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국가 돕는 선한국가지수 높아
글로벌 기업, 법인세보다 사회 시스템 때문에 찾아
자녀양육 교육제도 사회보장제도 갖추고 있어
[서울=뉴스핌] 박두호 방보경 기자 = "아일랜드는 국민총소득(GNI) 세계 6위인데, 한국은 32위다. 우리는 이 격차의 원인을 고민해야 한다"
목헌 트리니티대 교수는 5일 오전 서울 페어몬트호텔에서 '대한민국 대혁신 전략: 부자 아일랜드·복지 스웨덴 교훈과 서사'를 주제로 열린 뉴스핌 창간 20주년 및 서울 이코노믹 포럼에서 '유럽의 실리콘밸리 아일랜드가 1인당 GDP 10만 달러를 달성한 배경과 우리가 배울 점은'을 주제로 발표했다.
목 교수는 "아일랜드는 부자로 알려진 나라로 명목 GDP 2등, 물가를 적용해도 3등이다"라며 "아일랜드는 매년 GDP 성장률 10%를 기록하고 있으며, 2015년에는 26%나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김보나 인턴기자 = 목헌 트리니티대 교수가 5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호텔 그랜드볼룸에서 '대한민국 대혁신 전략 : 부자 아일랜드·복지 스웨덴의 교훈과 시사'를 주제로 열린 뉴스핌 창간 20주년 기념 제11회 서울이코노믹 포럼에서 토론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2023.04.05 anob24@newspim.com |
아일랜드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단순히 낮은 법인세 때문이 아니다. 목 교수는 "글로벌 기업들은 아일랜드가 우수한 인력, 자녀 양육 조건, 교육 환경, 사회 보장 제도 등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이전한다"며 "정부의 불필요한 간섭이나 사회 부패가 적어 원활하게 기업 활동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다국적 기업들은 아일랜드에 유럽 본부나 세계 본부를 두고 있다. 약 900여 개 다국적 기업이 아일랜드에서 약 27만 5천 명을 고용하고 있다. 이는 아일랜드 총 고용 인구의 5% 규모다.
목 교수는 "5%에 불과한 다국적 기업의 임직원들이 아일랜드 정부 세입 25%를 차지하고 있다"며 "단순히 아일랜드 법인세가 낮아서 글로벌 기업들이 찾았다면 더 낮은 헝가리로 갔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일랜드의 법인세는 12.5%, 헝가리의 법인세는 9%다.
결국 다국적 기업들은 아일랜드의 사회 시스템에 매력을 느낀 것이다. 아일랜드의 부패지수는 세계 10위로, 1위부터 15위까지 비슷한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은 63위다. 아일랜드는 평화지수 역시 3위이며, 한국은 43위에 위치해 있다. 노동 비용도 효율적이다. 아일랜드의 단위 노동 비용이 OECD 국가중 가장 낮다.
목 교수는 "아일랜드의 낮은 법인세는 페이퍼컴퍼니를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니라 고용 창출을 위해서"라며 "아일랜드는 유럽에서 젊은이들이 창업하고 기업을 운영하는데 우호적인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목 교수는 아일랜드 특징 중 하나로 이타주의를 꼽았다. 선한국가 지수는 국가간 이타주의 경쟁을 지표로 나타내는 수치로 아일랜드는 지난 2014년에 1위를 차지했다. 2022년에는 스웨덴이 1위, 아일랜드는 8위를 차지했다. 반면, 일본은 34위, 한국은 37위이며, 중국은 69위다.
목 교수는 "한국과 일본은 전략적으로만 생각하기 때문에 선한 국가가 되기 힘들다"며 "아일랜드는 과거에 워낙 가난했기 때문에 모든 것을 전략적으로만 생각하지 않고, 힘든 국가를 돕는다"고 전했다. 이어 "아일랜드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에서도 난민을 받아들였다"며 "선한 나라가 주위 나라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목 교수는 한국과 아일랜드는 공통적으로 '한'을 갖고 있다고 봤다. 아일랜드는 과거 대기근으로 인구의 33%가 사망했고, 다른 33%는 미국으로 이동했다. 또 영국에 800년 간 지배를 받기도 했다. 그는 "눈물을 흘려도 희망이 있는 게 '한'인데, 아일랜드 민족의 Craic은 슬퍼하지 않고 이를 즐기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결과가 좋지 않아도 그렇게 살겠다는 의미로 한국과 비슷한 역사의 평행을 밟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일랜드가 잘 사는 이유는 못사는 주변 이웃을 주저없이 도왔기 때문"이라며 "한국도 6.25 전쟁 이후 세계 꼴찌 국가였던 나라로 선한 국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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