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vs. 마포구 '소각장' 갈등
[서울=뉴스핌] 조승진 기자=마포구가 '상암동 소각장 신설' 대안으로 내세운 '소각제로 가게'의 실효성 입증이 구의 주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아직까지 소각 쓰레기 배출량과 관련한 유의미한 데이터가 없어 서울시를 설득하기에는 어려움이 크기 때문이다. 구는 소각제로 가게 5개소 추가 도입으로 이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29일 마포구측은 '소각제로 가게'를 통해 쓰레기를 50% 이상 감소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소각장 추가 건립이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소각제로 가게' 도입 이후 데이터가 없어 소각 쓰레기 감량에 대한 실효성 의문은 피할 수 없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마포구의 소각장 건립 논의를 위한 공청회가 열린 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월드컵경기장 앞에서 마포구민들이 건립을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2023.03.07 pangbin@newspim.com |
실제 서울시는 마포구가 내세우는 대안이 근본적인 해결책으로는 부족하다고 반박했다. 시 관계자는 "'소각제로 가게'는 결국 '재활용을 잘하자'는 얘기를 하는 것 아니냐"라며 "소각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기에는 실효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구가 '소각제로 가게' 도입을 주장하며 내세운 근거는 관내 81세대를 대상으로 재활용 쓰레기 분리배출을 독려하자 1935L(리터)였던 생활 쓰레기가 840L로 56.58% 감소했다는 실험 결과다. 그러나 이는 '소각제로 가게' 도입 결과는 아니다. 구가 소각제로 가게를 전국 최초로 도입한 만큼 다른 시·도군에서 입증된 결과도 없다.
구 관계자는 "시민에게 직접 이득이 돌아가는 만큼 분리배출이 강화될 수 있다"며 "소각 쓰레기를 줄이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마포구의 주장대로 분리배출 강화로 소각장 건립이 불필요해질 가능성도 있다. 인구 약 4만6700명(2019년 기준)의 이탈리아 카판노리 도시는 분리수거율을 높이는 등의 방법으로 쓰레기 소각장 건립을 막았다.
[서울=뉴스핌] 27일 소각제로 가게를 소개하는 박강수 마포구청장. [사진=마포구청 제공] |
카판노리는 정부가 소각장 건립을 추진하자 1997년 주민들이 소각장 건립 대안으로 '제로웨이스트' 정책을 시행할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 그 결과 시의회는 2007년 유럽 최초로 '제로웨이스트' 전략을 채택했다. 카판노리의 분리수거율은 2004년 40% 미만에서 2010년 82%로 뛰었다. 현재까지 카판노리는 소각장 건립을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현재 마포구의 구체적인 입증 계획이 없어 서울시를 설득하는 데 다소 안이한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마포구 관계자는 "앞으로 '소각제로 가게' 5개소를 더 확보해 나갈 계획에 있고 이를 통해 실질적인 쓰레기 배출량 감소를 입증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추가 설치 장소와 데이터 확보 계획은 아직까지 마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소각제로 가게는 마포구가 처음 선보이는 재활용 폐기물 처리 시설이다. 가로 9m, 세로 3m 크기의 컨테이너 안에 재활용 분리 시설이 갖춰져 있다. 생활 쓰레기를 세척·분류, 분쇄·압착 등의 과정 후 깨끗한 재활용 자원으로 만들어 내고 재활용이 불가능한 물품은 별도로 버릴 수 있게 종량제 봉투를 비치했다.
현행 재활용 분리수거와 다른 점은 재활용을 통해 시민이 직접 돈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해당 시설에 재활용품을 버리면 10원부터 600원까지 포인트 형식으로 적립되고 이후 현금이나 제로페이로 환급된다.
박강수 마포구청장은 27일 기자간담회에서 "마포구 실험처럼 쓰레기가 절반으로 줄어든다면 현재 운영 중인 네 곳 소각장만으로도 충분히 처리할 수 있다"라며 "재활용 배출에 대한 시민의식 향상이 있다면 소각장 건립이 필요 없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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