 39개월치 임금과 자녀 학자금, 건강검진 지원금 등을 지급하기로 했다. 카드업계에서는 현대카드·현대커머셜의 희망퇴직 접수 인원이 10명 내외이고, 특히 현대커머셜의 경우 한 건도 접수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나왔으나 현대카드는 "적지 않은 인원이 퇴직 지원프로그램에 신청했다"며 선을 그었다.
은행권과 카드사들의 희망퇴직 조건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KB국민은행은 근무기간 등에 따라 23~35개월치의 월평균 급여, 학자금, 재취업 지원금, 건강검진, 재고용 기회를 제공하기로 했으며 신한은행도 최대 36개월치의 월 급여를 지급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카드사의 희망퇴직 신청 규모가 은행권보다 저조한 이유는 업황 악화로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는 데 부담을 느낀 것으로 파악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권에서는 지난해 말~올해 초 내건 희망퇴직 조건이 지난해 거둔 사상 최대 실적에 기반한 것으로 더 좋아지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라며 "좋은 조건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려는 움직임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카드업계는 50대 이상의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도 재취업 등의 가능성이 낮아 희망퇴직에 회의적인 시각이 대부분"이라며 "직원들 사이에서는 '내부는 춥지만 밖은 더 춥다'는 말이 높은 공감을 얻고 있어 남아있는 게 더 낫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설명했다.
chesed7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