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경비원 유족, 근로복지공단 상대 승소
"6년은 갱내작업…업무관련성 부정 어려워"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20년이 넘는 근무기간 중 대부분을 탄광 경비원으로 일하다 폐암으로 사망한 근로자도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박정대 부장판사)는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과 서울가정법원. 2022.01.14 pangbin@newspim.com |
A씨는 1962년부터 1974년까지 대한석탄공사 산하 B광업소에서 경비원으로, 1974년부터 1989년까지는 C탄광에서 경비원과 채탄부로 근무했다. 그는 81세이던 2016년 1월 경 폐암 진단을 받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같은 해 8월 사망했다.
A씨의 유족은 A씨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으나 공단은 "망인(A씨)이 대부분 분진 노출과 무관한 경비원으로 근무했고 폐암의 발암물질인 결정형유리규산(규산)에 대한 노출기간과 노출량이 부족하다고 판단돼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며 거부했다.
산업재해보상보험 심사위원회와 재심사위원회도 같은 취지로 유족의 청구를 기각했고 공단이 다시 거부 처분을 하자 유족은 이에 불복해 2021년 9월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심리 결과 "망인이 수행한 분진작업과 망인의 사망 원인인 폐암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된다"며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어 "폐암 환자에게 적어도 2~3년간 갱내작업 이력이 있다면 의학적으로 폐암의 업무관련성을 인정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도의 요건은 갖춘 것으로 보인다"며 "망인이 C탄광에서 근무한 약 15년 동안 계속 채탄작업을 수행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지만 최대 6년간 갱내에서 채탄작업을 했고 최소 20년간 갱외 주변지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해 폐암의 업무관련성을 쉽게 부정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탄광 갱도와 다소 거리가 있는 인근 마을의 주민들까지도 다른 곳에 비해 폐암 발병률이 10배 이상 증가했다는 통계자료를 감안하면 망인이 탄광 주변에서 경비 업무를 수행한 기간을 일률적으로 고려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망인은 금연 후 15년이 지나서야 폐암이 발병했으나 규산 노출이 폐암의 위험도를 증가시킨다는 연구결과와 평균 26.6년에 달하는 잠복기를 갖는 폐암의 특성 등을 고려하면 망인의 업무와 폐암 사이의 관계를 부정할 만한 근거가 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