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손보·현대해상·NH농협생명 상해·질병·간병 특약
한화생명·흥국생명 자부치…IFRS17 대비 차원
보험산업 포화로 새로운 먹거리 창출 필요
[서울=뉴스핌] 이은혜 기자=보험산업이 포화상태에 이르고 새로운 국제회계제도(IFRS17)가 도입되면서 생명보험사들과 손해보험사들이 연초부터 '제3보험' 영역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보험사들이 올해 '생존'을 목표로 내세운 만큼 향후 제3보험 경쟁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사진=KB손해보험] |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KB손해보험은 전날 유병자보험 상품에 '상해·질병 3~100% 후유장해' 보장을 추가했다. 상해 혹은 질병으로 후유장해가 발생했을 시 가입금액과 후유장해 지급률을 곱한 금액을 보험금으로 지급하는 특약으로, 그동안 병력이 있는 가입자를 대상으로 한 유병자보험에서는 가입하기 어려웠다.
KB손해보험이 추가한 보장은 제3보험 영역에 해당한다. 보험업법에 따르면 제3보험은 상해·건강·질병 등에 해당하는 특약으로 생보사와 손보사 모두 취급할 수 있다. 보험사들은 올해 첫 영업일부터 제3보험에 해당하는 특약을 탑재한 상품을 쏟아냈다. 현대해상은 장기요양과 치매를 집중적으로 보장하는 '퍼펙트케어간병보험'을 출시했다. 장기요양 보장에 대해 기존 5등급을 넘어 지난 2018년 신설된 '인지지원등급'까지 확대한 상품이다. NH농협생명도 뇌, 심장, 간 췌장, 폐 등 주요 4대 질병을 보장하는 '백세팔팔NH건강보험'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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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에서도 생보사들은 손보사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자동차사고부상치료비, 이른바 '자부치' 특약을 탑재하고 있다. 자부치는 자동차 교통사고로 다칠 경우 부상 급수(1~14급)에 따라 치료비를 지급하는 특약이다. 한화생명은 재해사고 관련 보장을 총망라한 '넘버원 재해보험2301'을 출시했다. 자부치 특약 뿐만 아니라 '교통사고부상지원특약'을 넣어 교통사고로 인해 발생한 경상·중상 치료를 보장하도록 했다. 흥국생명도 지난 2일 상해보험 상품 '다사랑통합보험V2'를 개정해 신규 특약에 자부치 특약을 탑재했다. 흥국생명은 지난해 4월 자부치 특약을 탑재한 상품을 출시했다가 6월 판매를 중단한 뒤, 7개월 만에 다시 선보였다.
생보사들이 제3보험 진출에 열을 올리는 이유로는 올해부터 도입된 새로운 국제회계제도(IFRS17)가 꼽힌다. IFRS17에서는 생보사들의 주력 상품인 저축보험을 부채로 인식하고, 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기 때문에 시중금리 움직임에 따라 변동성이 커진다. 이에 따라 생보사들은 제3보험의 비중을 늘려 상품 구조를 다각화해 자산건전성을 유지하려는 것으로 파악된다.
가장 큰 이유는 저출산 고령화로 보험산업이 구조적 한계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65세 인구가 5년 뒤 20%를 넘어 유효피보험자가 급감할 것으로 전망되고, 가구 당 민간보험 가입률이 98.2%로 포화상태라는 진단이 나온다. 오명진 파인베리컴퍼니 자문 계리사는 전날 성수아트홀에서 열린 '2023 빌드업 특별강연 콘서트'에서 "유효피보험자가 줄어 신규 고객을 확보하기 어려워지고, 기존 고객들에게 판매할 수 있는 상품 영역도 점차 줄고 있다"며 "제3보험은 보험사들의 대안이 됐고, 향후 경쟁은 더욱 치열해져 생보업과 손보업의 경계는 점점 허물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chesed7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