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46년 훈민정음 반포 45년 지난 시점에 쓴 편지
하급 무관 나신걸 작성, 조선 초기부터 남성도 한글 사용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가장 오래된 한글편지이자 훈민정음 반포의 실상을 알려주는 '나신걸 한글편지'가 보물로 지정됐다.
문화재청(청장)은 9일 '나신걸 한극편지'를 비롯해 창녕 관룡사 목조지장보살삼존상 및 시왕상 일괄', '서울 청룡사 비로자나불 삼신괘불도' 등 조선시대 불상과 불화를 포함한 총 3건에 대해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했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나신걸 한글편지 [사진=문화재청] 2023.03.09 89hklee@newspim.com |
보물 '나신걸 한글편지'는 조선 초기 군관 나신설(1461~1524)이 아내 신창맹씨에게 한글로 써서 보낸 편지 2장이다. 2011년 대전시 유성구 금고동에 있던 조선시대 신창맹씨 묘안 피장자의 머리맡에서 여러 번 접힌 상태로 발견됐다.
편지의 제작시기는 내용 중 1470~1498년 동안 쓰인 함경도의 옛 지명인 '영안도'라는 말이 보이는 점, 나신걸이 함경도에서 군관 생활을 한 시기가 1490년대라는 점을 통해 이때 작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편지는 아래, 위, 좌우에 걸쳐 빼곡히 채워 썼으며, 주된 내용은 어머니와 자녀들에 대한 그리움, 철릭(조선 시대 무관이 입던 공식의복) 등 필요한 의복을 보내주고, 농사일을 잘 챙기며 소소한 가정사를 살펴봐 달라는 부탁이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창녕 관룡사 목조지장보살삼존상 및 시왕상 일괄 -목조지장보살좌상 [사진=문화재청] 2023.03.09 89hklee@newspim.com |
이 편지가 1490년대에 쓰였음을 감안하면, 1446년 훈민정음이 반포된 지 불과 45년이 지난 시점에서 한양에서 멀리 떨어진 변방지역과 하급관리에게까지 한글이 널리 보급되었던 실상을 알 수 있다. 특히 조선 시대에 한글이 여성 중심의 글이었다고 인식되었던 것과 달리, 하급 무관 나신걸이 유려하고 막힘없이 쓴 것을 보면 조선 초기부터 남성들 역시 한글을 익숙하게 사용했음을 보여 준다.
해당 유물은 현재까지 발견된 한글편지 가운데 가장 오래된 자료이자 상대방에 대한 호칭, 높임말 사용 등 15세기 언어생활을 알려주는 귀중한 자료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조선 초기 백성들의 삶과 가정 경영의 실태, 농경문화, 여성들의 생활, 문관 복식, 국어사 연구를 하는 데 있어 활발하게 활용될 가치가 충분하며, 무엇보다도 훈민정음 반포의 실상을 알려주는 언어학적 사료로서 학술적·역사적 의의가 매우 크다"라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서울 청룡사 비로자나불 삼신괘불도 [사진=문화재청] 2023.03.09 89hklee@newspim.com |
'창녕 관룡사 목조지장보살삼존상 및 시왕상 일괄'은 17세기에 활약한 조각승 응혜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봉안된 전각의 변화 및 조선 후기 명부전 존상의 구성과 독자적 양식의 성립 과정에 있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작품이다. 발원문 등 관련 기록을 잘 구비하고 있고 작품의 완성도도 뛰어나며, 17세기 중반 전라도와 경상도 지역을 무대로 활동한 대표적인 조각승의 작품으로서 학술연구에서도 중요하다.
보물 '서울 청룡사 비로자나불 삼신괘불도'는 18세기 말에서 19세기 초 동안 서울 경기지역의 불화 제작을 전담한 화승집단의 일원이었던 민관의 대표작이자, 궁녀가 발원하여 조성한 왕실 발원 불화로서 중요한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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